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13 총선과 올해 5·9 대선을 거치면서 ‘간철수’(간을 많이 본다는 의미의 별칭)에서 ‘강철수’로 변모한 안 전 대표는 당내 반안(반안철수)계 반발에도 출마를 강행했다. 대선 패배 후 칩거 86일 만의 일이다. 안 전 대표는 대선 패배 후 정계복귀의 성공적 모델인 고 김대중(DJ) 전 대통령의 길과 수년째 가시밭길을 가다가 뒤안길로 사라진 이회창 전 자유선진당 총재 및 이인제 전 새누리당 의원의 길 사이에 있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상임공동대표가 9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혁신의길 2 : 정치전략 토론회’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박은숙 기자
그야말로 배수의 진이다. 안 전 대표의 당권 도전은 명분도 실익도 부족하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데다, 당 대표에 오른다고 하더라도 당의 원심력이 잦아들지 미지수다. 안철수 호 출범과 동시에 친안(친안철수)계와 반안 호남파가 결별 수순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안 전 대표가 ‘정계개편의 불쏘시개’로 전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만에 하나 안 전 대표가 8·27 전대에서 패배한다면, 향후 정치인생은 안갯속이다. 일각에선 “정계은퇴가 불가피한 게 아니냐”라는 말도 나온다.
지난해 4·13 총선 직전 창당에 나섰던 안 전 대표는 그간 권노갑 상임고문 등 동교동계의 측면 지원을 받았다. 지난 5·9 대선에서도 전략적이든, 화학적이든 안 전 대표와 호남계는 한 묶음이었다. 호남계와의 결별까지 각오한 이번 8·27 전대가 안 전 대표가 ‘혈혈단신’으로 치르는 첫 승부처인 셈이다. 여기서 패배한다면, 대선에 이은 연패다. 정치적 내상을 넘어 벼랑 끝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안 전 대표의 ‘이른 귀환’에 내포된 정치적 함의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제보 조작 사건이 터지기 전부터 당 대표 출마를 구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대선 과정에서 강한 불신이 싹 텄던 호남계가 당권을 잡을 경우 내년 6·13 지방선거 전 제3지대의 대표적 깃발인 국민의당이 소멸할 수 있다는 우려가 당권 도전에 한몫한 것으로 보인다. 안 전 대표와 호남계는 지난해 4·13 총선 이후에도 정치적 변곡점마다 충돌했다. 그해 10월 비상대책위원장 선임을 둘러싼 갈등이 대표적이다. 당시 안 전 대표는 김병준 국민대 교수를 추천했지만, 호남계의 강한 반발에 막혔다. 당시 호남계 내부에선 “안 전 대표를 빼고 원내교섭단체를 만들자”며 격앙된 반응까지 나왔다. 두 달 뒤 원내대표 경선에서는 호남계가 지원한 주승용 의원이 친안계 지지를 받은 김성식 의원을 꺾고 원내사령탑에 올랐다. 안 전 대표로선 정치적 내상이 컸다.
그만큼 안 전 대표에게도 이번 전대는 중대한 도전이다. 실도 적지 않았다. 안 전 대표 출마를 만류한 측근 박선숙 의원과 틀어졌다는 얘기도 나온다. ‘안철수의 사람들’로 분류되는 초선 10여 명을 비롯해 측근 다수도 안 전 대표 출마를 반대했다. 당 한 관계자는 “원내 지역구 인사 가운데 안 전 대표를 지지하는 인사는 이언주·손금주·최명길 의원 정도 아니냐”라고 말했다. 이동섭 의원 등 비례대표는 100% 당원투표 룰에 플러스요인이 아니라는 얘기다. 하지만 최명길 의원은 한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안 전 대표가 결정한 이상 도울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는 의원이 10명이 넘는다”라고 반박했다. 대선 제보 조작 사건이 극에 달했을 당시 안 전 대표가 입장 표명이 늦어진 이유도 이 같은 손익계산 때문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된다.
안 전 대표 측은 대선 패배 후 ‘포스트 지방선거’ 플랜 구상에 돌입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핵심은 ‘지방선거 후 당권 도전’이다. 안 전 대표가 당 대표를 맡고 측근을 사무총장으로 배치하는 시나리오다. 이 경우 안 전 대표에게 우호적인 박지원 전 대표를 앞세우면 호남계 원심력을 약화할 수 있다는 얘기가 내부에서 흘러나왔다.
이 구상만 맞으면 지방선거 때 손학규 전 위원장을 비롯한 당내 자원을 총동원, 수도권과 호남 대전을 치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한때 김성식 의원의 당권 도전설이 부상했지만, 김 의원이 고사했다. 당 핵심 관계자는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 패배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의원은 “끝까지 (출마를) 만류했는데, 답답하다”고 말했다. 호남권 중진 의원은 안 전 대표와 8월 7일 면담을 끝내자마자 담배부터 찾았다. 이 의원은 “지금 당은 공멸의 길이냐, 같이 사느냐의 중대기로”라며 “(마지막까지) 숙고해 달라고 했지만, 이제 기대를 접어야겠다”고 말했다. 이상돈 의원도 “벽에다 대고 얘기하는 것 같았다”고 힐난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안 전 대표는 “여기서 접으면 정계은퇴나 다를 바 없다”고 마이웨이를 선언했다.
문제는 안 전 대표의 당선 가능성이다. 국민의당 8·27 전대 룰은 ‘100% 당원 투표+결선투표’다. 주승용·조배숙 의원 등 호남계가 주축이 된 반안계 13명은 이미 ‘안철수 출마’ 반대 성명서까지 냈다. 이들의 당원 장악력을 감안하면, 100% 당원 투표는 안 전 대표의 아킬레스건이다. 이언주·손금주·최명길 의원 중 손 의원을 빼고는 지역 당원 민심도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친안 vs 반안’ 구도의 고착은 안 전 대표에게 득보다는 실이 많다는 지적도 나온다. 호남계 한 의원은 “이 구도를 깨지 못한다면, 정계개편 과정에서 민주당으로 흡수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전대 패배 뒤 국민의당이 소멸한다면, 안 전 대표의 향후 정치적 항로는 불투명하다. 사실상 ‘이회창·이인제’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대로 안 전 대표가 전대 승리를 통해 당 재건 작업에 나선다면, 지방선거발 정계개편을 주도할 것으로 전망된다. 복귀 명분으로 들고 나온 ‘극중주의’를 앞세워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통해 6·13 지방선거에 나서는 시나리오다. 이른바 ‘중도대연합’을 고리로 더불어민주당에 대한 견제 장치를 만들려는 포석으로 분석된다. 안 전 대표 승부수가 통한다면 당 대표를 시작으로, ‘바른정당과 통합 등 정계개편 주도→지방선거 승리→총선 승리→대선 승리’로 이어지는 안철수 대권 구상에 한발 다가서게 된다. 국민의당 비대위에 참여한 한 인사는 “안 전 대표에 대한 비판이 있지만, 정동영·천정배 의원으로 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실제 안 전 대표 출마 선언 이후 나락으로 떨어지던 당 지지도는 반등 모멘텀을 마련했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의 8월 1주차(7월31∼8월4일 조사, 7일 발표, 자세한 사항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정당 지지도 조사에 따르면 국민의당은 지난주보다 2%포인트 상승한 6.9%로 더불어민주당(50.6%)과 자유한국당(16.5%)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최근 정의당보다 낮은 지지도로 꼴찌를 면치 못하던 국민의당이 ‘안철수 효과’를 본 것이다. 안 전 대표가 “전기 충격으로 당의 심장이 다시 뛰게 됐다”며 출마 명분 깔기에 나선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안철수 승부수’의 운명은 보름도 채 남지 않았다.
윤지상 언론인
‘문’의 남자 마음은 콩밭? 이용섭 광주시장 출마설 끊이지 않는 까닭 이용섭 일자리위원회 부위원장을 보는 정치권 시선이 심상치 않다. 문재인 정부 실세 이 부위원장의 내년도 6·13 광주시장 출마설이 끊이지 않아서다. 대통령 직속기구인 일자리위의 위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다. 이 부위원장이 사실상 위원장 역할을 하는 셈이다. 전남 함평 출신인 이 부위원장은 전남대(무역학과)-미국 미시간대 석사-성균관대 대학원 박사(이상 경제학)를 거쳐 정통 관료의 길을 걸었다. 행정고시 14회인 이 부위원장은 김대중(DJ) 정부와 노무현 정부 때 각각 관세청장과 국세청장을 맡은 뒤 노무현 전 대통령 신임 아래 행정자치부 장관과 건설교통부 장관을 역임했다. 이후 2008년 18대 총선과 19대 총선에서 내리 당선됐다. 20대 총선 땐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에게 패했지만, 문재인 정부 출범과 동시에 실세로 부상했다. 영원한 친노(친노무현)이자 친문(친문재인)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대선 전후로 측근들에게 문 대통령의 실세 중 한 명으로 이 부위원장을 꼽기도 했다. 현재 이 부위원장의 차기 광주시장 출마 입장은 ‘NCND’(neither confirm nor deny·긍정도 부정도 아님)다. 지방선거에 선을 긋는 모양새지만, 그렇다고 명확한 불출마 의사 표시도 없다. 지방선거발 정계개편의 물꼬가 트이는 올해 연말과 내년 초 전후로 출마 여부에 대한 입장을 표명할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다수의 관계자들은 이 부위원장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는 분위기다. 여론조사전문기관 <리얼미터>에 따르면 7월15∼16일 이틀간 <전남일보>의 의뢰를 받아 19일 광주시장 적합도를 발표한 결과를 보면, 이 부위원장이 23.5%로 가장 높았다. 이어 현직인 윤장현 광주시장 11.9%,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 9.2%, 강기정 전 민주당 의원 8.6%, 민형배 광산구청장 8.5% 순(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이었다. 당 안팎에선 2014년 6·4 지방선거 당시 이 부위원장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상임 공동대표, 윤장현 시장 간 악연이 광주시장 경쟁을 촉발할 것으로 전망한다. 당시 민주당은 ‘안철수·김한길’ 공동 체제인 새정치민주연합 시절이었다. 안 전 대표의 지지를 받은 윤 시장이 공천을 받으면서 이 부위원장은 무소속으로 나선 강운태 후보를 지지했다. 윤 시장은 5·9 대선 때 강기정 전 의원과 함께 광주 민심을 돌려놓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인물로 평가받는다. 이에 따라 현 정부 실세인 이 부위원장과 윤 시장, 강 전 의원, 친문 양향자 전 최고위원 등 간의 경쟁은 ‘문심’(문 대통령 의중)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