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범으로 구속돼도 낮은 형량...판사와 검사 책임?
조두순은 지난 2009년 1심에서 강간상해 등의 혐의가 인정됐지만 범행 당시 음주 상태였다는 주장이 받아들여져 징역 12년이 선고됐다. 검찰이 무기징역을 구형한 데 비해 형량이 대폭 감형된 것이다. 재판부는 당시 “피고인이 범행을 부인하고 있고, 피해자의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조치도 취하지 않았다”며 “피고인의 추가범죄 발생을 막아 이 사회를 보호하고 피고인의 악성을 교화하기 위해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시했음에도 12년을 선고하는 데 그쳤다.
조두순은 복역 중에도 범행을 저지른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또 양형이 부당하다며 2심에 이어 3심까지 항소를 제기했으나 오히려 검찰이 이 사건에 대한 항소를 포기했다. 국감에서 법원과 검찰 측은 심신미약으로 감형한 것과 아동강간죄로 기소되지 않은 부분에 대해 질책을 받았다. 그러나 변화는 없었고 피해는 고스란히 피해아동과 가족들의 몫이었다.
죄질이 나쁜 성범죄를 저질렀음에도 형량이 매우 적다는 비난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2012년 장 아무개 씨가 초등학교 6학년, 중학교 1학년 학생 세 명을 야산으로 유인했고 이들을 추행해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됐다. 장 씨는 2008년에도 가출 여중생을 성폭행했던 혐의로 기소됐다가 피해자와 합의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려졌다. 장 씨의 양형은 최소 기준이었던 징역 2년 6개월에 불과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한국 성범죄자 위험성 평가척도 결과 재범 위험성이 높고 이번 사건 범행 동기와 범행 후의 정황 등을 종합했을 때 피고인에 대한 성범죄 습벽 및 재범 위험성이 인정된다”면서도 “피해 학생들이 입은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고려했을 때 죄책이 무거워 실형선고가 불가피하지만, 피고인이 피해자를 상대로 폭력을 행사하거나 협박해 범행이 이뤄지지 않았고 피고인 모친이 피고인에 대한 강력한 보호 의지를 보이고 있는 점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됐다”고 판시했다.
# 전자발찌 부착 안 해 위치 파악 안 돼
지난 2010년 여성가족부는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에 따라 아동과 청소년 성범죄자 신상을 공개했다. 성범죄자 신상정보는 경찰서 등에서 신상정보제출서를 접수하고 사실 확인을 한 후 법무부가 이를 등록하고, 여가부가 공개·고지하고 있다. 2010년 이후 아동 및 청소년 성범죄로 유죄확정 판결을 받았을 경우 출소 이후에도 일정 기간 동안 성범죄자알림이 시스템에 신상정보가 공개되고 있다. 그러나 성범죄자 일부는 신원 공개가 돼 있음에도 거주지가 파악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 때문에 거주지가 확인되지 않으면 신원 공개를 하고 있는 시스템 자체가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거주지가 불분명한 것은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선고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0년 양 아무개 씨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강도강간미수 혐의로 기소돼 징역 5년을 선고받았다. 양 씨는 집 근처에서 놀고 있던 6세의 피해아동을 발견한 후 ‘같이 놀자’며 집 안에 침입했다. 양 씨는 피해아동을 강제로 눕혀 옷을 벗긴 후 성폭행을 시도했고 집에 있는 돈을 훔치기도 했다.
양 씨의 변호인은 재판 당시 양 씨가 평소보다 두 배 이상의 술을 마셔 심신미약 상태였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에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 피해아동은 정신적 충격을 받아 주거지를 이전하고 정신과 치료까지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검사 측에서는 양 씨에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명령을 청구했지만 재판부는 이를 기각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의 범죄경력조회 등을 종합하면 성폭력범죄를 재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18세 이상 남성 성폭력범죄자의 재범 위험성을 평가하기 위한 검사에서도 ‘중간’으로 분류돼 부착명령청구에는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다. 검사는 어린 피해아동에 대한 범죄이며 재범 위험성이 높은데도 전자장치 부착명령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 부당하다며 항소했지만 기각됐다.
앞서 양 씨에게는 신상정보 열람 5년이 선고됐다. 양 씨는 이 같은 선고가 부당하다며 헌법재판소에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지만 헌재는 ‘개인정보가 공개된다고 인격과 사생활이 침해받는다고 단정하기 어렵고, 사생활과 비밀의 자유가 아동, 청소년 성보호라는 공익적 요청에 비해 크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하며 기각했다.
# 감형 위해 후원금 내는 ‘꼼수’ 늘어
최근 성폭력상담소 등에 정기후원금을 내는 성범죄자들이 늘었다. 후원금을 낸다는 사실이 증명될 경우 성범죄 재판에서 감형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 가해자의 가족 중 일원이 단체에서 실시하는 교육에 참여한 후에, 입금영수증이나 교육수료증을 재판부에 제출해 감형을 받고 있다는 사실도 알려졌다.
실제로 서울동부지방법원에서 성폭행 피의자가 성폭력상담소에 후원금을 납부했다는 사실이 참작되면서 선고유예라는 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는 판결 선고가 확정된 이후에 돌변했다. 정기적으로 내기로 약속했던 후원금을 돌려달라고 입장을 바꾸는 것. 이 때문에 후원이 성범죄 감형에 악용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지난 1일부터 9일까지 가해자의 일방적인 성폭력상담소 후원이 감경 요소가 됐던 사례를 직접 찾았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관계자는 “지금 사례를 모집하는 기간은 끝난 상태이고 한국성폭력상담소 이외 다른 단체에서도 수집을 했기 때문에 집계를 해봐야 알겠지만 어느 정도 사례가 모인 것으로 안다”며 “사법부는 일방적 후원금을 가해자의 반성노력으로 이해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는 가해자의 후원을 감경사유로 인정하고 있는 실태의 개선요청을 바라는 공문을 대법원 법원행정처에 보내기로 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