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매매 의혹을 받고 있는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 사진=‘뉴스타파’ 방송화면 캡처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9부(부장판사 김수정)는 25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공갈 등 혐의로 구속기소된 CJ제일제당 부장 출신 선 아무개 씨에게 징역 4년 6월을 선고했다.
같은 혐의로 함께 구속기소된 공범 선 씨의 동생은 징역 3년을 받았고, 또 다른 공범 이 아무개 씨는 이번 사건과는 무관한 음주측정 거부 혐의가 함께 유죄로 나와 총 징역 4년을 선고받았다.
또한 이들의 사주를 받고 이건희 회장의 동영상을 촬영한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중국 국적 여성 김 아무개 씨는 징역 8개월을 선고받아 법정 구속됐다. 이어 동영상 촬영에 관여한 선 씨 형제와 이 씨, 김 씨는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이수 명령도 받았다.
이외에도 협박에 가담한 공범들은 각각 징역 2년과 징역 1년 6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이들 일당에 대해 “피해자(이건희 회장 측)로부터 갈취한 금액이 적지 않은 데다 피해가 전혀 회복되지 않았고, 피고인들의 경제적 능력 등에 비춰볼 때 앞으로도 피해를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해 보인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특히 재판부는 카메라를 구매하도록 대금을 지원하는 등 범행을 공모한 형 선 씨에 대해서 “피고인 각각의 사회적 지위나 경력, 경제력, 역할을 고려하면 선 씨 역할 없이는 범행이 용이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재판부는 선 씨 등이 받은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배포·제공 혐의(성폭력범죄의처벌등에관한특례법 위반)에 대해서는 무죄로 선고했다.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만으로는 피고인들이 동영상을 담은 USB를 건넸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동생 선 씨는 이 씨, 김 씨 등과 공모해 2011년 12월부터 2013년 6월까지 총 5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자택과 논현동 고급 빌라에서 이건희 회장의 성매매 의혹 동영상을 촬영하고, 이를 빌미로 이건희 회장 측에 접근해 2차례에 각각 6억 원과 3억 원을 받아낸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형 선 씨의 경우 동영상 촬영에 필요한 카메라를 구매하도록 대금을 지원하는 등 공모한 혐의를 받았다.
특히 형 선 씨가 과거 CJ 직원이었던 것이 드러나며, CJ그룹이 이번 사건에 조직적으로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구심도 제기됐다. 하지만 검찰은 수사 결과 혐의점을 발견하지 못했다. 재판에서도 검찰과 피고인 양측 모두 CJ 개입 의혹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
한편 이번 이건희 성매매 의혹 동영상 사건은 지난 2016년 7월 인터넷 독립언론 ‘뉴스타파’에서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수년에 걸쳐 젊은 여성 여러 명을 불러 성행위를 한 것으로 의심되는 동영상을 공개하며 불거졌다.
‘뉴스타파’는 성매매 의혹 동영상 일부를 공개하고 “등장하는 여성들은 한 번에 3~5명이다. 외모로 봤을 때 대체로 20대에서 30대 사이인 것으로 추정된다”며 “영상에 녹화된 여성들끼리의 대화를 들어보면 이들에게는 한 번에 500만 원가량의 비용이 지급된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이 과정에서 성매매 장소로 추정되는 논현동 고급 빌라의 전세권 설정자가 삼성SDS의 김인 고문이라는 점 등을 들며 삼성이 그룹 차원에서 이 회장의 성매매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이번에 동영상 촬영을 지시한 일당은 재판을 통해 모두 실형을 선고 받았지만, 성매매 의혹의 중심에 서있는 이건희 회장에 대해서는 검찰이 ‘시한부 기소중지’ 처분을 내렸다. 이 회장이 지난 2014년 5월 급성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3년이 넘게 삼성서울병원 VIP실에서 입원 치료 중에 있어 조사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성매매 장소 제공 등 의혹과 관련해 서울 논현동 빌라 전세 계약자였던 김인 고문 역시 부동산실권리자명의등기에관한 법률 위반(부동산실명법)으로 벌금 1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는데 그쳤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