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영 아파트 부실공사 현장을 방문한 남경필 경기도지사.
부영주택이 건설한 이 아파트는 지난해 12월, 올 2월과 5월 3차례 실시한 경기도의 품질검수에서 211건의 하자보수 지적사항이 나왔다.
이에 남경필 지사가 5차례에 걸친 현장점검을 통해 부영 측에 하자보수를 촉구했음에도 아직까지 입주민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남 지사의 지시로 실시되는 이번 특별점검 대상은 화성 동탄2지구 A70∼A75블록 6개 단지, 화성 향남2지구 B6·B17블록 등 2개 단지, 하남 미사강변지구 A31블록 1개 단지, 성남 위례지구 A2-13블록 1개 단지 등이다. 도는 기동안전점검단, 아파트 품질검수위원 등을 투입해 화성시, 하남시, 성남시 등 3개 시와 함께 9월 1일까지 점검을 한다.
도 관계자는 “특별점검을 통해 공정관리, 품질관리, 안전관리 등 전반적인 공사 상황을 면밀히 확인할 예정”이라며 “부실시공이 드러날 경우 해당 시·군에 시정명령, 부실벌점 부과 등 후속조치를 취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무더기 하자 발생 문제를 계기로 건설사의 무책임한 부실시공 행태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건설업계와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동탄2신도시 23블록에 세워진 부영아파트는 입주 후 5개월간 8만 건이 넘는 하자가 발생했지만 제대로 해결되지 않아 사회 문제로 비화했다.
급기야 참다못한 입주민들이 아파트 평판 추락도 감수하고 부실시공 문제를 직접 공개하면서 대책 마련을 호소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이에 수억 원을 들여 주택을 분양받은 입주자들이 극심한 고통에 시달리는 아파트 등 공동주택 부실시공 문제에 대한 법적 잣대가 너무 느슨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현재 ‘주택법’ 상 부실시공을 저질러 입주민에게 손해를 끼친 건설사에 가해지는 처분은 징역 2년 이하 또는 2000만 원 이하 벌금의 형사처벌과 최고 영업정지의 행정처분이다.
단, 인명피해가 발생했을 때는 형사처벌은 무기징역까지, 행정처분은 등록말소까지 높아지기는 하지만 이는 사망사고 등 참사가 발생했을 때의 얘기다. 부영과 같이 인명피해는 없지만 무더기 부실시공으로 입주자들에게 큰 고통을 안겨준 건설사에 내려지는 처벌 수위는 결코 높지 않은 것이다. 또한 아파트 입주가 이뤄지고 나서 부실이 발견된 경우 지방자치단체가 부실시공을 철저히 파헤쳐 강력한 조처를 내릴 것을 기대하기 쉽지 않은 문제도 있다.
지자체는 공동주택 사용허가권자이기도 해 사용허가 전 시공이 제대로 됐는지 확인하지 못한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기 때문이다. 화성시는 부영아파트에 대해 내릴 수 있는 최고수위 처분인 영업정지까지 내리는 방안을 검토한다고 밝힌 바 있지만 전례를 찾기 어렵다.
건설사의 부실시공 문제를 개선하려면 주택 공급 시스템 자체를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송하성 경기대 교수는 “아파트 부실시공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근본적인 방법은 주택 후분양제를 도입하는 것”이라며 “지금으로선 시공사는 아파트를 분양하기만 하면 되기에 분양 후 이윤을 높이려고 불법 자재를 사용하며 부실시공을 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송 교수는 “공사 현장의 감리를 강화하기 위해 감리인이 시공사 눈치를 보는 구조를 개선해야 한다”며 “그러려면 시공사가 감리비를 지급하는 현 시스템을 바꿔 감리인이 지자체에서 감리비를 수령하게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부실시공은 입주자들이 실제 거주하기 전에는 발견되기 쉽지 않다는 점에서 대부분 하자보수 문제로 이어진다. 부영아파트의 부실시공 문제도 입주가 이뤄진 이후 무더기로 드러났다. 그러나 현재 법적으로 하자보수에 관한 규정을 정리한 ‘공동주택관리법’은 민사법이어서 하자보수 의무를 지키지 않은 건설사를 처벌하는 내용이 없다. 하자보수 책임을 이행하지 않은 데 대해 과태료만 부과할 수 있을 뿐이다.
입주자가 아파트 하자 문제를 해결하는 공식 기구인 하자분쟁조정위원회에 손해배상을 청구하거나 아예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하는 방안이 있지만, 절차가 복잡하고 비용도 수반되기에 냉가슴을 앓으며 자체 비용으로 해결하거나 불편함을 감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특히 부영아파트 사태처럼 아파트 주민들이 하자 문제를 제기했으나 건설사가 차일피일 미루는 경우 마땅한 제재 방법이 없다. 그나마 하자보수를 정당한 이유 없이 미루는 건설사에 대해 지자체가 개입해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는 내용의 공동주택관리법 개정안이 5월 국회를 통과해 10월 중순 시행될 예정이다. 하지만 이 역시 지자체의 의지가 중요하다. 지자체가 나서지 않으면 제2의 부영아파트 사태가 계속 발생할 수밖에 없다.
이에 정치권에서 건설사가 하자보수 의무를 이행하도록 제도의 실효성을 높이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이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원욱 의원실(경기 화성시을)은 하자보수를 제대로 하지 않는 건설사에 대해 불이익을 강화하는 내용 등을 골자로 한 공동주택관리법 등 법령 개정을 준비 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파트에서 하자가 발생하는 것은 부실시공 탓인 경우가 많고 동탄 부영아파트 문제는 지자체가 시공 상태를 꼼꼼히 확인하지 않고 성급히 사용승인을 내줬기 때문”이라며 “지자체가 아파트 사용승인 전 좀 더 면밀히 점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동탄 부영아파트 문제는 우리도 심각한 사안으로 보고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파트 등 공동주택 보급이 늘어나고 주거문화에 대한 눈높이도 높아지면서 하자분쟁도 증가하는 추세다. 국토부 하자분쟁조정위에 접수된 하자 조정 신청 건수는 2011년 36건에서 꾸준히 늘어 작년에는 3880건까지 늘었다.
송승환 기자 ilyo22@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