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7월 20일 부산 해운정사를 찾아 남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과 아들 이재용 부회장을 위한 수륙재를 지냈다. 앞서 홍 전 관장은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에서 사퇴하기 전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한남동 소재의 부동산을 삼성문화재단에 105억 원에 매각했다. 사진=연합뉴스
부동산등기부 등 자료에 따르면 홍 전 관장은 2016년 8월 자신이 소유하고 있던 한남동 소재의 토지 2필지와 건물 1채를 삼성문화재단에 105억 2834만 원에 매각했다(매각 등기는 11월). 그로부터 일곱 달이 지난 올해 3월 홍 전 관장은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에서 공식 사퇴했다.
앞서 2003년 8월 홍 전 관장은 삼성전자가 소유하고 있던 598㎡(약 181평) 크기의 대지와 298㎡(90평) 크기의 임야를 매입했다. 삼성전자가 이 부지를 매입한 건 1996년 2월이다. 홍 전 관장은 같은 해 11월 용산구청으로부터 건축 승인을 받아 삼성전자로부터 매입한 대지 위에 지하 5층, 지상 1층 규모의 건물을 착공했다. 이 건물은 이듬해 10월 완공됐으며 연면적은 1680㎡(508평)이다.
건축물대장에 따르면 이 건물은 지하 5층(366.28㎡, 111평) 기계실 및 전기실, 지하 4층(301.4㎡, 91평) 교육원, 지하 3층(300.75㎡, 91평) 사무소, 지하 1·2층(지2 299.5㎡, 지1 300.75㎡, 182평) 도서관, 지상 1층(111.38㎡, 34평) 로비 및 화장실 용도다.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 있어 홍 전 관장이 이 건물을 어떤 용도로 활용했는지는 확인할 수 없으나, 개인 소유의 미술품 보존 및 연구, 사무실 용도로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일반적으로 개인 소유의 건물을 교육원이나 도서관과 같은 용도로 관할 구청에 신고하지는 않는다는 게 전문가들의 견해다.
홍 전 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의 부동산 거래를 두고 내부거래를 통한 부동산 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홍 전 관장이 삼성전자로부터 매입한 부지를 다시 삼성문화재단에 매각했고, 관장직에서 사퇴하기 전에 부동산 거래가 이뤄졌기 때문이다.
또 홍 전 관장이 부동산을 매각한 이유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된다. 부동산 매각으로 약 105억 원의 현금이 홍 전 관장에게 들어왔다. 양도소득세를 감안하더라도 100억 원에 가까운 현금을 필요로 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인가라는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이 삼성문화재단에 매각한 부지는 외부인의 출입이 통제돼 있다. 삼성문화재단 측은 미술품의 보존 및 연구를 위해 홍 전 관장으로부터 부동산을 매입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진=고성준 기자
삼성문화재단 측은 관련 의혹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이 어떤 목적으로 이 건물을 활용해 왔는지는 알지 못한다. 알더라도 홍 전 관장의 개인 부동산과 관련된 일이라 알려줄 수 없다”며 “삼성문화재단은 이 건물을 매입한 후 관할구청에 신고된 대로 미술품을 보존 처리하고 연구하는 용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홍 전 관장과 삼성문화재단의 부동산 거래를 두고 부동산 투기 의혹을 제기하는 건 무리가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의견을 구해 적정한 가격에 매입했다”면서 “홍 전 관장이 사퇴하기 전 매매가 이뤄진 건 사실이지만, 당시 홍 전 관장은 관장직에서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사퇴는 홍 전 관장의 갑작스런 결정이었다”고 강조했다.
삼성문화재단 측의 입장대로 시세보다 높은 금액에 부동산 거래가 이뤄진 건 아닌 것으로 보인다. 네이버 부동산에 공개된 한남동 일대의 토지 및 임야 거래가는 3.3㎡당 4700만~5100만 원으로, 매각 가격과 비슷한 수준이다.
홍 전 관장 소유의 개인 미술품을 삼성문화재단이 대신 관리해주는 게 아닌지에 대해 의심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그러나 앞서의 삼성문화재단 관계자는 “홍 전 관장의 개인 미술품이 이 건물에 보관 중이라는 근거가 있느냐”고 반문하며 “이 건물에서는 미술품의 복원 및 숙원과 관련된 보존 처리와 연구가 이뤄지는 곳이다. 외부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건 보존 및 연구 과정의 미술품에 대한 도난 우려가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유시혁 비즈한국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