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일 박신자컵 서머리그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의 경기.
[일요신문] 강원도 속초시 외곽, 설악산 울산바위가 올려다보이는 속초실내체육관은 여자농구선수들의 열기로 뜨겁다. 함성이 체육관을 채우고 선수들은 루즈볼을 향해 아낌없이 몸을 던진다. 8월 21일부터 26일까지 6일간 속초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2017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 이야기다. <일요신문>이 현장을 직접 찾았다.
# 유망주에게 기회를, 부상선수는 재기를
박신자컵은 새로운 스타를 발굴·어린 선수 기량향상 등 ‘유망주 프로젝트’를 목적으로 지난 2015년 시작됐다. 올해 벌써 3회째다. 대회명은 ‘한국 농구의 여왕’으로 불렸던 박신자 선생을 기리기 위해 명명됐다. WKBL 6개 구단은 그동안 많은 기회를 받지 못한 어린 선수나 부상 공백이 있던 선수를 뛰게 한다. 오는 10월 말 시작되는 정규리그를 준비하는 성격도 있다.
지난 시즌 WKBL은 ‘대형 신인’ 박지수(KB국민은행)와 ‘깜짝 스타’ 김지영(KEB하나은행)의 등장으로 주목 받기도 했다. 이들은 신인왕 경쟁을 이어가며 스타 반열에 올랐지만 여전히 2, 3년차 어린 선수들이기에 박신자컵에 나선다.
벤치에서 출전을 대기하는 선수들의 응원 소리에도 활기가 넘쳤다.
이들 외에도 2016-2017 시즌 이후 공을 내려놨다가 복귀를 선언한 구슬, 2군 리그인 퓨처스 리그 2년 연속 MVP를 수상한 진안도 주목할 만한 선수다. 이들은 소속팀 KDB생명의 초대 대회 우승 이후 우승컵 탈환이 목표다.
고교 시절 ‘한 경기 61득점’으로 화제를 모았던 신지현(KEB하나은행)도 이번 대회에서 재기를 노린다. 그는 지난 2015년 신인왕, 올스타전 팬투표 중부선발 1위 등을 차지하며 상승세를 탔지만 부상으로 기세가 꺾였다. 십자인대 파열로 수술, 재활에만 2년을 매달렸다. 그는 대회 초반 2경기에 모두 출전해 팀이 6개 팀 중 가장 먼저 2승 고지를 밟는 데 힘을 보탰다.
# 더 많이 뛰고 더 많이 부딪힌다
경기 중계를 맡은 유영주 해설위원(오른쪽).
현장에는 국가대표 파워포워드로 한국 여자농구 중흥을 이끌었던 유영주 해설위원도 나와 있었다.
하루 3경기씩 열리는 대회에 중계를 맡은 유 해설위원은 “선수들이 투지를 보이니까 나도 힘들지만 최선을 다하게 된다”라며 “허리가 아파서 혼났다”며 웃었다. 그는 계속 이어지는 경기 일정 덕에 해설 중간 중간 일어서서 연신 스트레칭을 하곤 했다.
유 위원은 대회에 나서는 선수들에 대해 “뭔가를 보여주려 굉장한 투지를 보이고 있다. 너무 보기 좋고 지켜보는 나도 에너지가 솟아난다”면서도 “하지만 이 선수들이 정규리그에 가면 위축되는 면이 있다. 지금 기억을 살려서 투지 있게 경기에 임해야 한다”는 선배로서 조언도 잊지 않았다.
유 위원은 대회에서 눈길이 가는 선수로 나윤정, 엄다영(이상 우리은행), 한엄지(신한은행) 등을 꼽으며 “몸싸움도 두려워하지 않고 잘 버티고 있다. 이대로만 성장해주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후배들의 경기를 지켜본 박찬숙.
그는 자신을 포함해 정은순-정선민 계보를 잇는 지난 시즌 신인왕 박지수에 대한 애정도 드러냈다. 박찬숙은 “박지수 같은 선수가 여기서 더 나와야 한다”면서도 “지수도 자만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현재에 만족하지 말고 독보적인 선수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농구계 안팎에서는 “한국 여자농구가 위기”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나온다. 지난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국가대표 멤버 중 핵심적 역할을 했던 이미선, 변연하, 신정자, 하은주 등이 그 사이 모두 은퇴했다.
지난 7월 열린 아시아컵에서 대표팀은 선수 부족으로 어려움을 겪었다. 최종 4위에 올랐지만 부상을 참아가며 뛰는 선수들을 지켜봐야 했다. 대회 베스트5에 오른 선수가 30대 후반의 임영희(우리은행) 1명뿐이라는 점도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유망주 프로젝트’로도 불리는 박신자컵은 여자농구의 과거 영광을 되찾겠다는 의지가 담긴 대회다. 지난해 박신자컵에서는 심성영이라는 스타가 탄생했다. 심성영은 지난 대회에서 맹활약해 결국 MVP로 선정됐다. 심성영은 정규리그에서도 활약을 이어나가 가슴에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젊은 선수들의 꿈이 익어가는 박신자컵에서 제2, 제3의 심성영이 나오길 기대해 본다.
속초=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둘 다 데뷔무대…성장세 기대하시라” 삼성생명 윤예빈 선수-이미선 코치 현장 인터뷰 삼성생명 가드 윤예빈. 고등학교 3학년 때 무릎 십자인대 수술을 받았지만 2015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삼성생명으로부터 1순위 지명을 받고 입단했다.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컸다. 하지만 프로 입단 이후 재수술과 계속되는 재활로 데뷔가 미뤄졌다. 1군 무대에서는 지난시즌 단 1경기에만 잠시 모습을 보였다. 윤예빈은 이번 박신자컵이 돼서야 자신의 기량을 증명하고 있다. 대회 첫날인 21일부터 경기에 나서 팀을 승리로 이끌었다. 윤예빈은 22일 KDB생명과의 경기에서는 특유의 스피드를 선보였다. 경기 후 <일요신문>과의 인터뷰에서도 수술과 재활을 거친 무릎에 대해 “상태가 많이 좋아졌다. 뛰는데 큰 무리는 없다”고 밝혔다. 순간순간 센스 있는 플레이를 선보이기도 했지만 이날 경기를 승리로 이끌지는 못했다. 경기가 끝났음에도 여전히 아쉬운 표정이 역력했다. 그는 “후반에 수비가 안돼서 쉽게 골을 허용했다”고 자책하기도 했다. 이어 “그동안 체력을 끌어 올리고 수비를 중점적으로 연습했다. 그래도 아직 체력과 수비가 부족하다. 될 수 있을 것 같은데도 안되는 부분이 많아 아쉽다”며 욕심을 드러냈다. 윤예빈은 드리블, 패스 등의 기술을 가지고 있어 가드로 분류되지만 수비시에는 상대 장신 센터들과 몸을 부딪히는 일이 잦았다. 이에 대해 그는 “수비 때는 센터를 맡기도 했는데 부족한 부분이 많다. 키만 크고 아직 힘이 부족하다”고 자평했다. 삼성생명에서 첫 선을 보이는 이는 윤예빈 외에도 이미선 코치가 있다. 그는 농구대잔치 시절부터 삼성에서만 활약했던 선수다. 전설적인 가드였던 이미선은 은퇴 이후 미국에서 연수를 받고 코치로 삼성에 복귀했다. 윤예빈과 이미선 코치는 무릎 수술이라는 ‘연결 고리’가 있다. 윤예빈은 이 코치에 대해 “아무래도 같은 수술을 경험하셨기에 마음을 잘 알아주시는 것 같다”며 “세심하게 조언을 해주신다”고 말했다. 삼성생명 이미선 코치. 또한 그는 윤예빈에 대해 “부상으로 2년 정도 쉬면서 코트에서 뛰고 싶은 열정이 크다. 그런 점은 높이 사고 있다”면서 “아직 몸이 100%가 아니라 본인이 답답해하고 있다. 지금 많이 좋아지고 있고 더 나아질 수 있는 선수이기에 기대가 크다”고 평가했다. 이 코치는 코치로서 처음 대회에 나서는 소감으로 “아직 코치를 시작한 지 한 달도 안됐다. 어리바리하고 있다”며 웃었다. 이어 그는 “배운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 여기서 적응해서 시즌을 준비해야겠다. 정규 시즌에서 모든 팀들의 목표는 우승이다. 나는 팀에 합류한 지 얼마 안됐기 때문에 잘 녹아들면서 우승하는 데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