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성 더불어민주당 정당발전위원장이 23일 여의도 국회에서 위원 명단을 발표한 뒤 취재진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박은숙 기자
최 위원장은 지난 2015년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문재인 체제 시절 사무총장에 임명됐으나 당내 비문(비문재인)계의 극한 반발에 부딪히면서 정치적 기로에 처했다. 민주당은 결국 직제 자체를 폐지하며 당내 갈등 무마에 나섰다. 최 위원장은 5·9 대선 땐 선거대책위원회 종합상황본부장을 맡았다.
최 위원장은 대선 이후 2선 후퇴한 문재인 대통령 측근그룹 중 한 명이었다. 그는 5월 16일 “아무래 생각해도 저는 권력을 만들 때 어울리는 사람”이라며 “인재가 넘치니 비켜 있어도 무리가 없다”고 2선 후퇴를 공식화했다. 양정철 전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제 역할은 딱 여기까지”라며 백의종군을 선언한 날이다.
문재인 정부 출범 6일 만에 백의종군을 선언했던 최 위원장이 7월 28일 추 대표의 내정으로 약 70일 만에 컴백했다. 정발위는 이른바 ‘추미애 혁신안’의 핵심이다. 추 대표가 내년 지방선거를 겨냥해 오랫동안 구상한 혁신위다. 애초 명칭은 혁신기구위원회였으나, 당 내부에서 “새 정부 출범 초반 ‘혁신’ 기구를 왜 만드냐”라는 비판이 쏟아지면서 정발위로 변경했다. 당 혁신을 넘어 당원 중심주의를 통해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는 취지를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당 내부에선 내년 지방선거 공천권을 좌지우지할 수 있는 기구라는 비판이 나온다. 이 자리에 추 대표와 가까운 최 위원장을 앉힌 것이다. 추 대표 측은 ‘최재성 카드’에 대해 “정당 정치를 발전시킬 적임자”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4·13 총선 직전 발발한 야권 발 정계개편 당시 때도 최 위원장이 당원 배가 운동을 적극적으로 펼치면서 원심력을 꺾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이는 정권교체 직후 추 대표가 단행한 ‘100만 권리당원 배가’ 운동과 일맥상통한다. ‘추미애-최재성’ 라인이 공천권 장악에 나섰다는 비판도 이런 맥락에서 제기된다.
여의도에선 내년 6·13 지방선거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로 각각 거론되는 추 대표와 최 위원장이 손을 맞잡자, 사실상 3선 도전이 초읽기에 돌입한 박원순 서울시장과 경기지사 후보인 이재명 성남시장을 표적으로 삼은 게 아니냐는 의구심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최 위원장은 8월 9일 추 대표와 면담 후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경기지사 출마에 대해 “개인적으로 (왜) 고민이 없겠냐”며 등판 가능성을 내비쳤다.
비문(비문재인)계 한 관계자는 “2년 전 사무총장 인선 갈등을 잊었느냐”라며 비판했다. 친문계도 반발했다. 8월 18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는 친문(친문재인)계 김종민 김상희 박범계 설훈 윤호중 전해철 최인호 황희 의원 등이 추 대표에게 강력 항의했다. 설훈 의원은 추 대표를 향해 “탄핵감”이라고 날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추 대표는 “오해하지 말아 달라”고 당부했지만, 당내 반발은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논란이 일자 최 위원장은 8월 20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추 대표가 사심이면 (추 대표와) 결별을 넘어서서 맞서겠다”고 밝혔다.
이어 8월 24일 대통령 복심 김경수 의원을 비롯해 박광온 한정애 박경미 이재정 의원 등 원내 인사와 장경태 당 청년위원회부위원장, 여선웅 강남구의원, 배현미 권리당원, 심재명 명필름 대표 등 원외 정발위 위원 명단을 발표했다. 갈등의 화약고였던 지방선거 공천 룰은 ‘지방선거기획단’에서 논의키로 했다. 하지만 정발위가 지방선거기획단에 영향력을 미칠 경우 민주당의 고질적인 병폐인 룰의 딜레마가 계파 갈등을 촉발할 것으로 보인다.
윤지상 언론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