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 문재인 대통령 다기세트 (아래) 문재인 대통령 기념시계 / ⓒ청와대
‘이니 찻잔’, ‘이니 시계’, ‘청와대 에디션’. 청와대가 선보인 문 대통령 기념시계와 다기세트에 달린 수식어입니다. 아니나 다를까 온라인에서는 “얼만지는 안 궁금하다. 사고싶다”, “우리도 제발 사게 해달라”, “대체 어떻게 하면 가질 수 있는 건데…” 등 간절한 외침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한 발 더 나가 “간첩 잡아오면 저 찻잔 받을 수 있냐”, “김정은 목 따오면 되는 거냐”는 등의 농담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국가유공자와 호국 보훈 가족들에게만 나눠준다는 언론 보도에 네티즌들은 “만들어놓고 안 판다니…. 청와대 잔인하다”, “나는 왜 고위 공직자가 아니냐”, “우리 조부모님은 왜 국가유공자가 아니냐”며 비난의 화살을 괜히 엉뚱한 곳으로 돌려보기도 했습니다.
단호하게 말씀드립니다. ‘이니 굿즈’는 국가유공자와 보훈단체 등 특정 사람들만 받을 수 있습니다.
‘국가유공자 등 예우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제4조 1항에 따르면 국가유공자 대상에는 순국선열, 애국지사, 참전유공자, 전몰군경, 4·19혁명사망·부상·공로자, 순직공무원, 공상공무원 등이 포함됩니다. 그리고 국가유공자의 가족이라면 배우자, 자녀, 부모, 조부모, 60세 미만의 직계존속과 성년인 형제자매가 없는 미성년 제매(弟妹) 정도로 정해져 있습니다.
일부 보도에선 이 찻잔·시계 세트가 ‘청와대 방문객 선물용’으로 제공된다고 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방문객이란 관람 신청을 하고 청와대를 방문한 일반인이 아니라 국가유공자와 그의 가족들을 말합니다. 또, 일부 네티즌들은 청와대 사랑재 또는 여민관에서 판매 중이라고 했으나 확인해본 결과 판매하지 않습니다.
물론 여민관에서는 청와대 기념품들이 판매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제작된 찻잔·시계 세트는 판매하지 않습니다. 참고로 말씀드리자면 판매용 기념품에는 청와대 마크가 새겨져 있고, 이번에 비판매 기념품에는 봉황 그림과 대통령 서명이 들어가 있습니다.
돈 주고도 살 수 없는 ‘이니 굿즈’에 네티즌들이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사진= 온라인 커뮤니티 캡쳐
한 네티즌들은 “누구 하나 총대 메고 짝퉁 만들어라. 형이 사준다”라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서명은 문 대통령에게, 디자인은 제작 업체에 있기 때문에 이는 ‘상표법’ 제 66조에 근거해 법적 처벌을 받게 됩니다. 이 찻잔과 시계를 제작한 업체에 “똑같이 만들어달라”고 의뢰를 해서도 안 됩니다. 이를 이용해 홍보 및 판매를 하지 않도록 청와대와 업체 사이에 약속을 했기 때문입니다.
네티즌들은 간첩을 잡아오면 찻잔을 받을 수 있냐는 농담도 했습니다. 그렇다면 간첩을 잡아오면 찻잔·시계세트를 받을 수 있을까요? 국가보안법 제21조 1항은 ‘이 법의 죄를 범한 자를 수사기관 또는 정보기관에 통보하거나 체포한 자에게는 대통령령이 정하는 바에 따라 상금을 지급한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간첩은 국가보안법 제4조 ‘목적수행’에 포함이 됩니다. 간첩을 잡았다면 법무부 국가보안유공자 심사위원회에서 보상 대상자의 결정을 받게 되고, 국가유공자가 되면 문 대통령의 서명이 새겨진 찻잔·시계 세트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김정은 목 따오면 이니 굿즈 받을 수 있냐”는 말도 일부 맞습니다. 국가보안법 21조 3항은 ‘이 법의 죄를 범한 자를 체포할 때 반항 또는 교전상태하에서 부득이한 이유로 살해하거나 자살하게 한 경우에는 제1항에 준하여 상금을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합니다. 국가보안법 제21조에 따라 포상금을 20억 원까지 받을 수 있습니다.
(위)트위터 캡쳐 (아래)온라인 커뮤니티 엠엘비파크 캡쳐
이와 관련해 국가안보전문가 A 씨는 “김정은은 굳이 따지자면 정치범 정도가 되는데, 김정은을 사살하는 것은 법적으로 보상하고 말고의 문제가 아니다. 국가 정치적으로 엄청난 파장이 있기 때문에 국가유공자 대상이 되고 말고를 따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일단 찻잔·시계 세트를 받게 되면 소유권은 청와대에서 개인에게 양도됩니다. 그때는 합법적으로 중고 판매를 할 수 있습니다. 가장 현명한 방법은 ‘중고나라(온라인 중고시장)’를 유심히 살펴보고 구매하는 것입니다.
기자는 간첩을 잡거나 김정은을 사살하는 방법 보다는 중고나라에서 매물이 올라오기를 기다리는 방법을 추천합니다. 물론 간첩이나 김정은을 잡으면 찻잔 따위가 아니라 국민적 영웅이 되겠지만, 그 전에 목숨이 온전치 못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중고 거래 시 ‘이니 굿즈’를 미끼로 수많은 사기꾼들이 판을 칠 수도 있으니 가급적이면 ‘직거래’를 추천합니다.
이같이 ‘문덕’들의 슬픈 사연은 찻잔과 시계가 전부가 아닙니다. 지난 9일 문 대통령 우표 발매 소식이 알려지며 판매처인 우체국과 인터넷 우체국에 문의가 쇄도했습니다. 이 가운데 취미우표 통신 판매에 주문이 폭주하며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습니다. 우표와 찻잔·시계 세트는 고공행진하는 문 대통령의 지지율을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중단된 취미우표 통신 판매. ⓒ우정사업본부
고민정 청와대 부대변인은 국민의 폭발적인 관심에 대해 “국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대통령에게 바라는 기대감과 지지도가 높아서 이런 현상이 일어난 것으로 보입니다”며 “취임 100일이 다가오는 이 시점에서 다시 한 번 뒤를 되돌아보게 되고, 시계 하나에 이렇게 환호를 보내주는 것을 보며 더 열심히 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시 한 번 확인하게 됐습니다.”라고 했습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