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은 1991년 12월 “자동차보험에 가입한 보험계약자나 피보험자가 차량 운전자의 무면허 사실을 몰랐거나 그 사실을 관리 가능한 상황이 아닌 경우 발생한 사고에 대해 보험사의 면책 대상이 아니다”라고 전원 일치 판결했다. 이런 내용일 경우 보험사는 피보험자에게 보험처리를 해줘야 한다는 얘기다.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소재 동부그룹 금융센터. 사진=최준필 기자
동부화재 사건은 판례와 유사하다. 보험계약자인 김 아무개 씨는 사고 당시까지 운전자의 무면허 사실을 알 수 없었다고 주장하고 있고 동부화재는 모를 리 없다고 맞서고 있다. 경기도에 사는 김 씨는 자신 소유 마이티 3.5톤 화물차량에 대해 동부화재 자동차종합보험에 가입했다. 김 씨에 따르면 평소 가족과 친분 있던 K 씨를 종업원으로 고용할 당시 그는 운전면허를 소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사실 K 씨는 운전면허가 없었다. 이런 사실은 K 씨가 2015년 12월 경기도 포천시 인근에서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던 중 중앙선을 침범해 맞은편에서 달려오던 카니발 차량을 들이 받는 사고를 내면서 드러났다. 공교롭게도 K 씨의 과실로 발생한 피해차량 역시 동부화재 자동차보험 가입차량이었다.
동부화재는 김 씨로부터 사고경위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종업원 K 씨가 무면허 상태로 운전하던 중 발생한 사고라 김 씨 명의로 가입한 보험에서 보험사 면책사유라고 통보했다. 동부화재는 피해 차량 수리비용과 인명사고와 관련해 김 씨에게 수천만 원대 구상금 청구소송도 제기했다.
김 씨는 “K 씨가 무면허라는 사실은 사고 후 경찰서를 방문해 차주와 운전자 사항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알게 됐다”며 “사고 직후 동부화재 직원들에게 써준 피보험자 확인서에도 K 씨의 무면허 사실을 알지 못한 채 K 씨를 채용했다고 썼다. 동부화재는 보험 혜택을 줬어야 했고 의심이 난다면 추가조사나 재조사를 했어야 마땅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동부화재는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이다. 따라서 구체적인 입장 표현은 적절치 않다. 당시 대법원 판례는 모든 사례에 대해 동일하게 적용하기에 애매하다”며 “무면허 운전으로 인한 사고로 종합보험 혜택을 주지 않았다. 당사 소속 변호사들이 충분히 논의했고 이들을 자문을 받고 구상금 청수 소송을 제기하게 됐다. 당사와 김 씨는 아직도 보험계약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김 씨 측 변호인은 “당시 대법원 판례는 전원일치여서 유사한 분쟁에서 다툼의 여지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장익창 비즈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