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서초동 서울중앙지검 앞에서 맥도날드 고소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피해 어린이 어머니인 최은주 씨(왼쪽)는 맥도날드 해피밀 세트를 먹은 딸(4)이 용혈성요독증후군에 걸려 신장장애를 갖게 되었다며 이날 검찰에 한국맥도날드 유한회사에 대한 고소장을 접수했다. 연합뉴스
# 피해아동들이 먹었다는 ‘맥도날드’ 햄버거
처음으로 피해를 알린 네 살배기 여아를 포함한 아동들이 먹은 것은 ‘맥도날드’ 햄버거다. 이 아동들은 공통적으로 맥도날드 햄버거를 먹고 출혈성 장염을 겪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가장 처음 피해를 호소했던 A 양은 지난해 9월 햄버거를 먹은 이후 복통을 호소하다가 출혈성장염과 용혈성요독증후군(HUS)를 진단받았다. 추가적으로 피해를 호소하는 아동 중 한 명도 HUS를 진단받았다. 1982년 미국에서 덜 익힌 햄버거 패티를 먹어 HUS가 발병한 사례가 있다. 이후 진행된 연구 결과, 환자의 분변에서 검출된 장출혈성대장균이 HUS의 주원인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햄버거병으로 불안해하는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한국소비자원은 시중에서 판매되는 38종의 햄버거 샘플을 선정해 구입한 후 위생검사를 실시했다. 서울 소재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등의 패스트푸드 업체와 세븐일레븐, 씨유 등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햄버거에서 대장균 및 식중독균이 검출되는지를 알아보는 조사였다. 점검 조사 결과 어떤 제품에서도 HUS를 유발하는 장출혈성 대장균은 검출되지 않았다. 유일하게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에서 식중독을 유발할 수 있는 황색포도상구균이 기준보다 3배 이상 검출됐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 6월까지 소비자들이 소비자위해감시시스템에 접수한 햄버거 위해 사례는 711건이었다. 이들 중 일부는 햄버거를 먹은 이후 식중독, 급성장염을 호소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맥도날드 이외의 다른 햄버거를 먹고도 이와 같은 피해를 입었을 가능성도 있다. 이에 한국소비자원은 “햄버거 제조업체 상호명보다는 피해사례에 집중하다보니 업체까지는 일일이 집계하지 않았다”며 “이번 조사의 목적 역시 위생 점검이었지 햄버거 업체를 비난하고자 하던 게 아니기 때문에 피해 사례가 접수됐던 업체를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 맥도날드와 피해아동 측 법적 공방 예상돼
피해아동 측이 검찰에 고소장을 접수했고 검찰이 이번 달부터 직접 수사를 하기로 알려졌다. 검찰은 맥도날드 한국법인 본사 관할인 서울종로경찰서에 사건을 내려 보내려고 했지만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햄버거가 HUS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는지를 밝히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갑 한림대학교강남성심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감염내과의인 내가 이런 일을 겪었어도 인과관계를 밝혀내기가 어려울 것”이라며 “식중독 발생 직후 음식을 수거하고 바로 진단해야 하는데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났기 때문에 햄버거와 감염병 간의 직접적인 인과관계를 밝히기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여전히 맥도날드와 피해아동 측의 공방은 계속되고 있다. 맥도날드는 지난달부터 햄버거 패티가 덜 익을 수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피해아동이 햄버거를 먹고 증상을 보인 것이 보통 장출혈성 대장균 증상이 나타나는 시간보다 빨랐다는 점도 지적했다. 이 때문에 피해아동이 먹은 햄버거가 HUS의 원인이 아닐 것이라는 것. 이에 피해아동 측 황다연 변호사는 “피해아동이 햄버거를 먹고 두세 시간이 지나 설사를 한 것은 식중독을 일으키는 포도상구균 때문이며 이틀 후에 혈변이 나왔다”며 포도상구균과 장출혈성대장균 등의 동시감염을 주장했다. HUS의 잠복기는 1~3일로 알려져 있다.
이 피해아동은 초기 진단 당시 감염병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아 여론의 질타를 받기도 했다. 이에 이 교수는 “감염병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 대변에서 원인균이 나올 확률이 10~20%밖에 되지 않는다”며 “독소 검사와 유전자 검사를 해서 원인균을 확인해야 하는데 식중독 정도의 증상만 가지고 이런 검사를 하는 것도 쉽지 않다”고 밝혔다. 또 “잠복기라는 것은 통계를 바탕으로 한 평균 수치이기 때문에 이보다 짧은 잠복기도 분명 존재한다”고 덧붙였다.
# 이대로 햄버거 먹어도 될까?
햄버거병이라는 단어가 잘못됐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1982년 미국에서 햄버거를 먹고 집단으로 발병했던 것이 화제가 돼 햄버거병으로 이름 붙여졌지만 햄버거뿐만 아니라 물을 통해서도 대장균에 감염될 수 있기 때문이다. 햄버거를 먹을 때도 완전하게 익혀서 먹는다면 전혀 문제될 것이 없다고 알려져 있다. 또 제품을 공정하는 과정에서 대장균이 전파되지 않도록 중간 중간 철저한 관리가 진행된다면 햄버거병을 전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한편 이번 한국소비자원 조사 결과 맥도날드 불고기버거에서 검출된 황색포도상구균은 햄버거병으로 불리는 HUS의 원인인 장출혈성대장균과는 전혀 관련이 없는 것으로 드러났다. 장출혈성대장균은 오염된 소고기, 우유 등을 통해 전파가 될 가능성이 크지만 포도상구균 검출은 식품 원재료, 물, 조리종사자의 손과 옷 등을 통해 식품이 오염되기 때문에 위생상 문제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
한편 맥도날드는 한국소비자원이 미생물검사절차를 준수하지 않고 조사했다고 주장하며 결과에 의문을 제기했다. 또한 결과 공개를 금지해 달라는 가처분 신청서를 법원에 제출하기도 했다. 이에 법원은 ‘표현의 자유 보장 등을 감안할 때, 패스트푸드 회사가 소비자원에 대하여 표현행위의 사전금지를 구할 수 있을 정도로 소명하지 못했다’고 결정해 기각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