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자리한 도로는 ㈜삼한종합건설(삼한)이 건설 중인 골든뷰아파트 사업장 내에 있던 ‘범전로 10번길’이다. 이 도로는 해당 아파트가 사업승인이 난 이후 사업부지에 편입됐다. 도로 위에는 현재 고층아파트가 건설되고 있다.
폐쇄되기 전 시민공원로와 연결된 ‘범전로 10번길’의 위성사진 모습.
이 아파트가 사업승인을 득한 건 지난 2007년 11월 23일. 승인 당시 사업주체는 삼한이 아닌 박 아무개 씨가 대표로 있던 ㈜이범이다. 사업승인에 앞서 같은 해 9월 12일 부산진구 재무과 협의회신을 통해 용도 폐지가 결정됐다.
사업 승인 이후 ㈜이범은 아파트를 짓지 않다가 2014년 6월 삼한에다 사업권을 통째로 넘겼다. 사업자가 삼한으로 변경되자 이 도로는 용도 폐지가 진행된 이후 한국자산관리공사로 재산 이관돼 삼한으로 매각됐다.
삼한이 도로의 소유권을 취득한 이후 사업은 급물살을 탔다. 이듬해인 2015년 6월 착공에 들어갔으며, 다음 달인 6월 입주자 모집공고가 이뤄졌다. ‘골든뷰 센트럴파크’는 최고 58층으로 현재 부산에서 건설 중인 초고층 주상복합아파트 가운데 네 번째로 높다. 평당 1231만 원으로 분양한 결과, 1순위 청약에 총 5만 3699명이 몰려 경쟁률 93.4:1을 기록하며 대박을 쳤다. 총 세대수는 1272개다.
사업이 이같이 진행되는 과정에서 커다란 문제점 두 가지가 드러났다. 우선은 부산진구가 고지도 없이 도로를 용도 폐지했다는 점이다. 관이 주민여론 수렴도 없이 일방적으로 도로를 없앤 셈이다. 이 같은 사실은 최근 정보공개청구를 통해 확인됐다.
부산진구는 이에 대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모르쇠로 일관했다. 당시 부산진구청 재무과 담당 주무관이었던 현 도로점용관리담당 A 계장은 “세월이 지나 모르겠다. 구에서 하는 사업이 많은 탓에 당시 상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하나는 바로 해당도로가 지나치게 헐값에 매각됐다는 점이다. 국가재산인 범전로10번길 700㎡를 용도 폐지한 부산진구청은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로 넘겼고, 캠코는 다시 2015년 삼한에다 5억 원에 매각했다. 매각이 이뤄진 바로 이듬해인 2016년 공시지가는 무려 6~8배나 넘게 올랐다. ‘부산진구청이 건설업자를 두둔한 일방적인 행정을 펼쳤다’는 지적에 무게가 실리는 대목이다.
손용구 부산진구의원(더불어민주당)은 “범전로 10번길의 존재 여부에 따라 ‘골든뷰 센트럴파크’의 구조가 완전히 달라진다”며 “층별로 땅의 가치를 현시가로 단순하게 계산해도 삼한이 엄청난 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뿐만 아니다. 도로가 사라짐에 따라 주민 불편이 초래됐다. 공사장 주변 주민이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선 무려 2.5㎞를 우회해 마을로 진입해야 하는 실정이다. 현재 도로 상황에 따라 여러 차례 실험해 본 결과, 낮 시간대는 10여 분, 교통체증이 심각한 퇴근 시간에는 15~20분이 소요됐다.
집행부를 견제해야 할 위치에 있는 부산진구의회가 사업 승인 전후로 이에 관련해 아무런 목소리를 내지 않았던 것도 의문점이다. 당시 부산진구의회는 거의 한나라당 일색이었으며, 박수용·이정환 의원이 전반기 의장을 이어가며 맡았다.
최근 들어 부산진구의회가 나서 부산진구청에게 해당 내용에 대해 물었지만 역시 묵묵부답에 그쳤다. 정상채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5월 제273차 본회의에서 해당 도로의 폐지와 관련한 민원에 대해 거론했으나 하계열 부산진구청장은 모르쇠로 일관했다. 하 구청장은 “소상히 잘 모르니까 서면으로 답하겠다”면서 즉답을 회피한 이후 결국 서면답변을 하지 않았다.
주민 B 씨는 “이권을 취하고 함께 공유하기 위한 거대한 적폐 카르텔이 부산 한복판에 존재한다는 느낌이 짙다. 단순한 탁상행정의 결과물로 치부하기엔 이로 인해 파생한 업체의 이익이 너무나도 크다”면서 “다른 무엇보다 주민 불편을 도외시하며 고시도 하지 않고 도로를 없앤 건 어떤 변명으로도 합리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하용성 기자 ilyo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