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주 대장. 연합뉴스
군인권센터에 따르면 박찬주 대장의 공관병은 박 대장의 개인 취미 활동을 보조하거나 가족 행사를 준비하는 업무를 주로 맡았다. 미니 골프장에서 흩어진 골프공을 주웠다. 박 대장의 아들이 휴가를 나오면 바비큐 파티를 준비하기도 했다.
박 대장의 부인은 한술 더 떴다. 일요일에 불교 신자인 공관병을 데리고 교회를 가기도 했다고 알려졌다. 아들에게 줄 부침개가 준비되지 않았다고 황급히 마련한 부침개를 공관병의 얼굴에 집어 던진 적도 있었다. 추운 날씨에 발코니의 문을 잠가 공관병을 가두는 벌을 주기도 했다. 발코니에 있는 식물이 죽었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공관병은 전자팔찌까지 채워진 채 관리를 당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공관병 가운데 1명은 자살을 시도했다고 전해졌다. 피해를 호소하는 공관병은 전방으로 한때 징벌 파견을 나갔다.
앞서 육군은 공관병 갑질 피해를 전수 조사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었다. 육군 관계자는 “공관병을 운영하고 있는 육군의 모든 장성급 부대를 대상으로 조사를 진행할 계획이다. 인권 침해와 사적 운영 여부를 비롯 기본권 보장 실태, 제도 개선 사항 등을 중점적으로 확인하겠다”며 “공관병 운영제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해 선진병영문화를 정착해가는 데 적극 노력할 것”이라고 했다. 육군의 감찰, 인사, 법무, 헌병 등 20여 명으로 구성된 통합점검팀이 현장 조사를 맡는다.
육군이 공관병에 대한 갑질에 철퇴를 가할 태세로 나오기는 했지만 일각에서는 보여주기 식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이 파다하다. 현장 전수조사 대상은 육군이 운영하고 있는 공관 90곳의 공관병 100여 명으로 한정됐기 때문이다. 갑질 의혹은 공관병에 한정되지 않고 터져 나오는 상태다.
특히 운전병을 향한 장성의 갑질은 심각한 실정이다. 육군 포병학교 출신 관계자에 따르면 포병학교 운전병은 장성의 집 요리까지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계자는 “아예 차출할 때 요리 특기병을 운전병으로 뽑아 날마다 요리를 시켰다”며 “일과 시간에만 시키면 다행이지만 장성이 휴가 갈 때도 따라가 운전하고 가족 전체 먹일 요리를 한 적도 많았다”고 말했다.
운전병은 최소 500명 이상으로 파악된다. 군 장성은 개인적으로 운전병이 최소 1명 이상씩 배치된다. 육군 관계자에 따르면 육군의 준장 이상 장성급은 400명 이상으로 알려졌다. 2009년까지는 장성급 인원을 공개했지만 2010년부터 대외비로 지정돼 정확한 인원 파악은 힘든 상태다. 감사원 자료에 따르면 2009년 기준 460명이었다. 장성급뿐만 아니다. 일부 부대는 부대장이 중령이면 중령조차 운전병을 따로 두고 있다. 연대 이상의 주임원사 역시 66호 지프 차량에 운전병을 따로 둔다.
당번병의 갑질 피해도 쏟아졌다. 당번병은 소중대령 등 영관급 장교 이상부터 업무 보조를 담당하는 비서병사다. 일반적인 사무 보조를 떠나 장교의 개인 업무도 도맡기 일쑤라고 전해진다. 한 당번병 전역자는 “근무 때 모시던 장교가 난을 아주 좋아했다. 내 주 업무는 난 돌보는 역할이었다. 난에 물 주고 잎을 닦는 걸 날마다 해야 했다”고 말했다. 당번병은 학벌이 좋은 병사가 주로 선택된다. 공관병과 함께 장교의 아이들 과목을 나눠 과외를 한 당번병도 있었다.
‘국직부대’도 조사 대상에 포함돼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한국군은 육군과 해군, 공군으로 나뉘어 있지만 국직부대라는 국방부 직속부대가 따로 있다. 국직부대 소속 운전병은 소위 ‘간부 택시기사’로 불린다. 익명을 원한 한 운전병은 “간부가 시키는 일은 다 한다고 보면 된다”며 “동사무소 등 간부의 가족들 필요 서류를 떼러 다니기도 하는 등 기본적으로 수발 업무를 담당한다. 휴대전화까지 지급받아 간부의 일정에 따라 움직인다”고 했다.
국방부와 육군은 전수조사를 확대하지 않을 예정이다. 국방부 관계자는 “통합적인 조사를 하자는 내부 이야기가 있었다. 다만 자세한 사항은 육군본부에 문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육군 관계자는 “이번 조사는 사단장과 여단장 이상 급의 공병관만 대상으로 한다. 확대 조사 예정은 없다”고 알려 왔다.
박찬주 육군 대장과 부인의 갑질 논란이 세간의 화제가 되며 공관병의 폐지론은 또 다시 고개를 들었다. 지난 1일 한 국방부 관계자는 “송영무 장관이 공관 근무 병력을 민간 인력으로 대체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지시했다”면서 “현재 국방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언론에 전했다. 하지만 국방부의 이런 움직임에도 공관병 등 의전용 병사가 사라지기는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암암리에 또 다른 담당이 생길 수밖에 없는 까닭이다. 당번병은 군 편제에서 사라졌지만 통신병이 당번병의 직무를 인수인계 받았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