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월 23일 박근혜 전 대통령 지지자들이 박 전 대통령의 석방을 요구하며 법원 앞에서 시위를 벌이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박 전 대통령 지지자인 곽 아무개 씨는 8월 17일 재판 도중 검사를 향해 ‘총살시키겠다’는 협박성 발언을 했다가 감치 5일 처분을 받았다. 곽 씨는 “검사가 (피고인들이) 마음 속에 품은 것까지 (추측해) 죄로 잡으려고 했다”며 “재판이 끝나서 말을 한 건데 마침 재판장님이 법정을 안 나가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8월 7일에는 김 아무개 씨가 박영수 특검에게 물병을 던졌다가 특검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특검법에 따르면 위계 또는 위력을 사용해 특검 등의 직무수행을 방해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도록 되어 있다. 당초 김 씨에 대한 구속영장까지 신청됐지만 기각됐다.
6월 20일에는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오자 한 지지자가 “대통령님께 경례!”를 외쳐 퇴정당했다. 이 지지자는 끌려 나가면서도 “대통령님께 인사하는 게 무슨 잘못이냐. 대한민국 만세, 애국국민 만세”라고 소리쳤다. 재판부가 방청객들에게 주의를 주고 있지만 박 전 대통령의 입정과 퇴정 때 ‘힘내세요’ 등 응원 구호를 외치는 일은 거의 모든 재판 때마다 발생하고 있다.
일부 지지자들은 박 전 대통령이 입정할 때마다 예의를 갖추겠다면서 자리에서 일어나 제지를 받기도 했다. 재판정에서는 재판관이 입정할 때만 일어나 예의를 갖춘다. 지지자들은 “판사가 들어올 때는 일어나게 하면서 박 전 대통령이 들어올 때는 왜 못 일어나게 하느냐”며 제지하는 법원 경위들에게 오히려 항의했다.
7월 21일에는 한 중년 남성이 박 전 대통령이 법정에 들어서자 통곡하다 퇴정당했다. 이 남성은 “왜 퇴정시키느냐, 울지도 못하느냐”며 항의했다. 8월 10일에는 한 방청객이 갑자기 일어나 “질문이 있다”고 소리쳐 퇴정당했다. 이날 휴대전화 벨 소리가 울려 2명이 퇴정당하는 등 하루 동안 3명이나 퇴정을 당하는 기록을 세웠다.
7월 3일에는 한 여성이 “제가 박근혜 대통령의 딸이다”라고 주장하는 해프닝도 있었다. 이 여성은 퇴정 명령을 받고 나가면서도 박 전 대통령을 향해 “엄마”라고 소리쳤다. 지금까지 박 전 대통령 재판에서 퇴정 명령을 받은 사람만 16명이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은 휴정 시간에도 기사 똑바로 쓰라며 취재진을 협박하거나 증인들에게 소리치는 일이 빈번한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법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진행되는 417호 대법정에 CCTV 한 대를 추가로 설치했다.
재판을 방해하면 최대 20일 이내까지 경찰서 유치장이나 구치소에 가두는 감치 처분을 내릴 수 있지만 재판부는 일주일에 4차례나 재판을 여는 상황에서 감치 재판까지 진행하기는 어려워 대부분 퇴정 조치로 끝내고 있다.
8월 17일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이 열리는 서울중앙지법을 찾아가보니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의 숫자는 재판 초기와 비교해 현저하게 줄어들어 있었다. 현장에서 방청권을 배부하는 관계자에 따르면 최근에는 방청권 추첨에 참여하는 인원이 200명 수준이라고 한다. 첫 재판 때 방청권 추첨에는 525명이 참여했다. 재판정은 150석 규모인데 방청권 추첨으로 입장할 수 있는 인원은 68명이다.
법원 앞에서는 박 전 대통령 석방을 촉구하는 태극기 집회가 열리고 있었다. 인원은 10명이 채 되지 않았다. 집회 관계자는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있는 날은 오전 9시부터 오후 3시까지 매일 집회를 열고 있다”면서 “직장이 있는 분들도 있고 은퇴하신 분들도 있다. 모두 자기 시간 쪼개서 나오고 있다. 같은 사람이 매일 나오는 것은 아니고 시간이 있을 때마다 돌아가면서 나오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원이 과거보다 줄었다고 하자 “대선 때 사람들이 쪼개져서 (※ 태극기 집회 세력은 홍준표 후보 지지자와 조원진 후보 지지파로 나뉘었다) 인원이 줄어든 것처럼 보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돈을 받고 나오는 것 아니냐고 의심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자 “이제 정권도 바뀌었는데 누가 돈을 주겠냐”면서 “우리는 자발적으로 집회를 열고 있다. 재판이 몇 개월째 진행되고 있는데 박 전 대통령이 돈 받은 증거가 하나도 없지 않느냐. 억울하게 당하신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변 상인은 불만을 토로했다. 한 상인은 “매일 같은 자리에서 집회를 열고 있다. 시끄럽게 하니까 불편한 건 맞다”면서도 “집회 이전과 비교해서 손님이 크게 줄거나 하진 않았다”고 말했다.
한 법원 경비 직원은 “박 전 대통령 재판이 시작된 이후 많이 힘든 것은 사실”이라며 “요새는 덜하지만 처음에는 지지자들이 단체로 몰려와서 직원들에게 폭언을 하는 경우도 많았다”고 말했다. 이 직원은 “아직 물리적으로 폭행을 한다거나 그런 것은 없었다. 무슨 이유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자기들끼리 싸우기도 하고 시끄럽다.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또 다른 경비 직원은 “직원들을 붙잡고 하소연하는 분들이 많이 있다. 그런 분들 이야기를 다 들어줘야 하니까 힘들다”고 말했다. 이날도 박 전 대통령 지지자 한 명이 경비 직원을 붙잡고 재판의 부당성을 주장하고 있었다.
이 지지자는 “재판에서 무죄가 나오면 탄핵은 무효기 때문에 문재인 끌어내리고 박 전 대통령이 복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지자들은 곧이어 법원 내부에서 난상토론을 벌였다. 일부 지지자는 태극기로 수놓은 옷과 모자 등을 착용하고 있었다.
이 경비 직원은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거나 반박하면 다른 지지자들까지 몰려와 따지는 경우도 있어서 잘 대처해야 한다”고 말했다. 현장에서 만난 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얼마나 억울하면 그러겠냐”면서 “기자들이 기사를 잘 써야 한다”고 말했다.
박 전 대통령 지지자들 사이에서조차 일부 지지자들의 과격한 행동이 재판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집회 현장에서 만난 박 전 대통령 지지자는 “억울한 심정이야 이해하지만 우리처럼 합법적으로 시위를 해야 한다. 특검에 물병 던진다고 달라질 것이 없다”고 지적했다.
김명일 기자 mi737@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