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판매 중인 ‘아이덴티젠’ 친자 확인 키트. 홈페이지 캡쳐.
최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간편하게 친자확인이 가능한 친자확인 키트가 화제입니다. ‘미국 친자확인 키트’ ‘가정용 셀프 친자확인 키트’. 굳이 산부인과를 방문하지 않고 약국 또는 편의점에서 임신테스트기를 구매해 임신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유전자 정보 기관을 직접 방문하지 않아도 집에서 손쉽게 확인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친자확인’이란 보통 우리나라 막장 드라마에 나올 법한 소재입니다. 자칫 법정 공방으로까지 이어지기 때문에 아주 조심스러운 부분입니다.
이와는 반대로 ‘편의점’ ‘가정용’ ‘셀프’라는 단어는 참 가볍게 느껴집니다. ‘다이소에서 친자확인’,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요?
네티즌들은 역시나 이에 쌍수를 들고 환영하는 모습입니다. 남성 네티즌들은 “이제 이 아이가 진짜 내 아이인지 아닌지 간편하게 확인할 수 있다. 이혼서류에 찍을 도장만 준비해라다”고 으름장을 놓았고, 여성 네티즌들은 “필리핀에 놓고 온 코피노 아빠 확인 할 차례다. 아빠 망고 먹으러 필리핀으로 오세요”라며 맞받아쳤습니다.
화제가 된 이 키트의 이름은 ‘아이덴티젠(Identigene)’. 외신 보도에 따르면 아이덴티젠 키트는 미국의 대형 약국 체인점인 ‘두에인 리드(Duane Reade)’에서 2011년부터 판매를 시작했습니다. 아울러 미국 CVS와 월마트를 비롯해 약국에서 쉽게 구할 수 있습니다. 지금 우리가 약국이나 편의점, 생활용품점에서 임신테스트를 쉽게 구입할 수 있는 것 처럼 말이죠.
일부 네티즌들은 이를 두고 “그 자리에서 바로 친자를 확인할 수 있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키트에 동봉된 면봉을 이용해 검체(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고 이와 함께 유전자검사 동의서에 정보를 기입한 다음, 이를 반송용 봉투에 넣어 연구실에 우편으로 검사 접수를 해야 합니다.
우편을 받은 검사기관은 이틀 뒤 메일 또는 전화통화를 통해 그 결과를 알려줍니다. 키트는 30달러이며 검사 비용은 89달러입니다. 총 119달러(한화 13만 5000원)가 드는데 키트는 ‘아마존’ 등 미국 온라인 쇼핑몰을 통하면 약 8달러에도 구매가 가능합니다.
‘임신테스트기’처럼 쉽게 확인이 가능하다는 주장은 거짓. 블로그 캡쳐.
미국 내 사설 DNA 검사기관에선 450달러의 비용이 듭니다(‘DNA센터’ 기준). 하지만 이 키트는 3분의 1도 안 되는 가격에 그리고 기관을 방문하지 않아도 간편하게 검사를 실시하고 결과를 받아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일부 네티즌들은 “국내 도입이 시급하다”고 했습니다. 아직 국내에 수입이 되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해외직구(해외직접구매)는 가능할까요? 친자확인키트는 의약품으로 분류될 가능성이 커 보이지만, 우리나라의 그 어떤 국민도 아직 감히 친자확인키트를 직구한 선례가 없었는지, 관세청도 식품의약처도 이에 대해선 정확한 답변을 하지 못했습니다.
비슷한 예시로 ‘임신테스터기’의 경우, 직구가 가능합니다. 물론 사업자의 신분으로 영리를 위해 수백 수천개를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이 자신의 필요에 따라 소량 구매하는 경우에 한해서 ‘목록통관’이 아닌 ‘일반통관’으로 구매가 가능합니다.
식약처도, 관세청도 확답을 내놓지 않은 상황에서 함부로 예단하기는 이르지만, 임신테스터기의 직구가 가능하다면 친자확인키트 직구에도 큰 무리는 없을 것 같습니다. 친자확인키트 구성에는 샘플 체취를 위한 일반 면봉과 유전자검사 동의서가 전부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국내에서도 DNA 연구 기관들이 이미 친자 확인 등 유전자 검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 친자확인 절차와 비용은 어떨까요? 친자확인에도 법적 효력이 있는 ‘제출용 검사’와 법적 효력이 없는 ‘확인용 검사’가 구별돼 있습니다. 채취하는 검체 종류에 따라 ‘일반검체’와 ‘특수검체’가 존재합니다. 그리고 이 종류에 따라 그 비용과 소요 기간도 각각 달라집니다.
미국의 아이덴티젠과 같은 방식으로 면봉을 이용해 구강상피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을 비교했습니다. 그 결과, 국내 유전자연구 A 센터에서는 미국 친자확인 키트 가격의 2배에 달하는 23만 원이었습니다.
키트가 비행기를 타고 세관을 통과하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기간에는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미국 친자확인 키트를 직구할 경우 최소 5일에서 2주정도 걸리고 검사에 이틀, 총 1~3주가량 걸릴 것으로 보입니다.
국내에서 검사를 할 경우, 가정집에서 흔히 사용하는 일반 면봉을 사용합니다. 이후 절차도 미국과 동일하게 검사 신청 동의서를 동봉해서 연구소로 보내는데, 국내 우편이기 때문에 그리 긴 시간이 소요될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검사 결과도 하루면 나오기 때문에 총 3일 정도가 걸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결론적으로 한국에서 친자확인 검사를 진행할 경우 시일은 적게 걸리지만, 가격은 꽤 높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반면 키트를 활용해 검사를 진행할 경우, 직접 기관을 찾지 않아도 된다는 장점과 더불어 가격도 국내에 비해 절반 정도로 저렴한 셈입니다. 물론 오가는 시간은 좀 더 걸리겠지만.
아이덴티젠 사용 방법 설명 영상 유튜브 캡쳐.
물론 이 키트가 가정에 던질 파장은 만만치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 과정이 위 영상의 가족들처럼 유쾌하진 않을 수도 있겠죠. 판단은 여러분들 몫입니다. 신중하게 판단하길 바랍니다.
이수진 기자 sj109@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