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심에서 징역 5년이 선고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재판 결과를 놓고 법원 관계자가 내놓은 반응이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판사 김진동)는 오늘(25일) 오후, 1시간 30분 간에 걸친 선고 공판을 마무리 하며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부회장에게 징역 5년을 선고했다. 이로써 이 부회장은 2심 재판 결과가 나오기 전까지 계속 구치소 신세를 지게 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해 법원이 징역 5년을 선고했다. 2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뇌물공여 등의 혐의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 사진=사진공동취재단
특검팀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한 혐의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씨 일가에 미르·K스포츠 재단(204억 원),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16억 원), 정유라 승마지원(78억 원+약속 금액 213억 원) 등 433억 2800만 원의 뇌물을 주거나 약속했다는 것. 특검팀의 범죄 혐의 입증 속에 이 부회장이 법정 구속을 피하지는 못했지만, 법원이 이 부회장에게 적용된 모든 혐의를 적극적 유죄로 판단한 것은 아니다.
재판부는 선고와 함께 “승계 작업으로 인한 이익을 가장 많이 향유하고 다른 피고인들에게 승마지원 등을 지시하는 등 범행 전반에 미친 영향이 상당히 크다”면서도 “승계 작업 추진 과정에서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을 한 것은 인정할 수 없다”며 미르·K스포츠 재단 지원 과정에서 이 부회장의 관여도가 낮은 것으로 봤다.
대신 적극적으로 지원을 주도했다며 함께 기소된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과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은 징역 4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법원 안팎에서는 예상됐던 결과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앞서의 법원 관계자는 “원래 죄명이 10개면 10개가 다 무죄가 나지 않고, 이재용 부회장 사건의 경우 다툼의 여지가 많기 때문에 일부는 무죄가 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며 “특히 미르·K스포츠 재단의 경우 사적으로 운영됐다고 하지만 뇌물 공여 측에서 그것까지 알고 했다고 보기 힘든 부분이 있기 때문에 금액 규모(204억 원)까지 감안할 때 법원이 유죄로 보기는 힘든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서울고법의 부장판사 역시 “집행유예가 나오려면 징역 3년 이하를 받아야 하는데 뇌물 공여라는 혐의 자체가 워낙 양형이 세기 때문에 가능성이 낮았던 안이었다”며 “다만 2심에서 (집행유예 등으로) 풀려나기 위해서는 감형 때 징역 3년 정도로 낮추기 위해서라도 징역 5년 이하로 받는 게 삼성 측에 유리했을 텐데 재판 결과가 딱 그렇게 나왔다”고 판단했다.
일각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협박죄로만 몰고 가려던 삼성의 전략적 미스라는 지적도 나온다. 검찰 관계자는 “삼성이 초반 ‘이 부회장도 다 알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의 강요로 어쩔 수 없이 도와준 것이다’라고 진술하며 ‘협박죄 프레임’을 짰는데 그 진술이 결국 발목을 잡을 꼴”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이 끝난 뒤 이뤄질 이 부회장의 2심 재판은 1심보다 감형된 결과가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앞서의 검찰 관계자는 “장충기 최지성 등이 실질적 범행 주도자로 지목되며 구속된 것은 이 부회장에게 2심에서 ‘내가 한 게 아니다’라고 주장하며 뉘우칠 여지를 줬다”고 설명했다.
앞서의 부장판사 역시 “이 부회장이 2심에서 반성문 등과 함께 뉘우치는 모습을 보여주고, 국가 경제에 미치는 부분을 강조하게 되면 감형은 거의 확실해 보인다”고 설명했다.
한편 특검팀은 이번 재판 결과에 대해 “재판결과를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항소심에서 상식에 부합하는 합당한 중형이 선고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서울중앙지검은 “이재용 부회장에 대한 오늘 1심 선고 결과를 충분히 검토, 반영해 뇌물 수수자인 박 전 대통령, 최서원(최순실) 뇌물 사건 공판에서 효율적인 공소유지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을 내놨다.
최민준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