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태용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감독. 사진=대한축구협회
[일요신문] 대한민국의 2018 러시아 월드컵 본선 진출을 판가름할 신태용호 명단이 발표됐습니다. 이번 명단에 많은 눈길이 쏠렸습니다. 어느 때보다 중요한 경기를 앞두고 있기 때문입니다.
대표팀은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단 2경기를 남겨두고 있지만 본선진출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각조 2위까지 본선에 직행하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은 A조 2위로 3위 우즈베키스탄에 승점 단 1점 앞서있을 뿐입니다. 대표팀은 오는 31일 이란 전, 9월 5일 우즈벡 전을 앞두고 있습니다. 단 2경기에 월드컵 진출 여부가 달려있는 것입니다.
경기의 중요성과 더불어 감독 교체도 이번 명단을 주목하게 만드는 이유입니다. 이번 대표팀은 신태용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으로 소집하는 이들입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코치진. 사진=대한축구협회
대표팀은 최종예선 내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이란 원정에서는 유효슈팅 조차 기록하지 못했고 압도적 전적을 자랑하는 중국전에서도 보기 드문 패배를 기록했습니다. 한 수 아래로 여기던 카타르, 시리아를 상대로도 고전했습니다.
이처럼 한국 축구가 흔들릴 때마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 축구팬 사이에서 우스갯소리로 나온 말이 있습니다.
“이럴 거면 전북 현대 선수들을 그대로 뽑아서 조직력이라도 다지자”
그저 팬들 사이에서, 농담이 섞여 오가는 이야기이지만 답답함이 느껴졌습니다. 반면 이는 K리그 내에서 전북의 위상을 확인할 수 있는 농담이기도 합니다.
전북 현대 선수단과 서포터. 사진=전북 현대 제공
전북 현대는 지난 2009년 첫 리그 우승 이후 2010년대 K리그를 지배한 강팀입니다. 2009년 이후 8년간 단 한 시즌도 3위 밖으로 벗어난 적이 없습니다. 그사이 리그 우승 횟수도 3회나 추가했습니다. 지난해에는 아시아챔피언스리그(ACL)를 석권하며 아시아 최강자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습니다.
꾸준히 강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그들이기에 ‘그대로 국가대표로 뽑자’는 말이 나온 것입니다. 실제 이번 대표팀 명단에서도 전북이 가장 많은 대표선수를 배출했습니다. 6명의 선수가 전북에 이어 대표팀에서도 손발을 맞추게 됐습니다.
전북 소속으로 이번 대표팀에 뽑힌 선수는 김민재, 김신욱, 김진수, 이동국, 이재성, 최철순입니다. 대표팀 막내이자 첫 발탁인 김민재는 “같은 팀 형들이 있어 든든하다”고 말할 만큼 많은 선수들이 전북에서 뽑혔습니다.
특히 수비수만 3명이 뽑혔습니다. 좌우 측면과(김진수, 최철순) 중앙(김민재) 등 위치를 가리지 않고 수비수가 고루 뽑혔습니다. 대표팀과 전북의 전력을 비교할 때 특히 수비를 놓고 많은 말들이 오가기도 했습니다. 대표팀이 그동안 수비 불안으로 어려움을 겪었기 때문입니다. 지난해에 이어 리그 최소 실점팀을 만들어가고 있는 전북 수비수들의 활약이 기대되는 대목입니다.
전북 현대 미드필더 이재성. 사진=전북 현대 제공
미드필드에서는 이재성이 뽑혔습니다. 이재성은 K리그 최강이라 불리는 전북에서도 팀을 이끄는 에이스로 꼽히고 있습니다. 리그 우승, 아시아챔피언스리그 우승, 영플레이어상 수상 등 프로 경력 4년 만에 많은 것들을 이뤘습니다.
공격진에서는 3명의 최전방 공격수 중 외국인 선수 에두를 제외한 김신욱과 이동국이 모두 대표팀에 뽑혔습니다.
이들 6명 이외에도 대표팀 명단을 살펴보면 ‘전북색’이 느껴지는 선수가 있습니다. 권경원, 김기희, 김보경 입니다. 이들은 현재 해외리그에서 뛰고 있지만 전북에 몸담은 적이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권경원은 전북 유스팀인 영생고 출신으로 전북에서 프로 생활을 시작했다. 전북에서의 세번째 시즌을 앞두고 가진 연습경기에서 상대팀 감독의 눈에 띄어 해외로 이적하게 됐습니다.
중앙수비수 김기희는 2013년 여름부터 전북에서 활약하다 지난해 중국으로 진출했습니다. 약 2년 반의 시간동안 전북에서 주축 수비수로 활약했습니다. 이에 73억이라는 거액의 이적료를 안겨줬지만 최강희 전북 감독은 그의 공백을 매우 아쉬워했습니다. 실제 그의 공백에 시즌 초반 전북 수비가 흔들린다는 지적이 있기도 했습니다.
이번 대표팀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은 이동국. 사진=전북 현대 제공
미드필더 김보경도 이들과 마찬가지로 전북에 몸담은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가 전북에서 뛴 기간은 약 1년 반 정도입니다. 그럼에도 그에게서 ‘전북색’이 느껴지는 이유는 약 8년간의 프로생활 중 국내에서는 전북에서만 뛰었기 때문입니다. 또한 그는 유럽 리그에서 팀을 찾지 못해 아시아 무대로 돌아오는 등 겪었지만 전북에서의 활약으로 ‘부활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멀어졌던 대표팀에도 복귀했습니다. 이번 대표팀에서도 지난 6월까지 손발을 맞추던 이재성과의 콤비플레이가 기대됩니다.
전북 유니폼을 입었던 선수는 이들뿐만이 아닙니다. 베테랑 공격수 염기훈과 이근호도 전북에서 활약한 적이 있습니다. 염기훈은 지난 2006년 전북에서 프로로서 첫 발을 내딛었습니다. K리그 대상에서 신인상을 받기도 했습니다. 이근호는 지난 2015년 카타르리그에서 주전경쟁과 적응 등에 어려움을 겪다 전북이 내민 손을 잡았습니다. 이들 모두 전북에서 우승(ACL, 리그)을 경험했습니다.
이처럼 많은 전·현직 전북 선수들이 대표팀에 합류했는데요, 전북 구단에선 이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요. 전북 구단 관계자는 <일요신문i>와의 통화에서 “한국 축구의 중요한 시기에 이처럼 많은 선수들이 발탁돼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좋은 결과 나올 수 있도록 팬 여러분들의 많은 응원 부탁드린다”고 했습니다. 리그가 한창 진행 중인 시기에 주축선수 6명을 대표팀에 보내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상황인데요. 이에 대해서는 “대표팀 경기와 가까운 리그 일정은 9월 9일 경기(강원 FC전)다. 일정상 여유도 있고 대표팀에 가지 않는 선수들도 충분한 경쟁력이 있다. 크게 문제될 것 없다”고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 선수들. 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강력한 전력을 자랑하는 전북의 주축선수들이 선발됐지만 대표팀에는 이들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대표팀 터줏대감 구자철, 기성용, 손흥민, 장현수, 유럽에서 성공적 커리어를 이어나가고 있는 황희찬과 권창훈, 국내에서 두드러지는 활약을 보이는 고요한, 김민우, 조현우 등도 활약을 기대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이번 국가대표팀의 최고령 선수인 이동국은 “축구를 하고 있는 한, 유니폼을 벗지 않고 있는 한 영원한 목표이자 꿈”이라는 말로 국가대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밝힌 바 있습니다. 국가를 대표해 나서는 이번 경기에서 소속팀에 관계없이 모든 선수들이 ‘원팀(one team)’으로 똘똘 뭉쳐 좋은 결과를 낼 수 있길 기대해 보겠습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첫 발탁’ 권경원과 신태용 감독의 인연 이번 대표팀 명단 발표에서는 최초 소집 선수인 권경원과 김민재에게 눈길이 갔습니다. 김민재는 K리그에서 주목 받는 ‘괴물 신인’으로 명단 발표 전부터 조명을 받았습니다. 반면 권경원은 중국리그에서 뛰고 있는 탓에 상대적으로 덜 주목을 받았습니다. 전북 현대에서 미드필드로 활약하다 2015년 아랍에미리트 리그 알 아흘리로 이적한 그는 그 곳에서의 활약을 바탕으로 약 132억 원의 이적료로 2017년 중국 슈퍼리그 텐진 취안젠으로 이적했습니다. 알렉산드로 파투 인스타그램 세계적 수비수였던 이탈리아 출신 파비오 칸나바로가 지휘봉을 잡고 있는 팀에서 그는 알렉산드로 파투, 악셀 비첼 등과 함께 주축 외국인 선수로 활약하고 있습니다. 슈퍼리그 정책의 갑작스러운 변화로 리그 내 한국 선수들이 경기를 뛰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권경원에게는 남의 이야기입니다. 축구 통계 사이트 ‘트랜스퍼마켓’에 따르면 그는 올 시즌 슈퍼리그 13경기에 나서 1170분을 소화했습니다. 지난 7월에는 팀 동료 파투가 소셜 미디어에 “세계 최고의 한국인(The best Korean in the world)” 이라는 게시물을 사진과 함께 올리기도 했습니다. 이외에도 눈길을 끄는 점은 신태용 감독과의 인연입니다. 신태용호 1기 선수들은 대다수가 신태용 감독과 지도자와 선수로서 인연이 있는 이들입니다. 김진현, 김영권, 김주영, 기성용, 손흥민, 남태희, 구자철, 이근호, 이동국 등은 울리 슈틸리케 전 감독 부임 이전 신 감독이 임시 지휘봉을 잡았을 때 손발을 맞춘 경험이 있습니다. 장현수, 권창훈, 황희찬 등은 지난 2016 리우 올림픽에서 함께 했습니다. 이외에도 대다수의 선수들이 신 감독의 코치 시절 대표팀에 드나들던 선수들입니다. 하지만 권경원만큼은 신 감독과의 연결 고리가 없습니다. 이는 신 감독도 언급한 바 있습니다. 그는 지난 14일 기자회견에서 “권경원은 잘 모르는 선수지만 김남일 코치가 직접 중국에서 눈으로 확인했다”고 말했습니다. 김남일 코치는 지난 2014년 권경원과 함께 전북 미드필더를 책임지기도 했습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