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사의 협력은 자연스럽게 통신업계 1위인 SK텔레콤과 경쟁구도로 이어진다. KT와 LG유플러스는 사물인터넷(IoT) 전용망으로 NB-IoT 방식을, SK텔레콤은 로라(LoRa)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이다. KT는 “(NB-IoT는) 저전력 장거리 무선통신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LoRa와 비슷하지만 LoRa는 비면허 주파수를 사용하고 NB-IoT는 전국망을 기반으로 한다”며 “NB-IoT가 (LoRa에 비해) 촘촘한 커버리지와 안정적인 서비스 품질을 제공하는 데 보다 유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고 SK텔레콤을 견제하는 태도를 보였다.
김영만 LG유플러스 NB-IoT 담당(좌)과 이광욱 KT IoT 사업전략담당이 NB-IoT 오픈랩 개소식에 참석해 협력을 다짐하고 있다. 사진=KT
KT와 LG유플러스의 협력은 다른 곳에서도 나타난다. 지난 4월 LG유플러스는 KT뮤직(현 지니뮤직) 지분 15%를 267억 원에 인수했다. 당시 KT는 “KT와 LG유플러스 가입자를 대상으로 고객만족을 강화할 수 있는 신규 서비스를 출시해 차별화를 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난 6월에는 KT그룹사 후후앤컴퍼니와 LG유플러스가 공동 개발한 스팸전화 차단 서비스 ‘후후-유플러스’를 출시했다. 또 주소록 검색창에 상호명을 입력하면 전화번호, 주소, 영업시간 등을 안내하는 ‘번호안내서비스’도 함께 하고 있다. 지난 7월 20일에는 KT내비와 U+내비의 데이터를 통합한 내비게이션 ‘원내비’를 출시했다.
양사의 협력은 국내 시장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해 말 국내 통신 3사는 방글라데시의 1033억 원대 ‘광대역 무선통신망 구축사업’ 입찰에 참여했다. 당시 KT와 LG유플러스는 방글라데시 통신공사에 민원서를 보내 SK텔레콤과 대영유비텍의 유착관계가 있다고 주장하며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대영유비텍은 해당 사업의 기본설계를 진행한 업체다. 방글라데시 통신공사는 지난 1월 사업 선정자 발표를 할 예정이었지만 아직 발표하지 않았다.
이처럼 올해 KT와 LG유플러스의 협력이 눈에 띄지만 아직까지 큰 성과를 이뤘다고 보긴 어렵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지난 5월 말 기준 국내 통신사 가입자 6145만 명 중 SK텔레콤이 2665만 명, KT가 1565만 명, LG유플러스가 1202만 명, MVNO(가상이동통신망사업자) 713만 명이다. SK텔레콤의 점유율은 약 43.4%로 2016년 말 43.8%에 비하면 소폭 줄었다. 같은 기간 KT는 27.9%에서 30.7%로 상승했지만 LG유플러스는 22.6%에서 22.5%로 큰 차이가 없다.
양사는 SK텔레콤을 견제하기 위한 협업이 아니었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 KT 관계자는 “서로 경쟁할 건 경쟁하고 협력할 건 협력하는 게 기업에는 자연스러운 일”이라며 “사업적으로 LG유플러스와 방향성이 맞아 협력하는 것이지 SK텔레콤을 견제한다는 경영적 판단을 한 게 아니다”라고 밝혔다. LG유플러스 관계자 역시 “대고객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협업할 뿐 SK텔레콤을 견제하는 건 아니다”라며 “앞으로도 협력할 수 있는 부분이 있으면 협력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KT와 LG유플러스는 모두 “현재 SK텔레콤과 협업하고 있는 부분은 없지만 회사에 도움이 된다면 SK텔레콤과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일부러 KT나 LG유플러스와 협업을 피하는 건 아니다”라며 “협력할 부분이 있으면 협력할 수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SK텔레콤과 협업은 어려울 것이라는 견해도 있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1위 사업자가 본인들의 좋은 서비스를 하위 사업자와 공유하면서 협업하려 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T맵은 빅데이터를 쌓기 위해 협업을 할 수 있겠지만 그 외 분야에서 SK텔레콤이 다른 통신사와 협업할 이유는 없어 보인다”고 전했다.
서울시 중구에 위치한 SK텔레콤 본사.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양사는 협업을 지속할 뜻을 내비쳤지만 협업으로 인한 통신시장 변화에 대해서는 의견이 엇갈린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내비게이션의 경우 KT와 LG유플러스의 이용고객을 합쳐도 SK텔레콤 T맵 이용자 수의 3분의 1 수준이고 지니뮤직 역시 멜론과 비교하면 점유율이 현저히 떨어진다”며 “혼자서는 경쟁력을 키우기 쉽지 않은 분야에서 손을 잡은 것이라 당분간 SK텔레콤을 위협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2000년대 초반 SK텔레콤 점유율이 50%를 넘었던 걸 생각하면 현재는 많이 하락했다”며 “KT와 LG유플러스가 협업해 결합서비스 상품을 내놓으면 많은 고객이 2~3년 주기로 통신사를 교체한다는 점을 생각했을 때 수년 후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고 전했다.
SK텔레콤은 KT와 LG유플러스의 움직임을 인지하고는 있지만 의식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대신 기존 사업을 강화하면서 점유율 유지를 목표로 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SK텔레콤 관계자는 “SK텔레콤이 우위를 점하고 있는 분야에 대해 양사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협력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다”고만 할 뿐 대응 방안이나 향후 전망에 대해서는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박형민 기자 godyo@ilyo.co.kr
통신 3사, ‘저소득층 이동전화 요금 감면 확대’ 정부·시민단체 협공에 직면 지난 1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과기정통부)는 저소득층 이동전화 요금 감면을 확대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표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생계‧의료급여수급자는 기존 1만 5000원의 통신비 기본 감면을 2만 6000원으로 확대하고 기본 감면 혜택이 없었던 차상위계층은 1만 1000원을 기본 감면해준다. 과기정통부는 “연내 시행을 목표로 제도 개편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통신사들은 정부 방침에 대해 비판적인 태도를 취한다. 통신업계 관계자는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기보다 시장의 자율화에 맡겨야 한다”며 “정부의 요구를 수용하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책임에서도 벗어나기 힘들다”고 전했다. 통신업계 다른 관계자는 “지난해 통신 3사의 영업이익을 합치면 3조 원 수준인데 가입자가 6000만 명이 넘는다는 걸 감안하면 가입자 1인당 영업이익이 1만 원도 안 된다”며 “이미 포화 상태인 국내 시장에서 버티기도 어려운데 통신비를 인하하면 회사 실적의 대규모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시민단체들은 통신사들의 이 같은 태도를 비판한다. 지난 7일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는 논평을 통해 “현대인의 생활·정보·안전의 필수품인 통신서비스의 성격에 비추어 본다면 국민들의 통신비 인하 요구는 정당하다”며 “통신 3사가 일부 계층의 소폭 인하 조치마저도 거부하고 방해한다면 지금보다 더한 범국민적 지탄과 비판에 직면할 것”이라고 밝혔다. 유영민 과기정통부 장관은 지난 10일 경기도 일산 코엑스에서 열린 ‘제21회 대한민국과학창의축전’에 참석해 “(통신사들이) 어렵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가 가야 될 길이 있으니 통신사들과 협의하며 진행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앞의 통신업계 관계자는 “통신사들이야 결국 정부의 뜻에 따르겠지만 주주들의 움직임은 예측하기 어렵다”며 “이미 단체행동을 준비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다”고 전했다. [박]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