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28일 신세계 이마트가 명동에 국내 최대 규모의 H&B스토어 부츠 본점을 열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명동 본점은 각 H&B스토어가 추구하는 방향성을 보여주는 ‘플래그십 스토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2012년 오픈한 올리브영 명동 본점은 다른 올리브영 매장보다 헬스·생활용품과 식음료의 비중이 크다. 뷰티 매장으로 인식되던 올리브영을 라이프 스타일숍으로 변모시키겠다는 CJ의 의지가 반영된 것이다. 실제로 최근 문을 연 올리브영 매장의 상당수는 이전보다 다이어트·건강식품의 비중이 많이 늘어났으며 과일과 가공식품을 판매하는 곳도 있다. 저렴한 가격과 높은 접근성으로 편의점을 위협하는 일본의 H&B스토어를 떠올리게 한다.
이마트가 내세운 부츠의 차별화 포인트는 자체 브랜드 입점이다. 명동점 이전에 오픈한 부츠 스타필드 하남점, 신세계백화점 센텀시티점, 고속버스터미널점에는 ‘넘버세븐’, ‘솝앤글로리’, ‘보타닉스’ 등 부츠 자체 브랜드와 ‘노브랜드’, ‘피코크’, ‘센텐스’ 등 이마트 자체 브랜드 제품이 상당한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시범점포에 대한 반응은 그다지 크지 않았던 게 사실이다. 부츠 자체 브랜드는 인지도가 낮은 데다 국내로 입고되면서 소비자 가격이 크게 올라 가격 경쟁력이 떨어진다. 이마트 자체 식품 브랜드의 매출 견인 효과도 별로 없었다는 평가가 있다. 국내 H&B스토어에서 식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미한 탓이다.
이를 반영하듯 부츠 명동점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다양한 백화점 브랜드의 입점이다. 명동 본점 1층과 3층엔 맥, 크리니크, 베네피트, 비오템, 슈에무라, 오리진스 등의 백화점 브랜드가 자리 잡고 있다. 비록 전 제품은 아니지만 각 브랜드의 대표 상품은 대부분 갖춰져 있다. 또 브랜드 부스에 부츠 직원이 있어 백화점과 마찬가지로 상품 구매를 돕는다. 다만 백화점과 달리 고객이 먼저 요청하지 않았는데 먼저 말을 붙이는 경우는 거의 없다. 백화점과 기존 H&B스토어의 특징을 절충한 것이다.
부츠 명동 본점에는 기존 H&B스토어와 달리 다양한 백화점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박정훈 기자 onepark@ilyo.co.kr
일각에서는 신세계백화점의 프리미엄 뷰티 편집숍 ‘시코르’를 염두에 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온다. 이마트 부츠 관계자는 “부츠의 차별화 포인트는 럭셔리와 자체브랜드”라며 “뷰티제품 이외의 다양한 제품군을 취급한다는 점에서 시코르와 비교될 수 없다”고 일축했다.
이마트가 럭셔리를 부츠의 차별화 포인트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부츠 명동점의 경우 백화점 브랜드의 부스 크기는 일반 브랜드보다 큰 편이다. 더군다나 직원들이 고객들에게 컨설팅과 피부톤 테스트를 해주는 별도의 공간까지 필요하다. 이마트에서 밝힌 것처럼 일반적인 H&B스토어 규모인 기존 분스 매장이 부츠로 바뀌면 넉넉한 공간을 마련하기란 쉽지 않다.
비록 명동 본점에는 앞의 백화점 브랜드들이 입점해 있지만, 향후 출점할 소규모 점포에도 이러한 브랜드들이 입점할지는 의문이다. 고급스러운 이미지를 추구하는 브랜드가 중저가 이미지가 강한 소규모 H&B스토어와 손을 잡기는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마트 부츠 관계자는 “영국처럼 매장 규모에 따라 3가지 형태로 출점할 수 있으며 아무래도 상권이 좋은 곳에 큰 매장이 들어설 것”이라며 “다만 백화점 브랜드의 경우 대부분 해외 브랜드라 일일이 납품 계약이 쉽지 않아 다른 매장에도 입점할지에 대해서 확실하게 정해진 게 없다”고 밝혔다.
부츠가 H&B스토어업계에 정식으로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업계 1위 올리브영은 현재의 방침을 고수할 것으로 보인다. CJ 올리브네트웍스 관계자는 “중저가 브랜드 전략으로 업계에 성공적으로 정착했기 때문에 헤어, 바디제품과 건강기능식품 확대를 제외하고 당장 지금의 형태를 바꿀 생각은 없다”며 “다만 최근 입점한 오리진스, 크리니크처럼 올리브영의 강점인 더모 코스메틱의 경우 상황에 따라 백화점 브랜드도 들어올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