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월 박영수 특검 사무실에 피의자 신분으로 출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이 부회장의 선고 공판이 오는 25일 열린다. 최준필 기자
8월 23일 법원에 따르면 선고 공판 생중계로 생길 공공의 이익에 비해 이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이 입게 될 불이익과 손해가 크다고 판단해 촬영과 생중계를 모두 불허한다고 밝혔다. 이 부회장 측은 선고 공판 촬영, 중계에 대해 부동의 의견을 제출했는데 결국 받아들여진 것이다. 재판중계 허가기준 관련 규정에 따르면 피고인이 동의하지 않더라도 재판장이 공익을 고려해 허가할 수 있고, 피고인이 동의하더라고 불허할 수 있다.
지난 4일 ‘법정 방청 및 촬영 등에 관한 규칙’이 개정돼 재판장의 허가가 있으면 1심과 2심 판결선고 재판은 중계방송이 가능해졌다. 이번 재판 역시 재판중계방송 허가 신청이 있었고 세기의 재판이라고 불린 만큼 첫 번째 생중계 재판이 될 것이라는 예상이 있었다. 아직 공판이 진행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선고 역시 생중계 진행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 총 5개 혐의로 기소됐다. 이 부회장이 전직 대통령에게 뇌물을 건넸고, 국민연금에 손실을 끼쳤다는 혐의는 중대하고 공익이 걸려있음에도 불구하고 개인의 사익이 공익보다 우선하다는 법원의 결정에 비난이 빗발치고 있다.
이은의법률사무소의 이은의 변호사는 “이번 판단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이 부회장이 개인범죄를 저지른 것이라면 공개하지 않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다. 그러나 피해자인 국민들의 알권리보다 이 부회장의 손해가 더 중요하다고 결정한 것이 어떤 특별한 근거를 감안한 것인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또 이 변호사는 “해당 재판부의 권한이 크기 때문에 이에 관여하고 보완할 수 있는 법적 제도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변호사 역시 “선고는 이미 심리가 끝난 사안을 알리는 것뿐이기 때문에 소송관계인이 갖는 변론권이 침해된다고 볼 수 없다”고 밝혔다.
생중계 불허 결정에 동의하는 판사들은 법원이 피고인의 인격권 침해를 고려했고, 무죄추정의 법칙을 중시했다고 말하고 있다. 다만 지난 6월 전체 판사 2900여 명을 상대로 한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국민적 관심이 큰 재판의 1·2심 선고는 생중계를 허용하자’는 응답이 73%로 집계됐다.
법원이 피고인인 이 부회장을 배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생중계 불허가 결정되기 전날인 지난 22일 이 부회장 선고 공판 방청권 추첨이 있었다. 법원은 박 전 대통령 공판 추첨석인 68석의 절반도 안 되는 30석에 불과한 자리를 추첨하겠다고 밝혀 시민들의 원성을 샀다. 이 부회장의 결심 공판이 진행됐던 중법정에서는 선착순으로 32명이 방청할 수 있도록 허가됐다. 선고 공판이 진행되기로 계획된 곳은 대법정으로 150석 규모인데 시민들에게는 30석의 자리만을 내주겠다는 것이었다.
법원 관계자는 “질서 유지 때문에 적은 자리만 방청석으로 배정하게 됐다”며 “피고인 공판 때 많은 방청객이 몰려들어 피고인들 가족과 변호인들이 못 들어왔다. 이번에는 선고인 만큼 가족과 변호인 자리를 충분히 확보하다보니 방청객석을 줄이게 됐다”며 방청석을 적게 배정한 이유를 밝혔다. 그러나 이 부회장 가족이 선고 공판에 직접 나타날 가능성은 매우 적은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시민 일부는 “참관을 원하는 많은 시민들이 이렇게 만사를 제쳐두고 방청권을 응모하기 위해 법원을 찾았다. 여기 온 인원의 10%도 추첨을 하지 않는다는 게 말이 되냐”고 외치기도 했다.
최영지 기자 yjchoi@ilyo.co.kr
이재용 재판 주요 장면 “제가 아무리 못난 놈이라도…” 지난 2월 기소된 이 부회장은 지난 4월부터 지난 7일까지 53회 재판에 피고인으로 출석했다. 재판 횟수가 많았던 만큼 60명의 증인이 재판에 채택됐다.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 뇌물 공여 혐의 등을 입증하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정유라 씨 등이 증인으로 신청됐다. 이 중 박근혜 전 대통령이 마지막 증인으로 선정됐지만 건강상 이유로 출석하지 않아 증인신문이 무산됐다. 정유라 씨는 불출석하겠다고 하다가 갑작스럽게 재판정에 나타나기도 했다. 정 씨가 삼성 측에서 말을 지원받았다고 증언하자 이 부회장이 정 씨를 물끄러미 쳐다보기도 했다. 지난 22일 오전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이 부회장의 선고공판 방청 추첨식에 450여 명의 시민들이 몰렸다. 방청권 추첨은 15.1 대 1이라는 역대 최고 경쟁률을 기록했다. 고성준 기자 지난 7일 결심 공판에서 이 부회장은 억울함을 호소하며 눈물을 보였다. 이 부회장 측 변호인단은 피고인들이 대통령에게 어떠한 이익도 제공한 적이 없고, 그럴 의사도 없었다며 특검의 공소사실을 반박했다. 이 부회장은 최후 진술에서 “공소사실도 인정할 수 없었지만 한 가지 깨달은 게 있다”며 “제가 너무 부족했고 챙겨야 할 것을 챙기지 못한 것, 이게 다 제 탓이었다는 점이다. 다 제 책임이다.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또 그는 “제가 아무리 부족하고 못난 놈이라도 서민들의 노후자금인 국민연금에 손해를 끼치겠느냐. 절대 아니고 정말 억울하다”며 울먹였다. 최후 진술 직후 박영수 특검은 이 부회장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다. 이 부회장의 재판은 박 전 대통령과 비슷한 시기에 진행됐다. 박 전 대통령의 공판에 많은 인파가 몰려 방청권 응모와 추첨이 이뤄졌고, 이 부회장 선고 공판 역시 방청권 추첨이 있었다. 이 부회장 재판 방청권 추첨 현장에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을 지켜보던 다수 지지자들도 포함돼 있었고, 이들은 이 부회장의 무죄를 주장했다. 이 부회장의 선고 결과가 박 전 대통령 재판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으로 해석되고 있다. [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