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난 발생시 가장 중요한 행동 규칙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특히 무사히 구조되려면 ‘STOP’을 기억해야 한다.
# 배에서 떨어지거나 배가 침몰했을 때
세계크루즈선사협회(CLIA)에 따르면, 매년 항해 도중 배에서 떨어져서 사망하는 사람은 스무 명가량이다. 이때 생존할 확률은 크게 두 가지 요건에 달려 있다. 배에서 얼마나 멀리 떨어져 있는가, 그리고 물이 얼마나 차가운가 하는 두 가지다.
가령 수온이 너무 낮을 경우에는 순식간에 쇼크 상태에 도달하게 된다. 이런 경우 숨을 헐떡일 때마다 물을 들이마시게 되고, 또 추위 때문에 몸을 허우적거리게 된다. 하지만 이렇게 하는 행동들은 생존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익사하는 지름길이 되기 십상이다.
그보다 살아남기 위한 최선의 방법은 가능한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것이다. 누군가 배 위에서 당신이 물에 빠진 것을 목격하거나, 혹은 저체온증이 오기 전에 운좋게 구조되길 바라는 것이 더 현명하다.
영국왕립구명보트연구소(RNLI)의 전문가에 따르면, “뜻하지 않게 차가운 바닷물에 빠진 사람들의 경우에는 누구나 본능적으로 열심히 헤엄을 치거나 차가운 물과 싸우려고 발버둥친다. 하지만 그렇게 바닷물과 싸우면 싸울수록 생존 확률은 오히려 더 낮아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보다는 가능한 물 속에서 몸을 적게 움직이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다시 말해 차라리 물에 둥둥 떠있는 것이 더 좋다.
# 눈사태를 당했을 때
눈사태는 스키어들이나 겨울 산행을 즐기는 사람들이 피하고 싶은 최악의 악몽이다. 눈사태를 당해 산 아래로 데굴데굴 구르다니, 생각만 해도 끔찍한 일.
영국여행사협회(Abta) 소속 전문가들은 눈사태를 당했을 때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절대 눈 속에 파묻혀선 안 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즉, 가능한 몸이 눈 바깥으로 나와 있도록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또한 눈사태가 벌어질 경우 즉시 스키폴을 버리고 헤엄을 치듯이 옆으로 피해야 한다. 아니면 마치 통나무가 구르듯이 몸을 굴려서 옆으로 피하도록 한다. 주변에 나무기둥이 있다면 붙잡고 버티는 것이 좋다.
# 퀵샌드(깊고 축축한 모래 퇴적층)에 빠졌을 때
퀵샌드란 주로 하성 삼각주(강과 바다가 만나는 하구에 모래나 진흙이 퇴적된 곳)에서 발견되는 지형으로, 지표면은 단단하게 보이지만 발을 디디면 푹 꺼지는 모래 구덩이를 말한다.
만일 퀵샌드에 빠졌다면 무엇보다도 당황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경우 생사 여부는 얼마나 침착하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니 몸을 천천히 움직이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몸을 너무 빨리 움직일 경우 모래 속에 공기층이 생성되면서 움직일수록 몸이 점점 더 깊이 빠지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이 상황에서는 무게가 가장 최대의 적이다. 그러므로 최대한 몸을 가볍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 배낭 등과 같은 소지품은 미련 없이 버리도록 한다. 그런 다음 몸을 뒤로 젖힌 후 몸을 펼쳐라. 어째 더 위험할 것 같지만 오히려 표면적이 넓어질수록 무게는 더 가벼워진다. 이렇게 한 후에는 단단한 지표면에 도달할 때까지 천천히 모래 구덩이의 가장자리로 이동한다.
# 이안류에 휘말렸을 때
미기상청에 따르면, 이안류는 거의 대부분의 바다에서 발생한다. 이안류는 매우 위험하고 공포스럽기 때문에 바다에서 물놀이를 할 때면 늘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유속이 강한 이안류에 휘말릴 경우에는 시속 1~8km의 속도로 순식간에 휩쓸려가기 때문에 당황스러운 것이 사실. 하지만 영국왕립구명보트연구소(RNLI)는 이럴 때일수록 해류에 저항하지 말 것을 권고하다. 만일 몸을 똑바로 세울 수 있다면 헤엄을 치는 대신 물살을 헤치면서 걷듯이 빠져나오는 것이 더 좋다.
만일 그것이 불가능하다면, 해안가와 평행이 되도록 방향을 잡은 후 이안류에서 빠져나와 안전해질 때까지 헤엄을 치도록 한다. 이렇게 하는 것이 몸을 허우적거리는 것보다 훨씬 안전하고 나은 방법이다. 허우적댈 경우 오히려 지치기만 할 뿐이다.
# 사파리에서 야생 동물과 마주쳤을 때
사파리에서 야생 동물과 마주쳤을 때는 그 야생 동물이 어떤 종인가에 따라 대처법이 확연히 달라진다.
만일 사자와 마주쳤을 때는 겁이 나더라도 사자와 눈을 마주친 상태에서 뒷걸음치듯이 천천히 물러난다. 이때 중요한 것은 절대 등을 보여선 안 된다는 것이다. 또한 뛰어서도 안 된다. 하지만 표범을 만났을 때는 조금 다르다. 표범과는 절대 눈을 마주쳐선 안 되며, 가만히 선 채 표범이 흥미를 잃을 때까지 기다리는 것이 더 낫다.
코끼리는 느긋하고 평화로운 동물 같지만 사실은 매우 공격적인 동물이다. 사람을 해칠 수 있는 것 또한 물론이다. 코끼리와 맞닥뜨렸을 때는 가능한 몸을 꼿꼿이 한 채 용감한 척을 해야 한다. 코끼리들이 먼저 시비를 걸어도 가능한 반응을 보이지 않는 것이 좋다. 시간이 지나면 흥미를 잃은 코끼리가 어슬렁거리면서 다시 돌아간다. 그런가 하면 버팔로를 만났을 때는 가까운 나무 위로 몸을 피하는 것만이 살 길이다.
# 산행 중 길을 잃었을 때
야생에서 길을 잃는 사고는 생각보다 흔하게 발생한다. 특히 경험이 많지 않은 초보 등산객들의 경우가 그렇다.
하이킹 전문 블로그인 <하이킹 두드>에 따르면, 조난 발생시 가장 중요한 행동 규칙은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갖는 것’이다. 특히 무사히 구조되려면 ‘STOP’을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STOP’이란 ‘Stop(멈춰라)’ ‘Think(생각하라)’, ‘Observe(관찰하라)’, ‘Plan(계획을 세워라)’ 등 네 가지다. 먼저 길을 잃었다는 것을 알게 된 순간에는 즉시 당황하지 않고 걸음을 멈춘 후 그 자리에 그대로 선다. 앞으로 더 걸어가면 갈수록 오히려 구조되는 시간이 지체된다는 점을 명심하라.
걸음을 멈춘 다음에는 왔던 길을 되짚어서 돌아가야 한다. 특별한 랜드마크에 대한 기억을 더듬으면서 지도를 되짚어보라. 단,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 확신이 들기 전까지는 한 발짝도 움직여선 안 된다. 그런 다음에는 날이 저물 때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도 계산해보라. 또한 날씨도 살펴야 한다. 날씨가 더 좋아질지 아니면 더 나빠질지도 가늠해본다. 또한 남은 생수의 양을 점검한 후 얼마나 버틸 수 있을지도 계산해 본다.
어느 방향으로 갈지 확신이 들었다면 이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어두워지기 전에 아는 장소(가령 지도에 표시해 놓은 부분)까지 돌아갈 시간이 충분하다면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긴다. 이때 돌을 쌓아올리거나 나뭇가지를 땅에 박거나, 혹은 스카프를 찢는 식으로 길에 표식을 해놓는다.
만일 길을 전혀 모르겠다면 차라리 그 자리에 가만히 있는 것이 오히려 빨리 구조되는 데 더 도움이 될 수 있다.
# 뱀에게 물렸을 때
길을 가다가 뱀과 마주쳤다면 천천히 뒷걸음질을 치면서 방향을 바꿔야 한다. 만일 뱀이 당신을 쫓아오는 것 같다면 발로 땅을 구르면서 진동이 울리도록 한다. 이렇게 하면 뱀이 도망을 간다.
만일 뱀에게 물렸다면 즉시 물린 부위를 가능한 심장보다 낮게 위치하도록 해야 한다. 독액이 혈액을 타고 몸 속에서 퍼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그런 다음에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재빨리 달려가라.
병원에서 신속한 치료를 받기 위해서는 가능한 뱀의 모양새를 정확히 기억해두는 것이 중요하다. 아니면 사진을 찍어두면 더욱 좋다. 이는 의사가 알맞은 해독제를 신속히 처방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 비행기가 추락할 때
사실 비행기 사고로 사망할 확률은 지극히 낮은 편이다. 항공사고 통계 사이트인 ’플레인크래시인포’에 따르면, 470만 명 가운데 한 명꼴이다. 하지만 운나쁘게 당신이 그 한 명이라면? 이런 경우를 대비하고 싶다면 다음을 기억하라.
비행기가 추락할 경우에는 당신이 먼저 산소 마스크를 쓴 다음에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것이 현명하다. 기내 압력이 낮아질 경우 산소 마스크를 쓰지 않으면 20초만 지나도 의식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또한 신속한 탈출을 위해서는 소지품에 대한 미련은 깨끗이 버려야 한다. 무조건 맨몸으로 탈출구를 향해 돌진하라.
한편 생존 확률이 높은 좌석의 위치는 비행기의 가장 뒤편이다. 이유인즉슨, 대부분의 비행기 사고를 조사한 결과 보통 앞부분에서 충격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보통 뒤편의 좌석들은 가격이 가장 저렴한 편이기도 하다.
김민주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