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수 의원이 연루된 폭행사건을 둘러싸고 갈수록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사진은 7월 21일 사드 배치 철회 필리버스터 캠페인을 하는 김광수 의원. 임준선 기자
8월 5일 새벽 2시경 전북지방경찰청은 “이웃집에서 큰 소리가 난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관할 지구대인 서신지구대가 전북 전주시 효자동 한 원룸으로 출동했는데 그 자리엔 김광수 의원과 A 씨(여·51)가 있었다. 김 의원은 엄지손가락을 다쳐 피를 흘리고 있었고, A 씨 얼굴엔 멍이 들어 있었다. 현장은 집기가 어지럽게 널려 있었을 뿐 아니라 혈흔까지 발견됐다. A 씨는 “살려 달라”며 경찰에 도움을 요청했다. 가정 폭력으로 의심되는 사건이었다. 지구대 관계자는 “현장에 나갔을 때 A 씨가 김 의원을 ‘남편’이라고 소개했다”고 말했다.
경찰은 수갑을 채워 김 의원을 연행했다. 경찰은 김 의원과 A 씨 인적 사항을 기록한 뒤,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A 씨 의견과 치료를 받아야 하는 김 의원 상태를 감안해 새벽 3시경 둘을 풀어줬다. 조희현 전북지방경찰청장은 “출동 당시 현장에선 피가 묻은 상태였기 때문에 직원들이 놀라서 뛰어 들어갔고 현행범 체포를 해서 지구대로 이동했다. 현행범 체포가 됐고, 치료를 위해 석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후속 조사를 위해 경찰이 5일 아침 다시 원룸을 찾아갔는데, 둘은 함께 있었다고 한다. 한동안 문을 열어주지 않았다가 결국 경찰의 설득에 문을 열어줬다. 경찰은 A 씨만 임의 동행해 재조사를 벌였다. 그 자리에서 A 씨는 “폭행이 아니라 술에 취해 실랑이를 벌이다가 다친 것”이라고 진술했다.
김 의원은 5일 오후 개인 일정을 이유로 가족이 있는 미국으로 떠났다. 김 의원은 사건이 불거지자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A 씨가) 우울증을 앓고 있다. 우울증 약도 먹고 있다. 그런데 술을 많이 먹으면 문제가 생기더라. 밤에 전화가 왔는데 문제가 있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갔다. 부엌칼을 들고 배 있는 데다가 대고 있었다. 그걸 제압해서 뺏으면서 제가 좀 다쳤다. 엄지손가락을 열댓 바늘 꿰맸다. 그 여성이 다쳤거나 폭행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라고 했다.
폭행사건이 벌어졌던 전주의 한 원룸주택.
이러한 해명이 오히려 논란을 키웠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영기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대표는 “김 의원이 야기한 오해의 소지는 언론을 통해 부정적인 여론으로 재생산되고 있다. 조속히 구체적인 입장 표명으로 사실을 가려야 한다”고 전했다. 사건 직후 김 의원이 미국으로 출국한 사실을 꼬집은 것으로 풀이된다.
경찰이 출동할 당시 상황이 급박했을 것이란 추측도 있다. 10여 년 동안 가정폭력·성폭력 사건을 맡아 온 한 현직 경찰 관계자는 “가정 폭력 의심 사건에서 수갑을 채우고 지구대로 연행하는 일은 드문 일이다. 순순히 조사에 응하지 않거나 도망 우려가 있다고 판단될 경우에 수갑을 채워 현행범 체포를 하게 된다. 이 사건의 경우 항거했을 확률이 매우 높아 보인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 A 씨와의 관계도 석연치 않다. 김 의원 해명과 달리 A 씨가 줄곧 김 의원을 “남편”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A 씨가 거주하는 원룸의 한 이웃은 “A 씨 혼자 살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며칠 전부터 보이질 않는다. 아마 사건 터지고 다른 곳으로 간 것 같다. 평소 남성이 자주 들락날락거렸다. 뉴스 보고 남성이 김광수 의원인 줄 알았다.” 실제 기자가 A 씨 집 벨을 수차례 눌러봤으나 응답이 없었다. 다른 이웃들도 며칠 전부터 A 씨를 보지 못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이웃은 “평소 한 남성이 자주 그 집을 찾았다. 올해는 남성을 확실히 봤고 작년에도 있었던 것 같다. 고개를 숙이고 인사만 하는 정도여서 그 남성이 김광수 의원인지는 모르겠다. 사건 당일 집에 있었는데 시끄러운 기미는 느끼지 못했다. 경찰이 온 것도 나중에야 알았다”고 했다.
일각에선 A 씨가 국민의당 당원이라는 얘기도 나왔다. 국민의당 전북도당 관계자는 “A 씨가 국민의당 당원으로 알려졌는데 주민등록번호 등 상세 정보를 알 수 없어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원으로 확인되면 윤리위원회가 열리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 의원은 피의자 신분으로 경찰 조사를 받게 된다. 조희현 전북지방경찰청장은 8월 7일 “김 의원을 폭행과 상해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김 의원이 귀국하는 대로 조사 일정을 정해 소환할 계획이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