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에 처음 폭로 글을 올린 것은 지난 5일 새벽으로, 4일 밤에는 준희 양과 외할머니가 저녁 식사 뒷정리 과정에서 다툼이 벌어져 환희 군이 경찰에 신고하는 일까지 있었다. 지난 3일은 환희 군의 생일이었다. 이들 가족을 잘 아는 한 연예관계자는 “그날 제주도에서 국제학교에 다니고 있는 환희 군까지 잠원동 집에 와서 함께 식사를 했다는데 날짜를 따져보니 환희 생일 때문에 온 가족이 모인 게 아닌가 싶다”라며 “가족이 모여 좋은 시간을 가져야 할 생일파티에 경찰까지 출동하는 상황이 연출된 셈”이라 씁쓸해 했다.
최준희 인스타그램
# 모두가 알았던 불행한 아이, 그러나 달랐던 불행의 내용
자살로 세상을 떠난 고 최진실과 고 조성민의 딸이자 고 최진영의 조카, 그래서 누구나 불행한 아이라고 알았던 최준희 양. 그렇지만 그는 “엄마가 떠난 이후로 불행하게 살 줄 알았던 저는 지극히 평범한 초등학생이었다”고 회상했다. 준희 양이 밝힌 불행은 오히려 초등학교 4학년, 그러니까 11살 때부터다. 그 일에 대해 ‘11살이라는 나이에 제일 사랑하는 가족과 이별을 경험했다’고 언급했다. 모두가 알고 있던 준희 양의 불행과 그가 말하는 불행 사이에는 큰 차이가 있다.
최진실이 세상을 떠나며 이 집안에 암울한 그림자가 짙게 드리운 것은 2008년으로 준희 양이 6살 때부터지만 준희 양은 글에서 이모할머니를 보지 못하게 된 11살 때의 일을 더 비중 있게 언급했다. 이모할머니에 대해선 “피가 섞인 가족은 아니지만, 제가 태어나자마 키워주셨고 다른 부모님들 못지않게 자랑스럽게 키워주셨습니다”라고 밝혔다.
이모할머니의 존재는 이들 가족에게서 매우 오래전부터 상당히 깊이 있게 등장한다. 고 최진실 최진영 남매는 모친 정 씨와 친분이 각별한 사이였던 그를 ‘이모’라 불렀고 친가족처럼 지냈다.
고 최진실은 연예계에서 한창 활동할 당시부터 이모에 대한 언급을 자주 했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전 강남구 논현동 소재의 한 교회에 다녔는데 늘 함께 다니던 사람 역시 이모였다. 그리고 최진실이 자택에서 사망할 당시에도 그 이모가 모친과 함께 있었을 정도다.
최준희 양이 SNS에 올린 최초 폭로 글.
최진실이 세상을 떠난 뒤 환희 준희 남매의 양육은 외할머니인 정옥순 씨가 맡았으나 실질적으로 환희 군은 정 씨가, 준희 양은 이모할머니가 양육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무래도 고령인 정 씨 홀로 남매를 모두 양육하는 데에는 물리적인 어려움이 따랐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렇지만 정 씨와 이모할머니의 관계가 틀어지기 시작해 결국 2013년부터 이모할머니와 준희 양이 만나지 못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그 이유에 대해 준희 양은 이렇게 밝혔다.
“외할머니는 이모할머니를 어렸을 때부터 무척이나 싫어했습니다. 이유는 아직까지도 잘 모르겠으나 어른들께서 하시는 말씀을 들어보면 이모할머니가 제 재산을 노리고 키운다는 이유로 싫어한다 하시더군요.”
# ‘중2병 VS 그릇된 훈육’ 경찰 손에 넘어간 상습폭행 의혹
SNS에 올린 글에서 밝혔듯이 준희 양은 중2다. 사춘기를 거치며 말 그대로 ‘질풍노도의 시기’를 겪고 있는 연령대로 소위 말하는 ‘중2병’을 앓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게다가 준희 양은 그 누구보다 아픈 가족사를 간직한 중2다. 그 아픔을 이미 전국민이 다 알고 있다는 2차적인 상처까지 안고 있는 것.
우선 외할머니와의 다툼의 원인으로 지목한 것들을 살펴보면 아이돌학교 출연 준비를 무너트린 것, 문제집 살 돈조차 주지 않은 것 등이 주로 언급됐다. 스님이 준희 양이 연예인이 된다면 엄마처럼 자살을 할 것이라는 얘기로 연예인 데뷔를 반대했다는 외할머니의 말이 어느 정도 수긍이 가는 것도 사실이다. 준희 양만큼 딸과 아들을 먼저 보낸 정 씨의 트라우마도 상당했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준희 양의 외침이 일정 부분 중2병을 앓고 있는 사춘기 여학생의 모습과 닮아 있기도 하다.
다만 정도가 심하다. 자진해서 폐쇄병동에 입원을 했다는 사실이 알려졌으며 유서를 쓰고 몇 차례 자살을 시도했다가 미수에 그친 경험이 있다고 털어 놓기도 했다.
최준희 양이 sns에 올린 사진
경찰은 준희 양의 상습 폭행과 학대 주장에 대해서는 사실 관계 파악에 돌입했다. 경찰 조사 과정에서 실제로 상습 학대가 벌어진 정황이 발견된다면, 준희 양의 말처럼 훈육과 다른 차원인 폭력이 상습적으로 이뤄졌다면 상황이 복잡해진다.
특히 친권·양육권자인 외할머니인 정 씨 대신 제3자로 법정후견인이 변경될 수도 있다. 민법규정 변경으로 혈족이 아닌 법정후견인도 가능해진 터라 준희가 언급한 이모할머니가 법정후견인이 될 수도 있다. 이 경우 미성년자인 준희 양의 재산 문제 등도 얽혀 있어 상당한 논란이 불가피하다.
이들 집안을 잘 아는 한 연예관계자는 “준희가 외할머니와 사이가 좋지 않은 지는 꽤 됐고 가족들이 모두 힘겨운 상황”이라며 “상처가 많은 준희가 어려운 사춘기를 보내며 많이 힘겨워 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지만 외할머니를 비롯해 많은 이들이 준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가족의 내밀한 이야기를 알지 못하는 상황에서 준희의 글만 보고 그들의 상황을 판단할 수는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연예관계자는 “준희와 외할머니 모두 깊은 상처와 트라우마를 가진 사람들이다. 준희가 오빠 환희와 달리 외할머니가 아닌 이모할머니의 손에서 자라는 등 집안 내부의 복잡한 사연도 많다”면서 “준희를 미국으로 유학 보내려 했고 원하는 대로 진천으로 내려가서 한동안 지내도록 하는 등 가족들도 많이 노력을 해왔고 현재도 심리치료 등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안타까워했다.
신민섭 기자 lead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