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웅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8월 10일 오전 여의도 국회 의원실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유세본부장을 맡았다. 국민과 직접 소통하고 후보를 홍보하는 일을 기획하고 총괄했다. 대선을 전쟁에 비유하자면 지상전을 담당했다고 할 수 있다.”
―현장 분위기가 어땠는지 궁금하다.
“정권 교체에 대한 뜨거운 열망을 느낄 수 있었다. 부산 서면에서 유세할 땐 후보가 연단에 오를 때까지 30분이 걸릴 정도로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었다. 또 20~30대가 70% 이상이 될 정도로 젊음의 힘이 느껴졌다.”
―호남 지역 유세 현장은 어땠는지.
“선거 초반엔 다소 잠잠했다. 하지만 선거 중반으로 가면서 국민들께서 자칫하면 ‘정권 교체가 안 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 것 같다. 그러면서 현장 분위기도 열광적으로 변했다.”
―조기 대선이었다.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을 것 같은데.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다. 아무래도 많은 인파가 모이니 안전사고 예방에 가장 유념했다. 또 선거 중반 당선될 가능성이 높아지면서 후보한테 눈도장 찍으려고 하는 찬조 연설자들이 몰려들었다. 찬조 연설자들 ‘교통정리’ 또한 유세본부장에겐 중요한 임무였다. 선거에서 스타는 한 명만 필요하다. 오해 받지 않게 균형을 잘 맞춰서 찬조 연설자를 정했다. 욕은 제가 다 먹었다. 하하.”
―지난 2012년 대선 때와 달랐던 점은 무엇인가.
“이번 대선은 국민의 힘에 의해 선거 날짜가 정해졌다. 또한 사실상 여당이 없는 선거여서 야당 후보끼리 경쟁하는 구도가 됐다. 당 차원에서 보자면, 지난 선거에선 당과 후보가 혼연일체 되는 당 중심 선거 운동을 하지 못했다. 이번엔 당 중심으로 선거를 치르다 보니 시너지 효과가 났다.”
―안철수 후보가 치고 올라와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정치는 하루아침에 되는 게 아니다. 민주당은 대통령을 2명이나 배출한 60년 전통 정당이다. 60년 전통을 가진 정당과 채 1년도 안 된 지역을 대표하는 정당을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재인 정부 지지율이 고공행진이다.
“소통하고 공감할 수 있는 정치를 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노무현 정부 때 비난 받던 게 코드 인사였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는 편 가르기를 떠나서 전문가 위주로 기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장하성 실장 같은 경우에도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지 않았나. 강경화 장관도 반기문 사무총장과 가깝다고 분류되는 인사다. 국익에 필요한 인재를 발탁하는 용인술이 큰 힘이 되지 않았나 싶다. 또 한편으론 다른 야당들이 지리멸렬해 반사 이익을 보는 부분이 있다. 거품이 있을 수 있다는 말이다. 그러니 지금의 지지율을 믿고 방심해선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사에 대해 잡음이 끊이질 않는데.
“원칙대로 하고 싶었지만 한계가 있었다. 불행하지만, 과거 세대는 그만큼 우여곡절이 많은 시대를 살았기 때문에 원칙에 맞는 사람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타산지석 삼아야 한다고 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100일이다. 명과 암을 평가한다면.
“보훈처장을 장관급으로 올린 게 제일 잘한 일이라고 본다. ‘이게 나라냐’라는 불만이 속출했다. 나라를 나라답게 하려면 나라를 위해 싸운 사람들을 가장 대접하고 받들어야 하는 게 맞다. 나라를 바로 서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조치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국민을 지키는 경찰청장은 차관급, 대통령을 지키는 경호실장은 장관급이었다. 경호실장을 차관급으로 내린 것도 잘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공직자는 국민의 머슴이고 봉사자다. 우리가 갑이 아니라는 말이다. 갑과 을을 분명히 해야 한다는 점에서 잘한 일이라고 본다. 다만 우려되는 점은 현안이 너무 광범위하게 펼쳐져 있다는 것이다. 하나를 하더라도 제대로 하는 게 중요하다. 호흡을 길게 하고 단계별로 하나씩 해결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 점만 된다면 성공한 정권이 되리라 확신한다.”
―당청 간 불협화음이 있다는 얘기도 있다.
“민주주의 정당이기 때문에 다른 소리가 나는 게 옳다고 생각한다. 다만 정권 초기라 생산적인 결과로 표출되지 않고 있다. 성공한 정권이 되기 위해선 극복해야 할 부분이다. 이런 점에서 당 지도부 선출 방식이 개편돼야 한다고 본다. 권역별로 뽑으니 가장 큰 세력이 당 지도부에 포진하게 된다. 과제 중에 과제라고 생각한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얘기를 빼놓을 수 없다. 작년 국감에서 비선 실세 의혹을 집요하게 지적해 국정농단이 밝혀지는 데 큰 일조를 했다.
“처음으로 국감에서 밝혀냈다는 점에 대해 자부심을 느낀다. 또 그만큼 국정농단을 마무리해야 된다는 큰 책임감도 느낀다. 이번 사건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총 감독을 맡고 최순실이 주연을, 차은택과 김종이 조연으로 움직여 이권 챙기기를 한 반사회적 범죄 행위다.”
―이번 국감에서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국회가 예산 심의는 열심히 하는데 결산은 관행처럼 흐지부지한다. 예산을 잘못 집행했는지 확인하고 다음 예산에서 잘못된 걸 시정하고 우선순위가 필요한 예산을 쓰도록 하는 게 결산의 목적이다. 국정농단은 예산 집행의 법적 근거가 없고 공모 없이 수의 계약을 한 뒤 하청이나 위탁을 통해 계약을 따내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이런 일이 또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선 결산을 똑바로 해야 한다는 말이다. 결산을 확실하게 점검해서 내년도 예산 심의할 때 반영되도록 집중하고 있다.”
김경민 기자 mercury@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