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신문] 올해 상반기를 휩쓴 뷰티계 키워드는 바로 ‘퍼스널컬러’였습니다. 사람들에게는 저마다의 피부톤이 있고, 이에 따른 컬러가 있는데, 같은 색이라도 누군가에게는 찰떡같이 어울리고 누군가에게는 안색이 불편해 보일 만큼이나 어색해 보이기도 합니다. 문재인 대통령을 비롯한 대한민국의 정치인들은 어떤 스타일링을 고수하고 있을까요? 과연 자신에게 잘 어울리는 컬러를 매치하고 있을까요?
정치인 6인의 사진 각각 50여 장씩 준비해 그들의 퍼스널컬러를 진단했습니다. 피부의 밝기를 분석한 다음 피부가 누런색과 붉은색 중 어디에 가까운지 판단했고, 다음으로 그들의 의상 색과 머리 색 등을 비교해 봄 웜·여름 쿨·가을 웜·겨울 쿨 네 개의 퍼스널컬러로 구별했습니다. 진단에는 제이비 헤어스토리 진아 원장이 함께했습니다.
# 문재인 대통령 - 겨울 쿨
(좌) 겨울 쿨인 문재인 대통령에게 짙은 파란색은 찰떡궁합이다. (우) 온화한 얼굴에 정열적인 빨간색은 어울리지 않는다. ⓒ연합뉴스
정치인들의 평균 모습은 아마도 50·60대 남성일 것입니다. 때문에 대부분의 정치인들은 비교적 탁하고 어두운 피부톤을 가진 편입니다. 하지만 문 대통령은 다른 정치인에 비해 굉장히 밝은 피부를 가졌습니다. 피부는 붉은기보다 노란기가 도는 편입니다.
문 대통령은 다양한 종류의 색이 잘 받는 모습을 보였지만, 그 중에서 짙은 파란색이 가장 베스트 컬러였습니다. 그는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시절부터 19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을 거쳐 지금 대통령이 돼서도 파란색 넥타이를 주로 코디합니다.
아마도 정당의 대표 상징색이 짙은 파란색이여서 이같은 색을 고르는 이유도 있겠지만, 문 대표 본인도, 또는 김정숙 여사를 비롯해 그 측근들도 문 대표에게 짙은 파란색이 잘 어울린다는 점을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밖에도 카키색, 선명한 색, 채도가 높은 색 모두 어울리고 무늬(체크, 사선)도 잘 어울립니다. 다시 말해서 그냥 어지간하면 다 자연스럽게 소화를 한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덜 어울리는 컬러가 있다면 ‘정열적인 빨간색’입니다. 큰 이목구비와 훤한 이마에서 나오는 온화한 이미지에 저돌적인 느낌을 주는 빨간색은 그리 좋은 컬러는 아닙니다.
# 박근혜 전 대통령 - 봄 웜
(좌) 봄 웜 컬러인 박근혜 전 대통령은 노란색, 연두색 계열의 화사한 색이 잘 어울린다. (우) 봄 웜 컬러에게 짙은 남색은 어울리지 않다. ⓒ연합뉴스
박 전 대통령의 피부는 노란 기가 많이 보입니다. 붉은 기는 거의 찾아볼 수 없습니다. 흰색 옷은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 지난 1월 1일 기자들을 모아 자신은 ‘최순실 게이트’와 관련 없음을 주장했습니다. 그가 이날 입은 옷은 흰색 상의인데, 이를 두고 자신의 ‘결백’을 주장하려는 의도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습니다. 하지만 아쉽게도 흰색은 박 전 대통령에게 그리 잘 어울리는 색은 아니며, 이 점을 미뤄볼 때 박 전 대통령은 여름 쿨은 아닙니다.
반면, 세월호 참사 때와 메르스 사태 때마다 박 전 대통령은 긴급회의에서 ‘노란색 민방위복 점퍼’를 입었습니다. 이 색은 봄 웜 컬러인 박 전 대통령에게 잘 어울리는 색입니다. 이 옷만 입으면 얼굴이 그렇게 펴 보인다니…. 국민들은 그렇게 지겹고 보기 싫었을 그 점퍼가 박 전 대통령에겐 잘 어울렸다니 아이러니한 일입니다.
또한, 그는 야당 대표들을 만날 때나 검찰에 조사를 받으러 갈 때마다 짙은 남색의 ‘전투복’을 주로 입었는데, 이 역시 봄 웜에게는 그리 좋은 색은 아닙니다.
현재 서울구치소에 수감돼 있는 박 전 대통령은 사복이 아닌 수의를 입고 지내게 됩니다. 수의는 연두색. 그리고 영치금으로 연갈색의 수의도 구입할 수 있습니다. 봄 웜 컬러 진단을 받은 박 전 대통령은 연갈색 수의보다는 연두색 수의가 그나마 어울릴 것으로 보입니다. 따라서 박 전 대통령이 굳이 3만2000원의 자비를 투자해 그리 어울리지 않는 연갈색 수의는 구매하지 않길 바랍니다.
# 이명박 전 대통령 - 가을 웜 (다크)
(왼쪽부터) 이명박 전 대통령은 어두운 계열로 코디하는 것이 좋다. 빈소를 방문할 때의 코디가 베스트. / 짙은 갈색이 어울리는 편. / 회색이나 회색이 섞인 희미한 색은 가을 웜 컬러의 사람을 무기력하게 보이게 만든다. ⓒ연합뉴스
이 전 대통령의 피부는 네티즌들 입에 자주 오르내립니다. 피부 광이 모니터를 뚫고 나올 정도로 ‘꿀피부’이기 때문이죠. 심지어 이 기사에서 언급된 6명 중 이 전 대통령의 나이가 가장 많음에도 불구하고, 그의 피부에 대한 평이 가장 좋습니다. 이 전 대통령의 피부를 자세히 보면 굉장히 누런빛이 돕니다. 게다가 이목구비가 비교적 흐린 편이기 때문에 흐린 이미지는 지양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 전 대통령은 그 어느 정치인들보다 색에 따라 이미지가 180도로 바뀝니다. 회색이 섞인 색들은 이 전 대통령을 다소 쇠약한 노인으로 보이게 합니다. 반면, 어둡고 짙은 색의 연출을 하면 굉장히 무겁고 무서운 이미지가 됩니다.
쿨 톤이 어울리지 않는 이 전 대통령은 파스텔 톤의 하늘색 셔츠를 피해야 합니다. 그리고 비비드한(선명한) 컬러도 그리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얼굴 색이 굉장히 짙기 때문입니다.
베스트 컬러는 가을 웜 중에서도 ‘다크’ 색으로 분류되는 ‘톤 다운된 짙은 갈색’과 검은색 정도입니다. 또, 얼굴 선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검정 안경을 매치하면 세련된 느낌도 납니다. 공교롭게도 ‘장례식 패션’이 그에겐 최고의 선택이었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정치인의 카리스마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 봄 웜
(좌) 봄 웜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에게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연두색 같은 밝고 화사한 색이 좋다. (우)흰색과 연두색 줄무늬가 들어간 셔츠를 입은 모습이 베스트. ⓒ연합뉴스
안 전 대표는 이 전 대통령과 정 반대로 무슨 색을 매치해도 이미지에 큰 변화는 없습니다. 피부는 붉은 기와 누런 기 모두 있지만 붉은색이 더 많이 관찰됐습니다. 오렌지빛 피부로 톤은 밝은 편입니다.
국민의당의 상징 색은 짙은 초록색이고, 안 전 대표는 19대 대선 선거운동 기간 동안 연두색의 패션 아이템을 많이 착용했습니다. 특히 ‘메로나 색’ 넥타이가 자주 등장했습니다. 봄 웜 컬러인 연두색 넥타이는 남색 정장 자켓과 환상을 궁합을 보였죠. 검은색보다 남색을 매치한 것 또한 신의 한 수였습니다. 봄 웜인 안 전 대표에게 검은색은 그리 좋은 색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베스트는 19대 대선 하루 전날 연두색과 흰색 줄무늬가 섞인 셔츠 그리고 베이지색 편안한 바지와 백팩 차림의 코디였습니다. 결전의 날을 앞두고 우주의 기운을 모아 최적의 코디를 한 것으로 보입니다.
또한, 안 전 대표의 목은 짧은 편이기 때문에 넥타이를 하는 것보다는 넥타이 없이 단추를 하나 푸는 것이 차라리 목이 조금 더 길어 보이고 시원한 이미지를 줄 수 있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안 전 대표가 화장품 브랜드 ‘베네피트’의 립 제품 가운데 ‘차차틴트’를 사용한다는 후문이 돌기도 했는데, (실제로 사용하는지 확인할 수는 없었으나) 오렌지 색의 차차틴트는 안 전 대표와 잘 어울리는 색입니다.
#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 - 겨울 쿨
문재인 대통령과 같이 겨울 쿨인 추미애 더불어미주당 대표는 코발트블루와 핫핑크처럼 채도가 높은 색이 잘 어울리는 편. 반면, 파스텔톤이나 톤다운된 컬러들은 그리 좋지 못하다. ⓒ연합뉴스
추 대표는 누가 봐도 겨울 쿨입니다. KTX 타고 지나가면서 봐도 겨울 쿨입니다. ‘코발트 블루’가 찰떡같이 어울리고 겨울 쿨 색의 의상을 입으면 얼굴이 훨씬 더 밝아 보입니다. 운 좋게도 마침 민주당의 상징 색도 짙은 파란색이네요. 문 대통령도 마찬가지고 이쯤 되면 민주당 지도부에는 ‘겨울 쿨’만 선출될 수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궁금증도 생깁니다.
겨울 쿨인 만큼 탁한 색의 옷은 잘 안 맞습니다. 옷에 명도 차이를 많이 주는 것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자켓은 진한 파란색, 셔츠는 흰색 또는 핫핑크색 자켓에 검정 셔츠를 선택하는 것이 최고의 조합입니다.
여성 정치인인 만큼 다양한 옷을 시도하지만, 여성스러운 디자인보다는 세련된 디자인이 이미지에 더 잘 어울립니다. 최고의 색은 흰색, 남색, 검은색이고 입니다. 추 대표 본인 스스로 이미 겨울 쿨톤인 것을 아는지 코디에 실패한 것은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 - 가을 웜 (높은 채도)
(왼쪽부터) 홍준표 자유한국당 대표는 빨간색 코디를 즐겨왔다(옛날옛적부터..) / 붉은 계열 중에서도 채도가 높은 것을 고르는 것이 좋다. / 검정색은 피하는 것이 좋다. ⓒ연합뉴스
제1야당의 대표인 만큼 강렬한 이미지가 필요한 인물입니다. 홍 대표는 옷을 굉장히 도전적으로 입습니다. 보통의 남성들이 잘 선택하지 않는 색들을 골라 입습니다. 신기하게도 하늘색 셔츠보다는 분홍색 셔츠를 입은 모습을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한나라당(당 상징 색 하늘색) 소속 시절이던 때도 빨간색 넥타이를 즐겨 착용했습니다.
홍 대표는 진하고 선명한 색 특히 새빨간 색을 주로 이용했고, 잘 어울리기도 합니다. 굳이 빨간색을 고른다면 ‘차가운 빨간색’보다는 ‘따뜻한 빨간색’이 좋을 것으로 보입니다.
회색이 들어간 희미한 색들은 잘 어울리지 않고 홍 대표도 이런 색은 잘 즐기지 않는 것 같습니다. 또, 땡땡이나 줄무늬 등의 무늬도 좋진 않습니다. 그리고 어두운색도 홍 대표에게 어울리지 않습니다. 주름이 더 깊어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검은색으로 코디한 사진은 잘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6명의 정치인들을 분석해본 결과, 이들 가운데 대부분이 자신에게 맞는 색을 잘 매치하는 것을 보면 정치인들 역시 외모에 신경쓰고 국민들로부터 보여지는 이미지를 무시하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정치인이라는 것이 때로는 ‘아이콘’이며 때로는 ‘마케팅’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
** 각 정치인들 사진 촬영 당시 현장에는 수많은 사진기자의 플래쉬가 터집니다. 따라서 사진에서 보이는 정치인들의 피부톤은 실제와 다를 수 있으며 정확한 퍼스널컬러 진단에는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