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관록, 원조 ‘센 언니’의 무게감
김희선이 주연을 맡은 JTBC <품위있는 그녀>는 이미 <밀회>와 <힘센여자 도봉순>을 넘어 JTBC 드라마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JTBC 드라마 최초로 10% 돌파도 목전이다. 그 중심에는 김희선이 있다.
사진= JTBC ‘품위있는 그녀’ 홈페이지
실제로도 상당한 재력가와 결혼한 후 화목을 가정을 일구고 있는 그에게서는 일부러 연기하지 않아도 생활 속 품격이 뿜어져 나온다는 평가도 있다. 정작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의 기자간담회에서 “우아진이라는 캐릭터가 힘들다. (바람 핀 남편에게) ‘넌 아웃이야’라는 대사는 우아진만 할 수 있는 대사”라며 “사실 실제 내 성격 같았으면 둘 다 죽인다. 나 자신을 억누르기가 힘들다”고 솔직하게 답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이효리는 지난달 정규 6집 <블랙>을 발표하며 4년 만에 대중 곁으로 돌아왔다. 기존의 통통 튀던 이미지를 벗은 그는 앨범 이름처럼 묵직한 주제를 담은 노래로 어필했다. 삶, 환경, 구원 등을 노래하며 총 10곡 중 9곡의 작사, 8곡의 작곡에 참여하며 자신의 가치관을 피력했다.
기존 이효리를 기대하던 이들은 다소 아쉬웠겠지만 불혹을 앞둔 이효리의 멋진 변신이라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그가 또 다시 ‘텐미닛’이나 ‘유고 걸’ 같은 곡으로 승부하려 했다면 오히려 비판이 난무했을 것이란 분석이 나오고 있다. 음악성이 뛰어난 기타리스트 이상순과의 결혼이 그에게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효리는 컴백 기자회견에서 “과거 발표한 앨범은 내가 중심이었다. ‘나 잘났어’ ‘내가 최고야’ 하는 식이었다”며 “이번에는 깊이 있는 느낌으로 가보려 했고, 직접 곡과 가사를 쓰며 진정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 예능, 녹슬지 않은 ‘촉’
김희선과 이효리의 공통점은 ‘솔직함’과 ‘의리’다. 그래서 두 사람의 주변에는 사람이 넘치고, 이런 흥과 끼는 예능을 통해서 분출되곤 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은 컴백 후에도 지속됐다.
김희선은 <품위있는 그녀> 외에 tvN <섬총사>에 고정 출연하며 방송인 강호동, 아이돌 정용화 등과 호흡을 맞추고 있다. 강호동조차 꼼짝 못하게 만드는 그의 ‘돌직구’ 발언은 <섬총사>의 관전 포인트다.
최근에는 SBS <미운우리새끼>에 게스트로 출연해 특유의 입담을 과시했다. 평균 나이 70대인 엄마들이 싱글로 살아가는 아들의 VCR을 보며 대화를 나누는 이 프로그램에서 김희선은 아이를 키우는 엄마다운 모습으로 한데 어우러졌다. 특히 김희선은 모유 수유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며 “모유 수유를 해서 아이가 배부르면 젖을 따로 통에 보관했는데 누워서 뺄 때 모유가 천장까지 닿을 정도였다”라고 말해 남성 MC인 신동엽과 서장훈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이어 그는 엄마들에게 “참젖이라고 아세요”라고 물었고 어머니들은 저마다 “참젖”이라고 말해 스튜디오를 포복절도케 했다.
사진=JTBC ‘효리네 민박’ 인스타그램
# 탈 지상파, 새 길을 개척하다
공교롭게도 두 사람 모두 지상파 외 채널에서 각광받고 있다. 김희선이 활약을 보이고 있는 <품위있는 그녀>를 비롯해 게스트로 참여해 화제를 모은 <아는 형님>은 JTBC 작품이다. <섬총사>는 tvN에서 제작한다.
이효리는 각 방송사 대표 예능 프로그램을 두루 섭렵하고 있지만 그의 컴백을 대표하는 프로그램은 역시 JTBC에서 만드는 <효리네 민박>이다. 이 여세를 몰아 JTBC <한끼줍쇼>에도 출연했다.
2000년대 전후를 풍미한 김희선, 이효리는 지상파의 최대 수혜자다. 하지만 그들이 컴백하며 선택한 곳은 케이블채널과 종합편성채널이다. 격세지감을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한 방송 관계자는 “지상파 성공시대를 이끌었던 왕년의 스타들이 탈(脫) 지상파 행보를 보이는 것은 의미 있는 대목”이라며 “김희선, 이효리 입장에서도 또 다른 영역을 개척했다는 측면에서 이번 성공은 괄목할 만하다”고 말했다.
김소리 대중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