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남아공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 예선 홈 앤드 어웨이 경기에서 이란을 상대로 두 경기 모두 1-1 무승부를 기록했던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남아공월드컵 대표팀을 이끌었던 그는 이란이 못 넘을 산은 결코 아니라고 강조한다.
“이란은 우리가 뛰어넘을 수 있는 팀이다. 2011년에 펼쳐진 아시안컵 8강전에서 윤빛가람의 결승골로 1-0 승리를 거두지 않았나. 물론 이후 이란과의 경기에서 좋은 결과를 얻지 못했지만 우리 홈에서 열리는 경기이기 때문에 승산이 있다고 생각한다.”
“한국 축구는 매번 위기 속에서 성장했고 강해졌다. 러시아 월드컵 예선전을 치르며 무기력한 모습을 보이는 바람에 팬들의 실망을 자아냈지만 새로운 감독 체제 하에 재도약할 수 있는 강인함을 보여줬으면 좋겠다. 본선 진출까지 2경기 남았는데 불리하다고만 생각하지 않는다. 끝까지 집중력을 잃지 않아야 한다. 축구는 다른 종목과 달리 리그보단 대표팀이 살아야 리그도 같이 생존해 나간다. 대표팀이 자멸하면 K리그는 깊은 수렁에 빠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모두가 대표팀을 위해 응원을 보내주길 바란다.”
허정무 전 감독은 대표팀 선수들이 가져야 하는 자세에 대해 다음과 같은 얘기를 덧붙였다. “아무리 시대가 바뀌었고, 세대 차이가 난다고 해도 축구는 ‘한 길’이다. 해외파 국내파 할 것 없이 대표팀을 위해 온몸을 던지겠다는 자세로 임해야 한다. 내가 아닌 우리가 돼야 하고, 우리가 아닌 나라를 위해 뛰어야 한다. 그게 축구대표팀 선수들이 갖는 자부심이고 사명감이다. 아무리 자유분방한 선수들이 모인 유럽이라고 해도 대표팀 유니폼을 입고 모이면 눈빛부터 달라진다. 우리한테도 그런 자세가 필요하다.”
2011년 1월, 이란을 상대로 멋진 승부를 펼쳐 보였던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가 대표팀을 이끌 때 이란을 상대로 승리한 후 단 한 번도 이기지 못한 걸로 알고 있다”면서 “이란은 결코 쉬운 상대가 아니다. 철저히 준비하지 않으면 홈에서 어려움을 당할 수도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조 사장은 새롭게 출범하는 신태용호를 위해 최근 사장단 모임에서 대표팀 조기 소집에 대해 강력한 의견을 피력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대표팀 감독으로 가장 힘들었던 부분이 선수들 소집 문제였다. 하루이틀이라도 일찍 소집하려면 프로팀에서 난색을 표했다. 단 한 번도 조기 소집을 경험하지 못했다. 이번에는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감독에 선임된 후 처음 맞는 소집 아닌가. A매치 규정대로라면 경기 3일 전에 모이는 게 맞겠지만 그럴 경우 신 감독이 할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 제대로 손발을 맞출 시간도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장단 모임 때 대표팀 조기 소집이 왜 필요한지를 자세히 설명했다. 난 대표팀 감독과 프로팀 감독을 모두 경험해 보지 않았나. 경험을 토대로 한 설명을 곁들이니 다른 사장들도 모두 공감하는 눈치였다. 대표팀은 K리그를 대표하지 않나. 대표팀이 잘돼야 K리그도 잘 된다는 얘기에 호응이 컸다. 그래서 조기 소집이 빨리 결정된 것이다.”
K리그 구단 대표자들의 양해 덕분에 신태용호는 FIFA가 규정한 A매치 대표팀 소집 훈련보다 일주일 빠른 21일 경기도 파주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에서 강화 훈련을 시작한다.
조광래 사장은 대표팀이 조기에 소집은 되지만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기 때문에 조직력을 갖추는 데 분명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조직력은 하루아침에 완성되는 게 아니다. 옛날처럼 태극마크를 달았던 선수가 오랫동안 대표팀에서 뛴다면 상황이 다르겠지만 감독에 따라, A매치에 따라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는 지금, 이 선수들을 데리고 완성도 높은 조직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누구보다 신태용 감독이 답답할 것이다. 그러나 모든 조건을 다 갖춘 상태에서 대표팀을 이끈 감독은 한 명도 없었다. 모두 어려운 숙제들을 안고 있었고, 그런 과정을 거치며 발전해나갔기 때문에 신 감독도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무려 6명이나 소속팀 선수를 대표팀으로 보낸 전북현대 최강희 감독. 이동국, 김신욱, 최철순, 이재성, 김진수, 김민재가 신태용호 1기에 포함된 전북 선수들이다. 특히 만으로 38세, 우리나라 나이로 39세인 이동국의 대표팀 발탁은 가장 큰 화제를 불러 모았다.
“39세의 이동국이 대표팀에 뽑혔다는 건 이동국만큼 해줄 수 있는 스트라이커가 없다는 의미이다. 4년 전 내가 겪었던 문제가 지금도 계속 되고 있다는 게 한국 축구의 비극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대표팀을 맡을 때도 이동국, 박주영, 김신욱 말고는 뽑을 선수가 없었다. 대부분 K리그의 스트라이커는 외국인 선수가 맡고 있어 한국 선수는 큰 성장을 하지 못했다. ‘젊은 이동국’이 많이 나와야 골 결정력 문제가 해소될 텐데 여전히 나이 많은 이동국이 대표팀에서 뛰고 있으니 얼마나 안타까운 일인가. 난 이번 신태용 감독의 대표팀 선발 명단을 보면서 이런 이유들로 인해 마음이 아팠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이동국과 신태용 감독의 특별한 인연을 거론했다. 그 배경에는 2008년 12월 신 감독이 성남 일화(현 성남FC)의 감독을 맡았을 때 구단은 이동국, 김상식 등 베테랑 선수들을 정리했다. 신 감독은 구단에 베테랑들을 잡아달라고 부탁했지만 구단은 정리를 결정했고, 덕분에 이동국은 최강희 감독을 만나 전북에서 새로운 축구 인생을 펼쳐나갔다.
“신태용 감독이 대표팀 맡더니 용기가 많아진 것 같다. 자신과 좋지 않은 인연을 보였던 이동국을 다시 불러 들였으니 말이다. 신기한 건 신 감독이 전북 경기를 보러 올 때 이동국이 펄펄 날았다는 사실이다. 전체적인 몸놀림이나 연계 플레이가 일품이었다. 이상하게 더 좋은 경기력을 발휘했다. 신 감독이 고참 예우가 아닌 실력으로 이동국을 뽑았다는 점도 눈여겨 볼 부분이다.”
최 감독은 대표팀에서 왜 베테랑 선수들이 중요한지에 대한 얘기도 덧붙였다. “대표팀은 짧은 시간 동안 전력 극대화를 이뤄야 한다. 그런 점에서 베테랑 선수들은 꼭 필요한 존재이다. 실력도 실력이지만 경험이 적은 후배들을 이끄는 힘은 코치보단 고참 선수들의 몫이다. 그런 점에서 신태용 감독이 매우 영리한 것 같다. 이동국, 염기훈을 뽑은 걸 보면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대표팀 감독은 모든 선수들을 뽑을 수 있다. 그런데 그에 상응하는 책임도 져야 한다. 때론 ‘총알받이’가 되기도 한다.”
최 감독은 태극마크를 달고 뛰는 선수들에 대한 당부도 잊지 않았다. “남은 2경기는 벼랑 끝 승부이다. 모두가 간절한 마음을 갖고 똘똘 뭉쳐야 한다. 그라운드에서 뛰는 선수들, 벤치에 앉아 있는 선수들 모두 한마음으로 움직이길 바란다. 5분을 뛰든 90분을 뛰든 이란 선수들이 한 발 뛰면 우린 1.8배 더 뛴다고 각오하고 들어가야 한다. 이번 대표팀에선 승리 외에도 선수들이 얻어가는 게 많았으면 좋겠다. 결국 그들이 한국 축구의 현재이고 미래이기 때문이다.”
이영미 스포츠전문기자 riveroflym@ilyo.co.kr
신태용 감독에게 바란다…“신중하고 또 신중하라” 허정무, 조광래, 최강희 전 대표팀 감독들이 후배 신태용 감독에게 특별한 부탁을 건넸다.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는 “감독이 흔들리면 안 된다. 자신감을 갖고 밀고 가면 선수들은 따라오기 마련이다. 워낙 영특한 사람이라 신 감독이 잘 해낼 것으로 믿는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조광래 대구FC 사장은 신 감독이 신중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성인대표팀은 청소년 대표팀을 이끌 때와 운영 방식에 차이를 둬야 한다. 이전과는 달리 좀 더 신중해야 할 필요가 있다. ‘모 아니면 도’식으로 팀을 운영해선 안 된다. 처음에 잘하다가 막판에 무너지는 건 감독의 역량 부족 탓이다. 자신감이 넘치는 것도 좋지만 이런 불안함을 잊지 말고 마음에 담아간다면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다.” 최강희 감독도 한마디 거들었다. “신 감독은 대표팀 조기 소집으로 3일이 아닌 10일이란 시간을 확보했다. 전체적인 팀 밸런스, 수비 조직력 등을 점검해볼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이란전은 절대 실점을 허용하면 안 되는 경기이다. 훈련을 통해 가장 강력한 베스트11을 꾸리길 바란다. 수비를 다져 놓은 후 공격적인 무기를 준비해야 한다. 무조건 이겨야 하는 경기이기 때문에 수비로 상대했다간 큰 화를 입을 수도 있다. 그 다음은 분위기 조성이다. 어쩌면 훈련량보다 분위기를 만들어가는 게 더 중요할 수 있다. 선수들과 소통을 중요시하는 감독이니 이런 우려들을 불식시키기 위해서라도 선수들과 좋은 작품을 완성해가길 바란다.” [영] |
최강희 감독 “이동국 방송 출연? 그라면 두 가지 완벽히 해낼 거라 믿었다” TV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출연 중인 이동국이 오랜 시간 동안 예능 출연을 지속하는 배경에는 최강희 감독의 전폭적인 지지와 선수의 끊임없는 자기 관리가 자리한다. 최 감독은 처음 이동국의 예능 출연 제안이 들어왔을 때 2가지를 생각했다고 말한다. “다른 선수가 아닌 이동국이라면 아이들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면서도 축구선수로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해낼 것이란 믿음이 있었다. 그리고 이동국의 예능 출연으로 K리그가 더 많은 관심을 받게 되고, 이동국도 이전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는다면 모든 게 ‘윈-윈’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그렇게 되고 있지 않나. 구단에선 처음에 선수가 예능에 나가면 운동을 소홀히 할 거라고 걱정했다. 난 아니라고 강변했다. 매일 찍는 것도 아니고 4주에 한 번 정도 촬영하는 걸로 알고 있다. 비시즌인 겨울에는 그 횟수가 잦아도 되기 때문에 운동하는 데 단 1%도 지장을 주지 않는다. 무엇보다 이동국이 더 큰 책임감을 갖고 행동한다. 그걸 그라운드에서 실력으로, 성적으로 보여주고 있지 않나. 39세에 대표팀에 선발될 정도로 말이다. 예능 출연이 이동국의 선수 생명을 더 연장시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출처 : KBS 2TV <해피선데이> ‘슈퍼맨이 돌아왔다’ 홈페이지 최 감독은 이동국을 향해 ‘불가사의한 아저씨’라고 설명했다. “정말 한결 같은 선수다. 그 나이면 살짝 배가 나올 법도 한데 오히려 이전보다 더 건강한 체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가끔은 ‘저 아저씨가 서른아홉 살, 다섯 아이를 둔 아이들의 아빠가 맞나?’ 싶을 때가 있다. 선수지만 존경스런 마음이 든다. 이동국한테는.” 최 감독은 이번 대표팀에 출전하는 이동국에게 소속팀 감독으로서의 당부를 곁들였다. “대표팀 역적이 되지 말고 봉동의 영웅으로 돌아와야 한다”고 강조한 그는 “신태용 감독에게 이동국이 적지 않은 힘을 불어 넣어줬으면 좋겠다. 두 사람이 좋은 시너지 효과를 발휘하길 바란다.” [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