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전 국무총리. 일요신문 DB
황 전 총리도 활발한 ‘페이스북 정치’로 존재감 부각에 나서고 있습니다. 황 전 총리는 그동안 세월호 참사, 사드(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를 둘러싼 의혹 해명을 위해 페이스북을 적극 활용해왔습니다. 황 전 총리의 ‘몸 풀기’ 전략으로 보수 진영이 달아오르고 있는 까닭입니다.
최근 황 전 총리는 8월 1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조국을 비하하는 것, 옳지 않습니다”라며 범죄검거율, 반도체 생산 등에 관한 약 30개의 통계를 근거로 제시했습니다.
그렇다면 황 전 총리가 언급한 통계들이 전부 ‘팩트’일까요? <일요신문i>는 황 전 총리가 제시한 통계를 추적해보았습니다.
황교안 전 총리 페북 전반부 캡처. 황 전 총리 공식 페이스북
일단 황 전 총리는 우리나라의 장점으로 “(1)거리에서 마음 놓고 휴대폰 만지며 돌아다닐 수 있는 안전한 나라, (2)범죄 검거율 세계 2위로 치안이 확보된 나라, (3) 지하철 평가 세계 1위 (4)세계에 드물게 ‘여성부’가 존재하는 나라”라고 밝혔습니다.
먼저 2016년 현대해상 자료에 따르면 보행자 교통사고 2만 2522건 중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1360건이었습니다. 2009년부터 2015년까지 6년 사이 보행자 교통사고는 변화가 없었지만 스마트폰 관련 사고는 3.1배 정도 늘어났다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황 전 총리가 강조한 (1)번은 ‘팩트’가 아닙니다.
(2)번은 어떨까요. 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2015년 범죄 검거율은 81.1%였습니다. 범죄 검거율은 2012년 77%, 2013년 77%, 2014년 78.5%를 기록했습니다. 형사정책연구원 관계자는 “국내 자료는 있지만 해외 국가와 범죄 검거율을 비교한 자료는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순위 전문 사이트인 Numbeo가 2016년 발표한 ‘여행자들이 매긴 각국의 치안수준’에 따르면 세계 치안 국가 1위는 한국(85.69%)이었습니다. Numbeo는 117개 국가의 사이트 방문자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했습니다.
넘비오 홈페이지 캡처
안전지수 80점 이상은 치안 수준이 매우 높은 나라를 뜻합니다. 따라서 (2)번은 ‘팩트’입니다.
대한민국은 지하철 강국입니다. 미국 자동차 전문매체 잘롭닉(Jalopnik.com)은 2012년 스트 서브웨이 시스템(세계 최고의 지하철 시스템)을 보유한 10곳을 선정했습니다. 서울 지하철은 도쿄(2위) 파리(3위) 홍콩(4위)를 제치고 1위를 기록했습니다. (3)번 역시 ‘팩트’입니다.
하지만 (4)번은 ‘팩트’가 아닙니다. 전 세계 약 200개 국가 중 187개 국가가 ‘여성정책 전담 국가기구’를 운영 중입니다. 우리나라처럼 독립된 여성부나 여성부처 형태를 갖추고 있는 나라에는 영국, 프랑스, 오스트리아, 뉴질랜드 등이 있습니다. 캐나다, 벨기에, 독일은 부처의 하부조직 형태로 여성 관련 청이나 국을 갖추고 있고 중국, 몽골, 아르헨티나엔 위원회 형태로 여성부가 존재합니다. 황 전 총리의 여성부 관련 발언이 ‘반’은 맞고 ‘반’은 틀린 셈입니다.
황 전 총리는 또 “(5)GDP 세계 11위, (6)수출 세계 8위, (7) 단기간인 2년 안에 IMF를 극복한 나라, (8)세계 다섯 번째 고속철도 보유국 (9)과거 식민지 국가 중에서 유일하게 OECD에 가입한 나라, (10)LCD생산 세계 2위, (11)반도체 생산 세계 1위가 우리나라다” 라고 설명했습니다.
(6), (8)번도 ‘팩트’입니다. 세계무역기구(WTO)에 따르면 2016년 당시 4955억 달러(약 570조원)의 수출액을 기록한 한국은 세계 8위를 차지했습니다. 2004년 한국은 일본 프랑스 독일 스페인에 이어 세계에서 다섯번째로 고속철도를 보유한 국가가 됐습니다.
(10), (11)번도 마찬가지입니다. LG디스플레이와 삼성디스플레이는 전 세계 LCD 시장의 쌍두마차입니다. 초고화질(UHD) TV에 사용하는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시장에서 지난해 두 기업은 출하량 1·2위를 기록했습니다.
반도체도 다르지 않습니다. 삼성전자는 올해 사상 처음으로 분기 약 8조 원을 넘겼고, 매출에서는 1992년 이후 세계 반도체 1위를 지켜온 인텔을 앞섰습니다. LCD와 반도체 부분에서 대한민국을 능가한 국가는 현재 없습니다.
하지만 황 전 총리는 ‘디테일’을 고려하지 않았습니다. (5)과 (7)번은 ‘팩트’가 아닌 이유입니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는 2017년 기준 1조 4981억 달러(한화 1695조 5495억)로 세계 1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11위’가 아닙니다.
우리나라가 IMF를 극복하는데 걸린 시간도 2년이 아닙니다. 1997년 11월 21일 임창열 경제부총리가 IMF에 자금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2001년 8월 IMF로부터 받은 구제금융 자금을 전부 갚았습니다. 3년 8개월이 지난 시점이었습니다.
(9)번 역시 ‘팩트’와는 거리가 멉니다. OECD 회원국 중 아이슬란드는 스웨덴과 덴마크의 식민지로 있다가 1944년 독립했습니다. 슬로베니아 역시 헝가리의 지배를 1000년 동안 받았고 뉴질랜드도 영국의 식민지였습니다.
그렇다면 다른 통계들은 어떨까요. 황 전 총리는 “(12)WB의 기업하기 좋은 환경 평가 5위, (13)철강제조 산업 세계 1위, (14)세계 건설산업 규모 3위, (15)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세계 3위, (16)세계 자동차 생산규모 3위, (17) 국제전기통신연합이 발표한 ICT 발전지수 세계 1위, (18)특허시장 점유율 세계 7위의 나라”라는 통계로 대한민국 위상을 전했습니다.
(12), (13), (17)번은 ‘팩트’가 맞습니다. 세계은행(WB) 발표한 ‘2016년 기업환경평가(Doing Business)’ 결과에 의하면 평가대상 190개국 중에서 우리나라는 5위를 차지했습니다. 포스코는 WSD가 글로벌 철강사 경쟁력 순위를 최초 발표한 2002년 이래 총 13회에 걸쳐 1위에 선정됐습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발표한 2016년도 정보통신기술(ICT)발전지수에서 한국은 조사대상 175개국 중 1위를 기록했습니다.
미국 특허 수 관련 통계 캡처.
특허 관련 통계(18)에서도 우리나라는 상당히 높은 순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미국 특허등록수(2016년 기준)에 따르면 한국(2만 1867건)은 일본(5만 3046건)에 이어 2위를 차지했습니다. 세계지식재산권기구(WIPO)가 발표한 ‘2016년 특허 국제출원 자료’ 통계에서도 한국(1만 5560건)은 5위에 올랐습니다. (18)번도 우리나라의 위상을 보여주는 자료가 맞습니다.
하지만! 나머지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이 지난해 기준 주요 20개국 건설 산업의 경쟁력 순위를 평가한 결과, 우리나라는 6위를 기록했습니다. 2015년 12월 딜로이트 글로벌이 발표한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지수 보고서’에서도 한국은 올해 제조업 경쟁력 순위에서 중국과 미국, 독일, 일본 등에 이어 5위를 차지했습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의 집계에 의하면 지난해 우리나라 자동차 생산대수는 423만대로 자동차 생산량에서 인도(약 450만 대)에 뒤진 6위를 기록했습니다. 세계 5위를 유지해온 자동차 생산국 지위를 인도에 내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나라가 세계 건설산업 규모, 글로벌 제조업 경쟁력, 세계 자동차 생산규모 3위에서 ‘3위’를 기록했다”라는 황 전 총리의 발언은 사실이 아닙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페이스북 후반부 캡처. 황 전 총리 공식 페이스북
이제 ‘팩트체크’가 중반부를 달리고 있습니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19)세계 주요국 교육체계 평가 순위 1위, (20)학교정보화시설 세계 1위, (21)역대 기능올림픽에서 최근 연속 5회 종합우승한 나라, (22)국민의 90% 이상이 자기 나라 국기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로 ‘대한민국’을 설명했습니다.
2014년 영국 최대 교육·출판기업인 피어슨그룹이 실시한 세계 주요 40개국 대상 교육체계 평가에서 한국은 1위를 차지했습니다. ‘학교정보화시설’과 관련된 통계는 찾을 수 없지만 ICT활용도를 포함한 정보통신기술(ICT) 발전 지수에서 한국은 지난해 1위를 기록했습니다.
(19), (20)번도 ‘팩트’에 가깝습니다.
우리나라는 2015년 브라질 상파울루에서 열린 국제기능올림픽에서 금메달 12개, 은메달 7개, 동메달 5개를 따내 종합우승을 차지했습니다. 동시에 기능올림픽 5연패를 달성했습니다. (21)번도 ‘팩트’가 맞습니다.
하지만 (22)번은 ‘팩트’가 아닙니다. 이번 광복절을 맞아 취업포털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성인남녀 2108명을 대상으로 태극기 보유 현황을 조사한 결과, ‘집에 태극기가 있다’는 응답자는 70.8%로 10명중 7명에 달했지만 29.2%는 ‘집에 태극기가 없다’고 답했습니다. ‘국민의 90% 이상이 자기 나라 국기를 가지고 있는 유일한 나라’라는 내용은 황 전 총리의 추측에 가깝습니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에서 “(23)세계에서도 드물게 UN사무총장을 배출한 나라, (24)평균 IQ가 105를 넘어 세계 1위인 나라, (25)문맹률 1% 미만인 유일한 나라, (26)OECD 공공데이타 개방 평가결과 세계 1위, (27)새마을 운동으로 아시아 많은 나라들의 발전의 모델이 된 나라, (28)세계 2차 대전 이후 신생독립국 가운데 민주화와 경제성장을 동시에 이룬 유일한 나라”라고 강조했습니다.
먼저 (23)번은 ‘팩트’입니다. 1945년 UN이 창설된 이후 영국 노르웨이 등 10개국에서 총 10명의 사무총장이 UN 거쳐갔습니다. UN의 역사가 짧은데도 우리나라가 반기문 UN무총장을 배출한 것은 전 세계적으로 드문 일입니다.
(24). (26)도 ‘팩트’가 맞습니다. 2003년 영국 얼스터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 리처드 린과 핀란드 헬싱키 대학교의 타투 반하넨의 연구팀은 “한국을 비롯해서 일본, 대만, 등 태평양 연안 국가 국민들의 평균 IQ가 105 정도로 가장 높게 나왔다”고 발표했습니다.
7월 13일 행정자치부는 OECD가 발표한 공공데이터개방 평가에서 31개 조사 대상국 가운데 우리나라(1점 만점에 0.94점 기록)가 1위에 올랐다고 밝혔습니다. (27), (28)은 황 전 총리의 주관적인 의견일 수 있지만 국민 대다수가 동의하는 사실입니다.
(25)번은 일부만 ‘팩트’입니다. 국제 연합 개발 계획 (UNDP)의 2007년 조사에 따르면 대한민국의 문해율은 99%입니다. 통계를 뒤집어보면 문맹률이 1% 이내라는 뜻입니다. 하지만 2002년 OECD와 캐나다 통계청이 회원국 등을 대상으로 실시한 문해조사에서 한국은 칠레(1.5%)에 이어 최하위를 기록했습니다.
황교안 전 국무총리. 일요신문 DB
마지막으로 황 전 총리는 “(29)초고속 인터넷망 보급률 세계 1위, (30)컴퓨터 보급률 세계 1위, (31)빠른 인터넷 속도, 빠른 서비스, 오직 대중교통만으로 여러 도시를 편하게 이동할 수 있는 나라, (32)세계에서 A/S서비스가 가장 신속한 나라, (33)블룸버그 선정 세계혁신국가 1위인 나라”라고 밝혔습니다.
(29), (30), (33)번은 ‘팩트’가 맞습니다. 한국은 지난해 초고속 인터넷망과 컴퓨터 보급률 통계를 포함한 ICT 발전지수에서 1위를 차지했습니다.
블룸버그가 올해 1월 19일 발표한 2017년 세계 50대 국별 혁신지수(innovation index) 평가에서 한국은 지난해에 이어 1위를 차지했습니다. 반면 (31), (32)번은 증명할 수 있는 통계가 없기 때문에 ‘팩트체크’가 어렵습니다.
황 전 총리는 페이스북 이같은 내용을 토대로 “요즘 SNS에서 공유되곤 하는 내용입니다. 이런 나라가 어느 나라일까요? 짐작 하셨겠지만, 바로 대한민국 이야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한민국을 폄하하는 이야기들이 우리 안에서부터 나오곤 합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조국을 비하하는 것, 옳지 않습니다. 저는 우리나라, 위대한 나라라고 생각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페친 여러분, 행복한 주말되시길 바랍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취재 결과, 황 전 총리가 제시한 각종 통계 33개 중 14개는 기본적인 사실관계가 다르거나 ‘숫자’가 다른 부분이 많습니다. 통계 19개만 ‘팩트’라고 할 수 있습니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