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사진=최준필 기자
박영수 특검은 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 심리로 열린 이재용 부회장과 전직 삼성그룹 수뇌부 등 5명에 대한 뇌물공여 혐의 등 결심 공판에서 “공정한 평가와 처벌만이 국격을 높이고, 경제 성장과 국민화합의 든든한 발판이 될 수 있다 확신한다”며 이같이 구형했다.
박 특검 측이 이재용 부회장에게 중형을 구형한 데 대해 피고인들의 범행 중 재산국외도피죄의 법정형이 징역 10년 이상인 점, 피고인들이 범행을 부인하며 그룹 총수인 이재용 피고인을 위해 조직적으로 허위진술을 하는 등 법정형보다 낮은 구형을 할 사정을 찾기 어려운 점, 특히 이재용 부회장은 이 사건 범행으로 직접 이익의 직접적 귀속주체이자, 최종 의사결정권자 임에도 범행을 전면 부인하는 점 등을 들었다.
구형에 앞서 박 특검은 직접 법정에 나와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의 갑작스런 와병으로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와 삼성계열사 지배력 확보는 시급한 과제였다”며 “현안해결의 시급성은 최순실 씨가 요청한 재단 설립이나 정유라 씨의 승마 훈련, 영재센터 운영에 대한 박근혜 전 대통령의 자금 지원 필요와 접합돼 정경유착의 고리가 다른 재벌보다 강하게 형성되게 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검은 이번 사건에 대해 ‘대통령에게 정유라 승마 지원 등을 요구받은 이재용 부회장이 도움의 대가로 거액의 계열사 자금을 횡령, 300억 원에 이르는 뇌물을 공여한 사건’이라고 정의 내렸다.
박 특검은 “뇌물사건의 입증이 어려운 것은 돈을 준 사실과 그룹 총수 가담 사실인데, 피고인들 스스로 약 300억 원을 준 사실과 이재용 부회장이이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한 사실, 자금 지원을 지시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다”며 “대통령의 직무상 요구 외에 개인적 친분 등 다른 사유로 지원할 이유는 전혀 확인되지 않아, 부정한 청탁의 대가로 교부된 뇌물임이 명백하다”고 지적했다.
또한 박 특검은 ‘박 전 대통령의 강요에 의해 금전 지원을 한 것으로 직권 남용의 피해자’라는 삼성 측의 주장에 대해 “정경유착의 결과”라고 강조했다. 박 특검은 “대통령의 위협에 굴복한 것이 아니라 대통령 요구를 받고, 이 부회장의 편법적 경영권 승계를 위한 도움, 혜택을 기대하며 자발적으로 자금 지원을 한 것”이라며 “실제 합병을 포함한 경영권 승계 현안 해결 과정에서 박 전 대통령의 도움을 받은 사실이 확인됐다”고 일축했다.
특검이 이재용 부회장 등에 적용한 혐의는 총 5가지다. 2014년 9월 15일부터 2015년 7월 25일, 지난해 2월 15일까지 3회에 걸쳐 박근혜 전 대통령과 독대하며 경영권 승계 등 그룹 현안에 대해 청탁하고 최순실 씨를 지원한 뇌물 혐의다.
이어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금 16억 2800만 원, 미르·K스포츠재단 출연금 204억 원, 정유라 씨 승마훈련에 보태기로 약속한 213억 원 등 총 433억 2800만 원 산정 뇌물 액수 중 실제 최순실 씨 측에 전달된 금액 298억 2535만 원을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 혐의로 적용했다.
또한 삼성그룹이 코어스포츠에 정유라 씨 말 구입비 명목으로 허위기록을 꾸며 78억 원을 송금한 점에 대해선 재산국외도피 혐의, 정 씨 지원 사실을 숨기기 위해 ‘말 세탁’한 점에 대해선 범죄수익은닉 혐의가 적용됐다.
이재용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국회에서 열린 청문회에서 최순실 씨 모녀를 몰랐고, 정 씨 승마지원도 보고받은 바 없다고 위증한 혐의도 받고 있다.
한편 특검은 최지성 전 삼성 미전실 실장(부회장)과 장충기 전 삼성 미래전략실 차장(사장), 박상진 전 삼성전자 대외협력담당 사장에게는 각각 징역 10년씩,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는 징역 7년을 구형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