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가 고객들의 폭발적인 호응으로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아직 이렇다할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않고 있다. 박정훈 기자
8월 27일 카카오뱅크 출범 한 달을 맞는다. 이 기간 동안 카카오뱅크는 소비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 금융권의 지각변동을 초래하며 고공행진을 했다. 출범 2주 만에 가입자 수는 200만 명을 훌쩍 넘겼고, 여수신 합계액도 2조 원을 돌파했다.
이러한 열풍에 힘입어 카카오뱅크는 ‘추가 실탄’을 확보하기 위해 5000억 원 규모의 유상증자 단행을 결정했다. 9월 5일까지 증자가 마무리되면 카카오뱅크의 자본금은 3000억 원에서 8000억 원으로 늘어난다.
이처럼 카카오뱅크의 몸집은 날로 커져가고 있지만 정작 그동안 은행으로서 이렇다 할 사회공헌 활동은 펼치지 않았다는 문제 제기가 나오고 있다.
은행은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기보다는 고객이 맡긴 자산으로 이익을 발생시킨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다르다. 이에 은행에게는 어느 정도의 ‘사회적 책임’이 있다는 것이 중론이고, 실제로 대부분의 시중은행들은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으로 그 책임을 다하고 있다.
카카오뱅크 역시 기업 윤리강령 ‘은행의 의무’에 모범적 기업활동과 사회공헌을 적시하고 있다. 모범적 기업활동에 대해 “카카오뱅크는 적법하고 정당한 기업활동을 통해 여타 기업의 귀감이 되고, 요구되는 사회적 책임과 역할을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사회공헌에 대해서는 “카카오뱅크는 사회적 책임을 가진 기업으로서 사회 공헌활동에 적극 참여하며, 임직원의 건전하고 자발적인 사회봉사 활동 참여를 권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카카오뱅크 윤리강령에 나온 은행의 의무. 사진=카카오뱅크 홈페이지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을 본다면 카카오뱅크는 이러한 사회공헌 활동에 적극적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출범을 전후로 사회공헌 계획이나 활동 상황을 발표한 사례가 한 건도 없기 때문이다.
일각에선 ‘출범 한 달도 안 된 은행에 벌써 사회공헌을 논하기는 이른 것이 아니냐’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카카오뱅크에 앞서 지난 4월 출범한 1호 인터넷전문은행 K뱅크는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는 점에서 이런 논리는 설득력을 잃고 있다.
실제 K뱅크의 경우 개소 전인 3월 22일, 이미 녹색소비자연대 전국협의회와 중금리 대출 활성화 및 금융거래 정보격차 해소 교육 콘텐츠 개발·시행 등을 위한 ‘금융분야 녹색문화 확산’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어 출범 2주 후인 4월 18일에는 한국YMCA전국연맹과 청년 경제 활성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맺었다. 비대면 금융거래 관련 교육은 물론 청년들의 건전한 금융서비스 질적 성숙을 위한 활동 방안 마련으로 금융소외를 해소하려는 의도다.
뿐만 아니라 지난 6월에는 강원도 및 강원신용보증재단과 손잡고 도민 경제 활성화와 금융 지원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이번 협약을 통해 강원도 출신 대학생의 고리대출 중금리 전환, 도내 전통시장 등 소상공인에 대한 긴급 운영자금 지원 등을 추진할 방침이다.
(앞열 왼쪽 여섯번째부터) 최문순 강원도지사, 심성훈 K뱅크 은행장, 이남규 강원신용보증재단 이사장을 비롯한 관계자 및 대학생들이 MOU 체결 후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K뱅크 제공
이렇듯 K뱅크는 사회공헌 활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에 대해 K뱅크 관계자는 “시중은행에 비해 임직원 수가 적어 직접적인 봉사활동에 나서기는 힘들다. 대신 아동청소년 금융교육 활성화나 서민 금융지원 강화 등 K뱅크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사회공헌 활동에 나설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사회공헌 활동에 대해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현재 진행하고 있는 것은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이제 출범한 지 한 달이 됐다. 현재는 서비스 안정화에 중점을 두고 있다. 시점을 두고 향후 사회공헌 활동을 진행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구체적인 계획을 내놓지는 않았다.
재계 한 관계자는 “카카오뱅크가 출범은 한 달밖에 안 됐다고 해도, 예비승인부터 본승인 인가가 나기까지 대기하며 준비 과정을 거친 것은 수개월이 넘는다”며 “그런데도 출범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사회공헌 활동을 준비 중이라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모든 은행들을 대표하는 은행연합회는 매년 은행의 사회공헌 내역을 보고서로 발간할 만큼 은행이 가진 사회적 책임에 무게를 두고 있다. 하영구 은행연합회 회장 역시 “은행은 경제의 혈맥으로서 실물경제를 지원하는 한편, 사회적 책임을 다하고자 우리 사회 전반의 분야에서 노력하고 있다”며 사회공헌 활동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은행은 소비자의 신뢰를 얻을 수 없다”며 “이용우·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의 말처럼 카카오뱅크의 상대가 시중은행이라고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게 사회공헌 활동도 ‘은행처럼’ 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