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이 지난 14일 전략군사령부를 시찰하면서 김락겸 전략군사령관으로부터 ‘괌 포위사격’ 방안에 대한 보고를 받았다고 조선중앙통신이 15일 보도했다. 연합뉴스
필자는 이와 관련해 북한의 통전부를 집중 조명했던 제1233호 연재기사(2015년 12월 28일)를 통해 잠시 언급한 바 있다. 이때 필자가 파악한 사실은 김정은이 2012년 초 225국 소속 대남공작원 교육 및 훈련을 위한 기존 ‘남조선혁명사적관’을 ‘김정일대남연구관’으로 개편 및 확대 재건축하라는 지시를 내렸다는 것이 요지였다.
하지만 당시 필자는 추가적인 정보 파악에 어려움을 겪었다. 통전부의 대남공작원을 위한 비공개 시설이었기 때문에 추가적인 건축 진행 상황에 대해선 접근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다행히 최근에서야 관련 사업을 잘 아는 인물들과 선이 닿아 추가적인 정보를 포착할 수 있었다.
알려졌다시피 225국은 북한의 대남공작 전담기관이다. 과거 대남사업총국, 사회문화부, 대외연락부로 기관명과 편제를 바꿔오다 지난 2009년 현재의 통전부 산하로 개편됐다. 우리의 통일부 격인 통전부는 모든 대남 관련 공식사업을 총괄하는 동시에 ‘대남비밀공작’ 부서까지 맡고 있다. 225국은 2006년 남한의 지하당 일심회 사건, 2011년 왕재산 간첩단 사건에 연루된 사실이 드러나면서 국내에 비교적 잘 알려진 기관이다.
북한에는 애초 대남 비밀공작원들의 연수와 교육을 위해 마련된 ‘남조선혁명사적관’이란 시설이 존재했다. 이는 1960년대 말부터 쓰인 시설이었다. 사적관은 평양시 용성구역 어은동 밤골에 위치했다. 이 지역은 과거 김정일이 대학시절 2개월간 군사훈련을 받은 곳으로도 널리 알려져 있다.
이곳의 사적관은 당연히 비공개 기밀시설이었다. 사적관 안에는 그동안 북한이 성공적으로 진행한 대남공작 사업의 사례, 업적, 사료 등이 빼곡하게 전시돼 있었다. 이에 대해선 고 황장엽 노동당 국제비서가 국내에서 공개적으로 언급하는 등 일부 알려지기도 했다.
필자가 최근 확보한 정보에 따르면, 남조선혁명사적관은 2012년 김정은에 의해 확대 개편 및 재건축 지시가 하달된 이후 2013년 말에서야 본격적인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이와 관련해 정보제공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2013년 말 사업 착수 당시 ‘남조선혁명사적관‘을 ’김정일대남연구관‘으로 개칭 및 재건축하고 ’대남·해외 공작원들이 김정일의 대남사업 방침과 그 내용을 사상적으로 무장하는 교육을 강화할 데 대하여’라는 긴 제목의 공식 친필 지시사항을 다시 한 번 하달했다고 한다.
재건축 사업은 당시 국방위원회 설계국이 직접 진행하도록 기획됐다. 이 역시 김정은의 특별 지시사항이었다. 김정은이 재건축 사업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방증하는 대목이다.
그런데도 2013년 말에서야 사업이 본격 착수될 수 있었던 것은 역시 ‘돈 문제’ 탓이었다. 김정은은 재건축 자금 마련을 위해 225국이 운영하는 무역회사들은 물론 통전부 산하 각 무역회사들에게 당 상납 자금을 삭감해주는 대신 재건축 자금을 별도로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그렇게 어렵게 재건축 자금 500만 달러가 마련되고서야 사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고 한다. 한국 입장에서야 재건축 자금 500만 달러가 작게 느껴질 수 있지만, 북한의 자재 물가 및 인건비 상황을 고려한다면, 제법 큰 액수라 할 수 있다.
김정일대남연구관 재건축 사업은 고 김양건 전 통전부장이 사망하기 전 마지막으로 진행한 주력사업이 됐다. 연합뉴스
2014년 초 기존의 ‘남조선혁명사적관’이 철거되고 그 자리에 신형 연구관과 함께 이전에는 없었던 빌라 및 호텔형 초대소 신축 공사가 진행됐다. 그리고 2014년 초중반부터는 연구관에서 근무할 교관 및 요원, 초대소에서 근무할 여성 관리원들을 대거 선발하기 시작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김정은은 신축 시설이 윤곽을 드러내기 시작한 2014년 가을 즈음 현장을 시찰했다고 한다.
일명 ‘김정일대남연구관’은 2015년 초 즈음 완공됐다. 연구관은 기존 ‘남조선혁명사적관’ 시절 단순한 교육시설에서 몇 단계나 업그레이드됐다. 각종 대남사업 관련 사적물들이 전시되고 교육이 진행되는 메인 ‘연구관’은 물론 최고급 숙소 및 휴양·편의시설까지 골고루 갖춰졌다는 후문이다. 말 그대로 ‘초대형 리조트 급’ 종합 시설로 거듭난 셈이었다. 최근에는 이 안에 김일성과 김정일의 동상이 제막되었다고 한다.
김정은은 2016년 제7차 당 대회 직후 김영철 현 통전부장과 함께 다시 한 번 시설을 둘러본 것으로 확인된다. 김정은이 특정 지역을 몇 년 새 두 차례에 걸쳐 시찰한 경우는 많지 않다. 그만큼 이 재건축 사업에 그가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 증명된다.
현재 새로이 재건축된 ‘김정일대남연구관’은 대남 및 미국, 일본 등에서 활동하는 공작원들의 교육 및 훈련 장소로 쓰이는 한편, 이들의 노고 치하를 위한 휴양시설로서도 널리 사용되고 있다는 후문이다.
일각에선 통전부 산하 일개 연수원 재건축 사업이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겠느냐고 반문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연수원의 목적은 대남 공작원들을 위한 시설이라는 점이다. 이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다.
특히 기획 단계에서부터 김정은이 직접 국방위 설계국을 통해 사업을 진행토록 한 점, 무리를 해서라도 관련 기관에 상납 자금 마련을 따로 지시한 점, 재건축 과정에 두 차례나 시찰에 나선 점, 최종적으로 리조트 급에 해당하는 초호화 시설 건축을 완료한 점은 허투루 넘길 부분이 아니다.
이는 결국 김정은이 대남 공작사업에 대해 여전한 의지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이윤걸 북한전략정보서비스센터 대표(겸 세종연구소 객원연구위원)
정리=한병관 기자 wlimodu@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