이명박 전 대통령. 사진공동취재단
TF 발표에 따르면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09년 5월부터 2012년 12월까지 국정원은 알파팀 등 민간인으로 구성된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했다. 목적은 4대 포털(네이버·다음·네이트·야후)과 트위터에 친정부 성향 글을 올려 국정 지지여론을 확대하고, 사이버공간의 정부 비판 글들을 ‘종북세력의 국정방해’ 책동으로 규정해 반정부 여론을 제압하는 것이었다.
TF에 따르면 원 전 원장 취임 이후 심리전단은 다음 포털 커뮤니티 ‘아고라’ 대응 외곽팀 9개를 신설했으며 이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2011년 1월에는 알파팀 등 24개의 외곽팀을 운영했다. TF는 민간인들로 구성된 외곽팀이 최대 3500개의 ID를 사용했으며, 국정원은 이들의 인건비로 한 달에 2억 5000만 원에서 3억 원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외곽팀이 2012년 한 해 동안 사이버 여론 조작을 위해 쓴 돈만 30억 원에 이르며, 이들이 4년 가까이 활동했으므로 훨씬 더 많은 예산이 여론 조작을 위해 사용됐을 것으로 추정된다.
사이버 외곽팀은 대부분 별도 직업을 가진 예비역 군인, 회사원, 주부, 학생, 자영업자 등 평범한 사람들로 이뤄졌다. 이들은 개인시간에 사이버상에서 활동을 하고 실적에 따라 수당을 받는 형식으로 활동한 것으로 알려졌다. 국정원 적폐청산 TF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허태회 국가정보학회장은 “국정원에서 임명한 팀장이 자신이 아는 사람들을 모아 팀을 꾸리는 방식으로 운영이 됐다. 그 과정에서 주부 등 평범한 사람들이 팀에 합류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댓글부대가 박근혜 정부에서도 활동한 흔적이 있어 현재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TF 발표에 따르면 국정원은 청와대로부터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를 지시를 받고 ‘SNS 장악 보고서’(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를 작성해 2011년 11월 8일 김효재 당시 청와대 정무수석비서관에게 보고했다. 이 보고서가 청와대 지시로 만들어졌다는 사실은 이번에 처음 확인됐다. 국정원 댓글부대 사건에 청와대가 개입했을 가능성이 더 커진 셈이다. 김효재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TF의 발표를 봤느냐, 당시 보고서를 이 전 대통령에게 전달했느냐’는 질문에 “관심 없어 안 봤다”면서 전화를 끊었다.
TF는 이명박 정부 국정원이 지휘부 지시에 따라 국내 정치 동향 등을 파악해 청와대에 보고했던 사실도 확인했다. 이 전 대통령 측은 국정원이 사이버 외곽팀을 운영하고, 국내 정치 동향을 청와대에 보고했다는 TF 조사 결과에 대해 아직까지 아무런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보수 야당 진영에선 TF가 정치적 의도를 가진 조사를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전직 국정원 직원 모임인 국사모(국정원을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송영인 대표는 “북한에 대한 환상을 가지는 사람들이 많아서 이런 사람들을 설득하는 대북 심리전은 과거 정부에서도 해오던 일”이라며 “시대가 바뀌면서 댓글로도 대북 심리전을 하게 된 것뿐이다. 여론 대응 차원의 댓글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했다.
송 대표는 TF의 정치적 중립성도 의심했다. 송 대표는 “정말 국정원 개혁을 하고자 한다면 김대중, 노무현 정부에서 벌어졌던 일들도 모두 조사해야 하는데 보수 정부 국정원만 타깃으로 조사를 하고 있다”면서 “국정원은 보안이 생명인데 문제가 있더라도 내부적으로 조사하고 끝내야지 조사 결과를 외부에 모두 공개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국정원 적폐청산 TF 허태회 국가정보학회장은 “이명박 정부 국정원은 단순 여론 환기 차원에서 댓글부대를 이용한 것이 아니라 선거에 적극 개입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이라면서 “이전 정권 국정원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으면 조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허 회장은 “댓글부대에 가담한 정확한 인원은 현재 파악하지 못했다. 어느 언론에서 3500명이 동원됐다고 했는데 여론 조작에 사용된 아이디가 3500개다. 한 사람이 여러 아이디를 사용했을 수 있기 때문에 인원 파악이 힘들다”면서 “TF의 활동이 정치 보복으로 비춰진다는 비판이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가담한 국정원 직원들 처벌에 힘쓰기보다는 앞으로 그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는 제도 개선에 주력할 것”이라고 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