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18일 나흘 만에 전국 산란계 농장 1239곳의 살충제 사용 여부를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살충제 성분은 총 다섯 종류였다. 비펜트린과 피프로닐의 기준치 이상 검출이 대다수를 차지한 가운데 축산물 전용 살충제 성분인 플루페녹수론, 에톡사졸과 원예용 농약 성분인 피리다벤 등이 검출된 달걀도 발견됐다.
식약청은 각각 성분의 인체노출안전기준 정보를 홈페이지에 공개했다. 이는 자신의 몸무게 1kg 당 날마다 평생 노출돼도 안전한 기준을 뜻한다. 2015년 국민건강보험공단 건강검진통계에 따르면 대한민국 남자는 평균 72kg, 여자는 57kg이다.
현재까지 파악된 살충제 성분 가운데 피프로닐이 가장 안전하지 못하다고 드러났다. 특히 충남과 강원에서 공급된 난각코드 11주현, 09지현 달걀은 평소 달걀을 좋아하는 사람의 섭취량만으로도 위해가 생길 수 있다고 나왔다. 평생 날마다 2~3개 이상 섭취하면 안전 기준을 초과할 수 있는 수치다.
단 평생이란 단서가 붙는다. 하루에 2개 이상씩 평생 먹었을 때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하지만 이마저도 건강한 성인에겐 그리 큰 영향을 끼치지 않는다. 전남대병원 응급의학과 전문의 조용수 씨는 “피프로닐을 마셔서 직접 문제됐던 사례는 그리 많지 않다. 다만 피프로닐 성분의 살충제를 50~100ml가량 마신 환자 8명에 대한 사례가 있었다. 이 가운데 7명은 증상이 없거나 발한, 구토 등의 경미한 증상을 겪었다. 모두 4일 이내 문제없이 퇴원했다”며 “1명은 간질중첩으로 중환자실 치료를 받다가 17일째 폐렴으로 사망했다. 하지만 이 환자는 음독 성분이 정확히 측정되지 않았다. 임상 양상상 피프로닐보다 엔도설판 같은 치명적 농약의 음독 가능성이 더 높아 보였다”고 말했다.
조용수 씨가 공개한 의학연구사례에 따르면 한 환자가 피프로닐로 만든 개미 미끼를 과자로 착각해 먹은 사례가 있었다. 식약청 발표 인체노출안전기준 5배에 해당하는 0.1ml가량을 섭취했으나 아무 문제도 없었다. 그외 피프로닐을 보호장구 없이 살포 작업하고 두통, 어지러움 등을 호소한 환자에 대한 보고도 나왔지만 환자는 수시간 만에 완전히 회복됐다. 조용수 씨는 “무엇을 먹느냐도 중요하지만 얼만큼 먹었냐가 더 중요하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혼란이 아니라 차분한 대처다. 과도한 공포에 사로잡히지 말았으면 한다”고 말했다.
최훈민 기자 jipchak@ilyo.co.kr
시작은 유럽에서…닭이 무슨 죄? 대규모 살처분 이번 살충제 달걀 파동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8월 초 네덜란드와 벨기에산 달걀에서 살충제 성분인 피프로닐이 다량 검출됐다. 이 달걀을 수입하는 국가는 전량 리콜 조치했다. 살충제 달걀은 EU 국가 15곳과 스위스, 홍콩에 유통됐다. 영국에서만 달걀 약 70만 개가 판매됐다고 추정됐다. 네덜란드는 양계농장 80곳을 폐쇄하고 닭 30여만 마리를 살처분했다. 유럽의 살충제 달걀 파동 뒤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친환경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일제 잔류 농약 검사를 실시했다. 경기도 남양주시 소재 산란계 농가 한 곳에서 피프로닐이 검출됐다. 경기 광주에서도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이 나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모든 달걀의 출하를 중지시키고 3000마리 이상의 산란계 사육 농장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18일 정부는 전국 1239개 산란계 농장을 전수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정부는 금지 살충제인 피프로닐을 사용하거나 기준치를 초과한 비펜트린을 사용한 농가 등 모두 49개 농가가 적발됐다고 밝혔다. 전체 산란계 농장의 약 4%에 해당되는 수치다. 김영록 농식품부 장관은 “지금은 기준치 이내면 일반 달걀로 유통할 수 있도록 돼 있는데 앞으로는 벌칙을 강화해 친환경 인증 기준에 위반되는 사례가 나오면 달걀 유통 금지 등 농가에서 큰 부담을 느낄 수 있는 방향으로 제도 개선을 하겠다”고 말했다. 김태현 기자 toyo@ilyo.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