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성남시장의 부인인 김혜경 씨가 24일 성남시 성남아트센터 바람소리 카페에서 인터뷰를 갖고 있다. 박정훈 기자
―정치인이 관찰예능에 도전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방송에서는 이 시장이 결정하고 ‘통보’했다고 나왔는데.
“하하(웃음), 통보는 아니고 남편과 의논을 했다. 처음 방송출연 요청이 왔을 때는 ‘아우, 정말 말도 안 돼’라고 생각했다. 지금까지 출연한 정치인 부부가 없었다. 시사 프로그램에 출연한 정치인은 있었지만 관찰예능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니까…. 더구나 저는 살림살이를 다 공개해야 하는 부담이 있었다.”
―그런데 마음을 바꾼 이유는.
“지난 대선 경선 때 성남 아닌 지방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이재명이란 사람이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강한 이미지로 보이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제가 유권자들에게 가정생활에 대해 이야기해도 ‘이재명 시장이 가정생활을 저렇게 하는구나’라고 수긍을 하고 좋아했지만 모든 분들을 만나 뵐 수 없어 한계가 있었다. 말로 설명하는 것보다 직접 보여드리면 훨씬 더 좋겠다고 생각해 점점 방송 출연 쪽으로 마음이 기울었다.”
―시청률이 계속 오르고 있다. 주변 반응은 어떤가.
“세대별로 반응이 다르다. 우리 세대는 ‘아직도 저러고 사네, 참 부럽다’라고 얘기하는 분들이 많다. 미혼인 커플들은 우효광·추자현 부부랑 비교하면서 이 시장에게 ‘완전히 아재’라고 한다.”
“하하하(웃음), 요즘 이 시장은 자기가 삼식이가 아니라는 점을 증명하고 싶어 한다. 요즘엔 남편이 주말에 밥을 먹으러 나가자고 자주 전화를 한다. 그런데 밖에 나가도 밥을 제대로 못 챙겨먹는다. 예전보다 훨씬 알아보는 분들이 많다. 사진 찍고 싶어 하는 분들도 많아서 우리 둘 다 밥을 편하게 못 먹는다. 이제는 종종 남편한테 ‘외식이고 뭐고 이제 진짜 집에서 삼식이처럼 있어야겠다’는 말을 하곤 한다.”
―이 시장이 최근 방송에서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는 증거’가 아내가 아침밥을 챙겨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은 조금 과장된 면이 있다. 저도 예전에 아침을 잘 안 먹었는데 남편은 어머니와 같이 살면서 아침밥을 먹어왔다. 남편은 차에서 김밥 한 줄로 끼니를 때울 때가 많다. 좀 안쓰러워 보였다. 누룽지를 끓이더라도 먼저 일어나서 아침을 꼭 챙겨준다. 서로 따뜻한 국물이라도 챙겨먹고 나갈 수 있으면 좋지 않을까. 이렇게 얘기하면 완전히 나이든 사람 같긴 하지만…하하(웃음).”
―가끔 이 시장이 혼자 밥을 챙겨먹는 장면도 보이는데 실제로 그런가.
“가끔 남편일 도우니까 시간이 안 맞을 때가 있다. 그럴 때는 남편이 냉장고에서 반찬을 찾아서 먹고 국도 데워서 먹는다. 꼭 챙겨주는 것만 먹는 사람은 아니다. 물론 이 시장이 너무 바쁠 때가 많아 요리는 못 한다. 그래도 우리 세대에서 그 정도하면 잘하는 것 같다.”
―집 명의를 둘러싼 에피소드가 인기를 끌었다. 방송 전에도 집 명의와 관련된 얘기를 했나(방송에서 이 시장은 아내와 집 명의를 두고 설전을 벌인다. 김혜경 씨는 “집을 공동명의로 해줘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이 시장은 “내가 당신 것이다”며 거절했다).
“지난해 여름 양성평등주간을 기념해서 여성단체들이 내놓은 의견 중 ‘공동명의’ 부분이 나온다. 2년 전부터 남편에게 그 얘기를 살살 해왔다. 집을 가지고 싶고 돈에 탐이 나서 명의 얘기를 한 것은 아니다. 여태까지 전업주부로 살았으니까 그런 부분에 대한 남편의 배려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던져본 것이다.”
―‘명의 전쟁’ 이후 주변 반응은.
“남편이 여성들한테 항의를 받고 있다. 남편이 요즘 행사장에 가면 또래 아줌마들이 ‘공동명의해라’, ‘공동명의 해주셨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고 한다. 제게는 주변 분들이 ‘사모님 파이팅’이라고 응원한다. 정말 재밌다. 하하(웃음).”
―방송 이후에 집 등기명의가 실제로 공동명의로 바뀌었나.
“반전이 있다. 공동명의로 바꾸면 돈이 너무 많이 들더라. 몇 백만 원 정도 들면 명의를 바꾸려고 했는데 실제로 계산해보니 1000만 원 이상 드는 것 같더라. 돈이 이렇게 많이 들면 명의 변경을 안 해도 된다. 어차피 전부 내 것인대…하하하(웃음). 집을 팔 것도 아닌데 만약에 집을 팔고 새로운 집을 살 거면 공동명의로 하겠지만 많은 돈을 들여서 그 집을 공동명의로 하는 것은 아닌 것 같다.”
“여자 분들은 아시겠지만 보통 새롭고 예쁜 장소에 가면 찍어서 보관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저는 정치인의 아내이기 이전에 살림하는 주부이고 여자다. 예쁜 공간과 맛있는 음식이 있으면 남편과 함께하고 싶다. 그날은 좀 눈치가 보이긴 했는데 저는 기분이 좋았다. 외식은 보통 성남에서 하고 서울 강남에 있는 레스토랑은 더욱 안 간다. 하얀 테이블이 있는 곳은 진짜 처음 가봤다. 하하하(웃음), 방송 끝나고 남편이 ‘이야, 동상이몽은 완전히 당신의 빅픽처에 내가 넘어간 거야’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26년 결혼생활에 대한 소회는.
“우리는 서로 살아온 삶의 궤적이 굉장히 다르다. 처음에 둘이 결혼한다고 하니까 친구들이 걱정을 많이 했다. 저는 피아노과를 졸업한 평범한 중산층의 여자였고 남편은 힘든 상황을 자기가 뚫고 나온 입지전적인 사람이었다. 저조차도 걱정이 많았지만 서로 너무 달랐기 때문에 오히려 살면서 긴장감을 유지했던 것은 아닐까. ‘당신은 나랑 똑같지’라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당신은 나랑 굉장히 다른 사람이니까 이런 생각도 하는구나’라고 서로를 많이 배려한 점이 오랜 결혼 생활을 이끌어온 힘 같다.”
최선재 기자 sun@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