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에 응하고 있는 정재진 광복회 서울지부장. 우태윤 기자
―최근 자유한국당 혁신위원회가 혁신선언문을 통해 ‘건국절은 옳았다’고 강조했다.
“국가를 이끌 자격이 없는 사람들이다. 건국절이 뭔가. 1948년 대한민국 정부가 세워졌다는 것이다. 이에 앞서 1919년 3·1운동의 정신을 이어 받아 그해 4월 상해 임시정부가 탄생했다. 결국 한반도와 만주벌판을 넘나들며 독립운동을 하던 애국지사들의 이전 역사들을 다 무시하는 처사다. 또 세계 어느 나라도 건국절 기념일이 없다. 미국도 독립기념일만 존재하지 않나.”
―의도가 뭐라고 보는가.
“1948년 이전의 역사를 지움으로서 혜택을 받는 사람들이 누군가. 반민족 친일파 구성원들이다. 36년 일제탄압이라 하지만, 실제로는 50년 넘는 세월이다. 특히 단순한 창씨개명과 대일 협조 및 거래를 넘어 민족을 배반하고 극일(極日)로 가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이 이전 기록을 지우겠다는 것이다”
―특히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 중에선 ‘이승만 초대 대통령’의 재평가를 강조하는 이들이 많다.
“논리가 맞지 않다. 이승만 대통령은 이전부터 독립운동을 해 오셨던 분이고 1948년 정식 정부 수립 초대 대통령이자, 1919년 임시정부 초대 대통령이다. 관보에 나와 있듯 이승만 대통령 스스로 국가연호로 ‘민국 30년’을 강조했다. 역사적 근거와 기록을 토대로 이전 3·1운동과 임시정부 역사를 헌법 전문에 넣도록 주문한 것도 이승만 대통령이다. 결국 ‘건국절’을 주장하는 이들은 이승만 대통령을 다분히 이용한 측면이 있다.”
―다시 말하자면, ‘건국절’을 주장하는 세력은 여전한 친일잔재의 증거라고 보는가.
“그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우파’가 아니다. 우파의 탈을 쓴 꼴이다. 그들은 여전히 사회를 장악하고 있고, 지금도 역사의 흐름을 비틀어보기 위해 ‘건국절’을 강조하는 것이다. 그런 사람들은 국가를 운영하고 지도해서는 안 된다. 특히 1만여 명의 친일명단에서 가장 극악무도했던 것으로 평가되는 300여 명 반민족 친일파들의 후손들은 최소한 정계에서 활동해서는 안 된다.”
―애국지사와 그 후손들의 국가적 예우 문제는 여전한 숙제로 남아있다.
“독립운동에 참여했던 200여 만 명의 사람들 중 적극적 운동가는 35만 명 정도다. 그런데 그중 광복회 회원으로 인정받는 인원은 1만 5000명 안팎이다. 여기서 실제 보상금을 받는 인원이 얼마나 되는 줄 아는가. 고작 7000명 정도다. 이게 말이 되나. 억울하다. 나머지 8000명은 제수비와 생활등급에 따라 약간의 지원금만 받는 수준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직후 ‘독립운동 후손들은 3대가 배를 곯았다’고 언급하신 이유도 그 때문이다.”
―근본적인 문제가 뭔가.
“나 같은 경우는 조부(그의 조부는 진주지역 3·1만세운동을 주도했던 정용길 선생)의 재판기록과 사료가 남아 ‘공적’을 인정받은 운 좋은 케이스다. 하지만 증빙이 안 된다는 이유로 아무런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수두룩하다. 그 선별 작업에 문제가 심각하다. 게다가 애국지사 가문에서 광복회 회원으로서 예우를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그 가문에서 딱 한 사람이다. 결국 친일 반민족 세력들이 이 사회를 주도한 것이 보훈정책에도 영향이 간 것이다.”
―무슨 뜻인가.
“결국은 보훈정책을 통해 우리를 소수화시킨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의 힘을 최소화시킨 것이다. 뭐 지금도 그들은 우리를 ‘종북좌파’로 몰아붙이고 있으니. 우리의 독립기념관은 왜 서울이 아닌 천안에 있나. 그 나라의 독립기념관은 그 나라 사람들이 가장 많이 다니는 중심지에 있어야 상식 아닌가. 문제가 많다.”
―정부에 주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3·1운동 및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이 불과 내후년이다. 그럼에도 아직 중앙정부에서는 아무 것도 안 하고 있다. 시간이 없다. 이를 기념하기 위해 중앙정부에서 뭐라도 준비해야 한다. 현재 광복회에서도 임시정부 수립 100년을 앞두고 ‘대한민국 100년의 역사를 탐구한다’는 주제로 역사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더 많은 관심이 필요하다.”
―마지막으로 광복 72주년을 맞아 꼭 덧붙이고 있는 말이 있다면.
“터키와 중동일대, 유럽 등지에서 살고 있는 쿠르드족은 3500만 명의 인구에도 불구하고 나라가 없다. 그들의 삶, 국제사회에서 그들의 처지는 비참하다. 왜. 그들은 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역사를 인식하는 문제는 그 만큼 중요한 것이다.”
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