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KBS2 ‘1대 100’에 출연했던 샤이니 온유. 사진=KBS 화면 캡처
지난 12일 남성 5인조 아이돌 그룹 샤이니의 멤버 온유(28·본명 이진기)가 강제추행 혐의로 경찰의 조사를 받았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연차가 높은 아이돌 그룹 가운데 비교적 구설수에 오르지 않았던 샤이니였던 만큼 정확한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부터 대중의 큰 관심을 받았다.
사건은 이날 오전 6시~7시 사이에 일어났다. 테이블을 잡는 것만으로도 속된 말로 ‘박이 터진다’는 강남 논현동의 한 유명 클럽인 D 클럽에 온유와 일행이 방문한 시간은 새벽 5시 30분경. 이날 온유와 일행들은 DJ로 데뷔하는 한 친구를 축하하기 위해 D 클럽을 찾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미 클럽에 도착했을 때부터 온유는 상당히 취해있는 상태였고, 테이블을 잡은 뒤에도 샴페인 2병을 시켜 마셨다.
이 클럽은 특이하게 테이블이 ‘스테이지’로 이용된다. 스테인리스로 된 낮은 높이의 테이블은 위에 올라가 춤을 출 수 있도록 튼튼하게 설계돼 있다. 이날도 온유 일행이 미리 잡아놓은 테이블 위에 여성들이 올라가 춤을 췄다. 이 여성들은 온유 일행과 아는 사이가 아니었고, 당시 남자친구 등 다른 남성들과 함께 클럽을 찾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여기서 1차 접촉이 발생했다. 피해 여성 A 씨는 온유가 갑자기 자신의 다리를 잡았다고 주장한다. 온유의 일행은 “술에 취해서 비틀거리다가 몸을 가누기 위해 잡은 것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1차 접촉에서는 A 씨가 즉각 항의하고, 온유 일행이 사과하는 것으로 일단락되는 것처럼 보였다.
그런데 약 10분 뒤에 온유가 다시 자리에 앉는 과정에서 두 번째 접촉이 발생했다. 또 다시 A 씨의 다리를 잡은 것. 이에 A 씨가 강력하게 항의하면서 사건이 커지기 시작했다. A 씨와 떨어진 곳에 있었던 그의 남자친구가 경찰에 신고했고, 신고를 접수한 논현지구대가 출동해 온유를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샤이니 온유. 고성준 기자
A 씨 측은 고의적인 성추행을 주장했고, 온유 측은 “당시 인사불성 상태여서 자신이 뭘 했는지 모를 것”이라고 해명했다. 실제로 온유가 상당히 취해있었다는 사실은 조사를 진행한 경찰도 인정한 바 있다. 그러나 A 씨 측은 같은 여성에게 두세 차례나 같은 부위를 만졌다는 것에 의구심을 품고 “고의성이 있었을 것”을 주장했다.
샤이니의 소속사인 SM엔터테인먼트는 신속하게 일처리를 했다. 온유의 사건이 보도된 직후 약 30여 분 만에 공식 입장을 냈다. 그것도 아직 경찰 조사 중인 사건을 “일단락됐다”고 못 박은 공식 입장이었다.
SM은 “온유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춤을 추다가 주변 사람과 의도치 않게 신체 접촉이 발생해 오해를 받아 경찰에서 조사를 받았다” “상대방도 취중에 일어날 수 있는 해프닝임을 인지했고 이에 모든 오해를 풀고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는 고소 취하서를 제출했다”라고 밝혔다. 경찰 측이 사건을 검찰에 송치할 방침이라고 밝혔던 것과 달리, SM은 이미 사건이 무혐의로 종결된 것처럼 공식 입장을 보도자료로 내놓은 것이다.
이상한 점은 SM이 “오해를 풀고 어떤 처벌도 원하지 않는다”고 밝힌 피해자 측이 작성했다는 고소 취하서를 SM 측 변호인이 제출했다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고소·고발·진정 등 수사 의뢰를 취하하기 위해서는 수사를 의뢰한 당사자, 또는 당사자가 지명한 대리인이 직접 취하하도록 돼 있다. 그런데 정작 사건에서 가해자 입장에 있는 상대의 법률 대리인이 취하서를 들고 왔다는 데에 의혹의 눈초리가 가시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한 경찰 관계자는 “조작의 여지가 없고 문서 진정 성립 요건만 갖춰졌다면 취하서를 피의자 측이 가져온다고 해서 큰 문제는 없다”라며 “다만 실제 피해자가 취하서에 적은 대로 사건을 종결할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는 별개의 이야기고, 취하와는 관계없이 사건 수사는 진행된 것으로 안다”라고 일축했다.
SM의 공식입장에 대한 의혹은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당시 목격자들은 온유가 몸을 가눌 수 없는 상태였으며 몸을 일으키려다, 또는 다시 앉으려다 A 씨와 의도치 않은 신체 접촉을 한 것이라고 증언했다. 그런데 SM 측은 도리어 “(온유가) 술에 취한 상태에서 춤을 추다가 신체 접촉이 발생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초반 경찰 조사에서 묻는 말에 정확한 대답도 못할 정도로 만취상태였다는 온유가 춤을 추다가 추행으로 오해를 살 만한 행위를 했다는 것이 SM의 주장이다. 온유에게 다소 유리했던 목격자 증언을 도리어 SM이 뒤집은 것이나 다를 바가 없게 됐다.
여기에 A 씨 측이 “언론의 취재로 신상털이 등 2차 피해가 우려돼 고소 취하서에 서명하기는 했지만 추행 사실은 변함없다”고 진술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SM의 해명은 더욱 무색해졌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SM이 너무 급하게 사건을 덮으려다가 오히려 제 발목을 잡은 셈이 된 것 같다”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경찰은 온유 사건을 불구속 기소 의견으로 지난 14일 검찰에 송치했다. 결정적인 증거가 갖춰지지 않은 성범죄 사건에서는 피해자의 일관된 진술과 목격자 등 제3자의 증언이 효력을 발휘한다. A 씨의 고소 취하서나 “피해자도 만취 상태에서의 해프닝을 이해”했다는 SM 측의 주장을 떠나 기소 의견으로 송치된 이유도 여기서 기인한다. 피해자의 진술과 목격자의 증언이 일치해 신빙성이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한편 사건 발생일 이후 온유는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으며, 오는 25일 방영이 예정됐던 JTBC 드라마 <청춘시대 2>에서 최종 하차가 결정됐다. 당초 사건이 보도되면서 대중들 사이에서는 온유가 <청춘시대 2>에서 맡은 배역인 ‘쑥맥 공대남’이 성추문에 휘말린 온유와 어울리지 않는다는 이유로 하차를 요구해 왔던 바 있다.
김태원 기자 deja@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