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교육청은 지난 9일 충남 천안의 한 초등학교 교장의 성희롱 및 명예훼손, 폭언 등의 의혹 감사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교장은 며칠 안에 징계위원회로 회부될 예정이다. 감사관은 중징계 의견으로 인사위원회에 넘겼다고 알려졌다. 교장은 자신의 혐의를 모두 부인했지만 감사 과정에서 대부분 사실로 드러났다.
충남교육청 등에 따르면 교장은 지난 3월 부임하자마자 잦은 회식을 가지며 교내 여교사들을 괴롭히기 시작했다. 교사 등 복수의 이 학교 관계자에 따르면 교장은 회식 때마다 여교사들에게 강압적으로 술을 마시도록 종용했다. 술자리에 매번 여교사를 불러내기도 했다. 지난 4월 25일 6시 35분쯤 교장은 교무부장에게 시켜 이 학교 한 여교사에게 “4학년 담당 여교사만 데리고 ○○동 ○○ 갈비로 7시 30분까지 오라”며 “5학년 남교사에게는 연락하지 말라. 7시 30분까지 도착해야 교장에 대한 충성심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전했다. 갈 수 없다고 말하면 끊임 없이 다른 여교사를 찾았다. 실무 여직원까지 불렀다.
교장은 집요한 술자리 참석 요구 외에 성희롱과 강제 추행 의혹에도 휩싸였다. 부절적한 행동은 여교사가 취했을 때나 2차로 노래방에 갔을 때 더욱 심해졌다. 복수의 이 학교 교사에 따르면 강제로 옆에 앉히기도 했으며 깍지를 자주 꼈다. 여교사의 팔을 휘감고 귀에 입을 가까이 대고 귓속말을 하는 등의 행동도 일삼았다. 아예 특정 여교사 자리를 비워 두고 “이 자리는 여교사 자리야”라고 하기까지 했다.
교장은 혼자 사는 여교사에게 자취 여부와 애인이 있는지를 집요하게 물어봤다. 한 여교사는 “아무 이유 없이 내가 사는 집을 계속 물었다. 혼자 사는 입장에서 말하기 싫었다. 동네만 말했는데 교장은 더 자세히 말하라고 부추겼다. 좌회전, 우회전, 건물 같은 걸 물어보며 자취방의 정확한 위치를 확인하기 이르렀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기간제 교사는 “술 안 마시면 퇴직금 안 준다”는 교장의 협박을 들어야 했다.
한 여교사는 지난 6월 13일 회식 자리에서 교장이 쉬지 않고 술을 권하자 “술 대신 냉면 국물을 다 마시면 술 안 먹어도 되냐”고 물었다. 교장이 그러라고 하자 이 여교사는 냉면 국물을 끝까지 마셨다. 교장은 술을 다 마시면 만 원을 준다며 지갑에서 현찰을 꺼내 여교사에게 전달하는 등의 행동도 했다.
교장은 한 여교사 짓이라며 교직원 전체 공지 채팅방에 음란 광고물을 올린 뒤 조리돌림했다.
교장은 지난 6월 26일 <일요신문>과 교장실에서 단독으로 만난 자리에서 모든 의혹을 부인했다. “손을 잡은 적 없다. 깍지라니 말도 안 된다”며 “교직원 공지 채팅방에 음란 광고물을 올린 건 내가 아니다. 교무부장이 올렸다. 노래방 도우미 발언도 전혀 한 적 없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교장실에서 교장을 내보내고 만난 한 여교사는 교장의 혐의를 일부 입증해 줬다. 여교사는 “노래방 도우미 발언을 한 적 있지만 사적인 자리에서 했을 뿐”이라며 “난 그 발언을 전혀 기분 나쁘게 듣지 않아 성희롱으로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여교사가 말한 ‘사적인 자리’는 회식자리였다.
<일요신문>은 교장과 여교사를 각각 단독 대면한 뒤 다 같이 삼자대면을 벌였다. 교장은 여교사의 노래방 도우미 발언 인정에 대해 “아까 노래방 도우미 발언을 한 적 없다는 말은 ‘학교 안에서’ 말한 적 없다는 말이었다. 사적인 자리에서 한 적 있다”고 실토했다.
감사 과정에서 교장은 음란 광고물을 스스로 교직원 공지 채팅방에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교무부장이 감사에서 교직원 공지 채팅방에 음란 사진을 올린 적이 없다고 털어논 것으로 확인됐다. 감사 관계자에 따르면 “교무부장이 자신은 올린 적이 없으며, 교장이 스스로 올렸다고 증언했다”고 밝혔다.
충남교육청 감사 관계자가 교장에게 중징계를 예고했지만 일각에서는 정직 처분에 그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교장은 여교사의 민원 제기 직후 충남교육청 관계자와 통화를 하는 등 자신의 인맥을 과시했기 때문이다. “네가 아무리 그래도 난 짤리지 않아. 걱정하지 마”라고까지 했다. 교장은 2013년 장학사 시험 유출 파문 당시 충남교육청 장학관으로 있다가 천안의 한 초등학교 교장으로 자리를 옮긴 인물이었다. 교육청 내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고 알려졌다. 교원 중징계는 정직, 해임, 파면 순이다. 정직과 해임은 퇴직금을 받을 수 있지만 파면된 사람에게는 퇴직금이 없다.
천안여성회, 천안여성의전화, 천안평등학부모회 등 시민단체를 포함 전교조와 민주노총은 교장 파면을 요구하고 나설 계획이다. 전교조 관계자는 “충남 지역 일부 교장들은 여전히 여교사를 차 심부름하는 사람으로 대하며 잦은 회식으로 교육 현장을 어지럽히고 있다. 좌시하고 넘어간다면 충남 지역의 교육 환경은 나날이 악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