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은광석.
[서울=일요신문] 정리 송기평 기자 =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대선 과정에서 “내가 네 엄마를 죽였다”라는 치매가족의 아픔을 말하면서 복지공약 1호로 치매국가책임제를 공약했다.
이에 대한 구체적인 실천방안으로 노인장기요양보험에도 ‘본인부담상한제’를 실시해 돈이 없어 부모님을 모시지 못하는 경우가 없도록 치매는 국가가 책임지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지난 7월 19일 국정기획자문위원회 100대 국정과제 발표에서 노인복지 공약1호 본인부담상한제는 본인부담경감제로 변질되었고 70만 치매 부모님을 모시는 보호자와 가족들의 희망은 송두리째 침몰되었다.
대통령의 공약이 바뀔 수는 있다. 그러나 공약이 바뀌더라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수준의 설명이 있어야 하는 것이 마땅하다. 그래야 국민주권시대라 할 수 있다.
만약 대통령도 모르게 보건복지부가 대통령의 공약을 임의대로 바꿔치기 했다면 국가기강을 무너뜨린 사건이며, 대통령보다 더한 권력에 보건복지부가 있다고 봐야 한다.
사회적 효를 실천하는 100만 노인장기요양보험 종사자들과 가족들은 이러한 사태를 좌시할 수 없어 오는 8월 22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여의도 문화의광장에서 ‘적정수가 보장 및 대통령 공약 1호 본인부담상한제 촉구 결의대회’를 개최하기로 결정했다.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는 2008년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의 사랑을 받으며 90%가 넘는 대국민 만족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노인복지와 사회적 효를 실천하는 노인장기요양기관들은 장기요양급여 제공기준 및 급여비용 산정방법 등에 관한 고시와 세부사항 법률에 따른 강압적인 현지조사 등의 이유로 일방적 처벌을 받아오며 견뎌왔다.
특히, 보건복지부 공무원들은 연간 60일간의 병가를 주고 있으나, 노인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은 입원기준 연간 7일만 병가가 허용돼 왔다. 종사자가 아파서 결근할 때 다른 사람이 그 일을 대신하면 처벌해 왔다. 노인장기요양시설 종사자들은 1년에 7일만 아파야 한단 말인가.
또 최저임금보다 못한 수가를 인상해 주면서 허리띠를 졸라매게 했다. 그래서 종사자를 구하지 못하면 환수조치하고 감산 당했다.
종사자를 직접인력, 간접인력이니 구분하면서 같은 직장 내에서 요양보호사에게는 처우개선비를 주고 나머지 직종은 처우개선비를 주지 않고, 이제는 장기근속 장려금도 종사자를 구분해서 누구는 주고 누구는 주지 않겠다고 한다.
처우개선비와 장기근속 장려금을 받지 못하는 종사자들은 소위 블랙리스트에 올라가 있는 기분이다. 어떻게 한 시설에서 종사자들을 이렇게 차별대우하면서 운영하란 말인가? 4차 혁명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적 적폐 중의 하나인 현장경험 없는 탁상행정의 표본이다.
2015년 기준 노인장기요양보험 요양원 종사자수는 7만9,103명이며 급여비용은 2조3,474억원 정도이다. 이에 비해 요양병원 종사자는 6만6,855명으로 급여비용은 4조2,503억원 정도이다.
1인당 종사자 비용을 계산하면 요양원의 경우 2만9,676원이고, 요양병원의 경우는 6만3,575원이다. 요양병원 종사자 1인당 비용은 요양원에 비해 2.14배 높다. 2015년 기준으로 요양병원에 투입되는 종사자 수를 요양원에 투입하게 되면 9만0,177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
세계적인 추세는 치매 요양병원을 줄이는 추세에 있다. 치매는 요양원이 정답이고 그래서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가 출범했던 것이다. 정책을 바로 잡아야 한다.
요양원에 입소하신 치매어르신 6만4,572명에게 본인부담상한제를 도입하면 2,768억원의 재정이 소요된다. 그러나 요양병원에 가면 본인부담상한제에 따라 환급되는 금액이 3,261억원이 소요되기에 오히려 연 492억원이 절감된다.
입원비용 전체로 보면 연간 1조141억원이 절감돼 국민의 부담이 크게 줄어들게 되고 건강보험 재정도 건전해진다.
이제 10년간 현장에서 묵묵히 일해 온 사회복지인들이 총궐기할 것이다. 무능하고 편파적이고 나라의 미래복지를 살피지 않는 무능한 보건복지부 장관을 우리는 원하지 않는다. 사회복지 전반에 걸쳐 대한민국 복지가 살아나게 하는 올바른 보건복지부 장관을 원한다.
/한국노인복지중앙회 회장 은광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