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인천지법 형사15부(부장판사 허준서) 심리로 열린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 아무개 양(16·구속기소)과 박 양의 연속 재판에서 재판부는 박 양의 혐의를 살인죄(공모공동정범)로 공소장 변경을 신청한 검찰의 요청을 받아 들였다.
10일 인천 초등생 살인사건의 주범 김 양과 공범 박 양의 연속 재판이 열린 인천지법의 법정. 김태원 기자
이날 재판에서 검찰은 “박 양은 자신이 심취해 있는 ‘사람의 손가락과 폐’ 등 특정 신체부위를 얻기 위해 주범 김 양으로 하여금 살인을 실행하도록 지시하고, 완벽범죄를 위해 시신 처리나 CCTV를 피하는 방법 등 구체적인 계획을 김 양에게 전달했다”라며 박 양의 살인방조죄를 살인죄로 변경한 이유를 밝혔다. 박 양의 당초 혐의 가운데 하나였던 사체유기죄는 그대로 유지됐다.
검찰은 김 양이 주범이기는 하나, 범행의 목적 자체는 박 양이 원한 시신의 일부를 전달하기 위함이었다고 지적했다. 지난 2월 SNS 캐릭터 커뮤니티에서 처음 만난 이들은 자신들의 ‘캐릭터’를 통해 친분을 쌓아왔다. 박 양의 캐릭터는 마피아의 중간 보스로 고문과 살인, 인육을 먹는 설정이었으며 특히 폐와 심장, 손가락을 선호한다고 박 양은 밝혀왔다.
김 양의 캐릭터는 박 양을 물심양면으로 따르는 조직원이었으며, 이 같은 캐릭터 설정에 기초한 이들의 관계는 캐릭터 커뮤니티 운영이 종료된 이후 약 한 달 동안 지속돼 왔던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이들은 지난 3월 중순 경에는 ‘계약 연애’를 통해 동성애 관계를 맺었고 이 관계에서도 박 양은 김 양에 비해 다소 우위를 점하고 있었다고 밝혀졌다.
검찰은 주범 김 양이 심취해 있었던 캐릭터 커뮤니티는 물론, 실제 관계에서도 박 양이 우위에 있었다는 점에 주목해 범행이 박 양의 주도로 이뤄졌거나 박 양이 적극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을 지속 제기해 왔던 바 있다. 이날 검찰은 사건 발생 직전 박 양이 김 양에게 “(범행할 때)CCTV를 주의하고 그 앞을 지나가야 한다면 변장을 해야 한다. 변장 사진을 미리 보내달라”고 주문한 사실과, 범행 당일 김 양이 박 양에게 “(범행 후)손가락을 가져다 주겠다”고 재차 약속한 사실을 밝혔다.
박 양이 김 양으로부터 시신의 일부를 받은 것 역시 “박 양이 살인 사실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놀라거나 신고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에 따르면 당시 김 양이 박 양에게 전달한 것은 “누가 봐도 인체의 일부”로 볼 수 있을 정도로 적나라했다고 한다. 그런 것을 받고 바로 확인하고도 경찰에 신고하지 않았으며, 오히려 “손가락이 예쁘지 않냐”는 김 양의 질문에 “예쁘다”라고 대답한 점 등이 박 양의 범행 개입 가능성을 뒷받침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캐릭터 설정을 트위터에 밝힌 박 양. 트위터 캡처
박 양은 “내가 평소에 네게 쿠키를 자주 줬으니까, 이날 CCTV에 찍힌 장면은 네가 내게 (보답으로)쿠키를 준 것으로 말을 맞추자”고 카카오톡 메시지와 트위터 DM(다이렉트 메시지, 쪽지)를 보냈다. 카카오톡 메시지는 김 양이 경찰 검거 직전 삭제했으나, 트위터 DM의 경우 김 양의 계정이 그대로 남아있었기 때문에 PC로 접속해 증거를 확보할 수 있었다고 검찰은 밝혔다.
박 양의 변호인 측은 범행 공모 자체를 부인한다는 앞선 주장을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명확한 이유는 재판에서 밝히지 않았으며 추후 의견서를 제출할 의사를 밝혔다.
박 양의 재판에 이어 이날 오후 3시 주범 김 양의 재판이 진행됐다. 김 양은 지난 6월 처음 박 양의 공모사실을 밝혔던 것과 똑같이 “박 양과 공모해 범행했다”는 일관된 주장을 펼쳤다.
김 양의 변호인 역시 공모관계는 인정했으나, 계획 살인이 아니라 우발적인 살인이라는 점을 재차 강조했다. 범행 당시 환청에 시달리다가 범행에 이르게 된 것이라는 주장이다. 특히 김 양이 따로 범행도구를 준비하지 않고 집에 있던 도구를 이용해 살인한 것과 CCTV에 범행 전후 동선이 그대로 노출된 점 등을 우발 범행의 주요 근거로 삼았다. 우발적인 범행이기 때문에 재범의 위험이 없으니 검찰의 전자발찌 부착과 보호관찰 명령도 기각돼야 한다는 것이 변호인 측의 주장이었다.
우발적인 범행이 맞느냐는 재판부의 질문에 김 양은 “우발적이라는 법적 기준을 몰라서 확답은 드릴 수 없다”라면서도 “다만 (범행에서)고의성에 대한 부분이라든지, 피해자를 특정했다든지 그런 건 없었으므로 어느 정도 우발성을 띄고 있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박 양과 사전에 공모를 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실제로 범행을 할 의도 자체는 없었다. 범행을 실행한 것은 제 감정(이중인격) 때문에 이뤄진 것이지 특정 목적을 가지고 살인한 것은 아니다. 우발적인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재판부가 박 양의 공소장 변경을 받아들이면서 이날 예정됐었던 박 양과 김 양의 결심공판은 29일 오후로 미뤄졌다. 박 양의 공판은 이날 오후 2시, 증인신문이 예정돼 있는 김 양의 공판은 오후 4시에 진행될 예정이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