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보험사들이 좋은 실적을 거두고 있는 가운데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실적이 지나치게 저조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요신문DB
지난 15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올 상반기 국내 보험사들의 당기순이익은 지난해 동기 대비 28.3% 증가한 5조 5144억 원을 기록했다. 특히 생명보험사(생보사)들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생보사는 지난해 대비 31.1% 늘어난 2조 9757억 원의 순이익을 거둬 25.2% 증가한 손해보험사(손보사)를 앞질렀다.
이 가운데서도 홍콩계 보험사 AIA생명의 성장이 돋보인다. 지난 16일 AIA생명은 올해 상반기 1777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2배 높은 수치다. 또 다른 외국계 보험업체인 라이나생명 역시 가파르게 성장했다. 2013년 842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한 라이나생명은 지난해 2459억 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3년 만에 순이익이 3배가량 늘어난 것이다.
보험사들의 올 상반기 이익 급증은 대부분 일시적 투자 이익에 기인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다시 말해 보험영업을 잘했다기보다 투자를 잘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AIA생명이 밝힌 바에 따르면 보험영업수익이 전년 동기보다 21% 성장하고, 투자영업수익이 37% 증가했다. 또 신규 계약에 따른 첫 보험료인 초회보험료가 1363억 6700만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2.5배 증가했다. 영업도 잘한 것이다. 해외에서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는 우리나라 보험사들의 영업력과 큰 차이가 있다.
보험업계에서는 국내에 정착한 지 수십 년이 된 외국계 보험사와 해외에 진출한 지 이제 10년 남짓인 국내 보험사를 비교하기는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AIA생명과 라이나생명은 국내에 진출한 지 올해로 30주년을 맞았다. 반면 국내 보험사들의 해외 진출은 2000년대 들어 본격화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삼성생명이 태국과 중국에 각각 1997년, 2005년에 진출했으며 한화생명은 2009년 베트남, 2013년 인도네시아에 진출했다.
국내 보험사의 해외사업은 상당수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삼성생명의 태국법인 ‘타이삼성’은 지난해 73억 원의 손실을 기록하는 등 태국에 진출한 이후 계속 적자에 시달렸다. 타이삼성은 올 상반기 가까스로 2억 원의 흑자를 기록했다. 삼성생명의 중국 합작사 ‘중은삼성’은 아직까지 적자 상태다. 한화생명의 인도네시아 법인 역시 2015년 66억 원, 지난해 113억 원의 손실을 본 데 이어 올해 상반기에도 27억 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차이가 장기적인 투자 의지에서 비롯한다고 지적한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동향분석 실장은 “생명보험업은 기본적인 인프라 구축에 무수한 시간과 돈이 드는데 우리나라는 최고경영자(CEO) 임기가 짧아 단기간에 구체적인 성과를 거두려 한다”며 “국내에 정착한 외국계 생보사들은 이미 기본적인 인프라를 구축해놨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투자해 더 큰 이익을 거두는 선순환 구조를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AIA생명은 올 상반기 지난해 동기 대비 2배에 달하는 실적을 거뒀다. AIA생명 홈페이지 캡처.
실제로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해외 진출의 성공사례로 꼽힌다. 한화생명 베트남법인은 지난해 순이익 4억 5000만 원으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으며 올해 상반기에도 4000만 원의 이익을 거뒀다. 2015년까지만 해도 227억 원의 적자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큰 성과로 평가된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베트남법인에 속한 직원이 1만 2000여 명에 달하는데 한국인은 법인장과 스태프 2명을 포함해 3명뿐”이라며 “현지인들이 많이 찾는 상품, 그들만의 영업 방식, 보험에 대한 의식 수준 등을 세밀하게 고려한 점이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현지 기업과 M&A도 해외에서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는 방법 중 하나라고 말한다. 텃세가 심한 것으로 알려진 중국시장에서 10년 넘도록 적자에 허덕이던 중은삼성이 2015년 중국은행을 최대주주로 맞이한 이후 실적이 눈에 띄도록 개선된 것이 한 예다. 2015년 231억 원에 달하던 중은삼성의 적자는 올 상반기 9억 원까지 줄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동부화재도 2015년 베트남 손해보험사 ‘PTI’의 지분을 인수한 이후 자동차보험에 주력하며 서서히 유의미한 성과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이소양 보험연구원 연구위원은 “중국은 현재 세계적인 보험시장으로 부상하고 있다”며 “보험업은 인프라 구축까지 최소 7년 이상이 소요되기 때문에 중국은행이 경영 전반을 맡고 삼성생명이 그동안 쌓아온 노하우로 기술지원을 하는 지금의 형태는 참고할 만하다”고 조언했다.
박혜리 기자 ssssch333@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