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일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된 니콜라이 사르코지와 영부인 세실리아. 연합뉴스 | ||
프랑스의 새 영부인이 된 세실리아 사르코지(49)가 2년 전 한 잡지와의 인터뷰에서 한 말이다. 당시 “재클린 케네디와 힐러리 클린턴 중 누구와 비교될 때 더 기분이 좋은가”라는 질문에 이렇게 대답했던 그녀가 본인의 의지와는 다르게 실제로 영부인이 되고 말았다.
자유분방하고 독립적이며 자기 주장이 강한 그녀가 엘리제궁의 새 안주인이 되자 벌써부터 프랑스인들의 관심은 앞으로 그녀가 몰고 올 새 바람에 쏠려있다. 한 측근은 “12년 동안 전통적이고 보수적인 영부인 역할을 수행했던 베르나데트 시라크 여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하면서 가장 먼저 시작될 변화는 우선 엘리제궁의 실내 장식이 될 것이라고 귀띔했다. 18세기 고풍스런 인테리어에서 현대적이고 세련된 인테리어로 확 바뀔 것이라는 것.
하지만 이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프랑스의 힐러리’ 혹은 ‘프랑스의 재클린’으로 불리는 세실리아의 행보에 프랑스인들의 눈과 귀가 쏠리고 있는 것도 이런 까닭이다.
‘카우보이 부츠를 신은 퍼스트레이디.’
지난 6일 니콜라이 사르코지가 프랑스 대통령에 당선되자 세계 언론들은 일제히 영부인이 된 세실리아에 대해 이렇게 표현했다. 당선 축하 행사장에 나타난 그녀의 복장 역시 그녀가 누구인지를 여실히 나타내고 있었다. 퍼스트레이디의 트레이드마크인 단정하고 보수적인 정장 대신 그녀는 방금 동네에서 친구를 만나고 온 듯 흰 바지와 회색 니트의 편안한 차림이었다.
피아니스트 겸 모델 출신인 그녀는 순수 프랑스계 혈통은 아니다. 유대계 아버지와 스페인계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그녀는 지난 2004년 “내 몸 속에는 프랑스의 피가 한 방울도 흐르지 않는다”는 발언으로 화제가 되기도 했다.
▲ <파리 마치> 표지에 실린 세실리아와 정부의 데이트 장면. | ||
파리 아사 법과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그녀는 학교를 중퇴한 후 상원의원 보좌관으로 일하면서 잠시 정계에 발을 들여놓았다. 그리고 홍보 전문가로 활동하던 무렵인 1984년 인기 TV 앵커였던 자크 마르틴을 만나 결혼식을 올렸다.
하지만 그녀의 운명은 따로 있었다. 당시 그녀의 결혼식을 집행했던 뇌이 쉬르센 시장이 바로 사르코지였던 것. 결혼식장에서 그녀에게 첫눈에 반해버린 사르코지는 그후 12년 동안 줄기차게 세실리아를 쫓아 다녔다. 끈질긴 구애 끝에 이들은 각각 자신의 배우자와 이혼을 하고 1996년 결혼하는 데 성공했다. 이미 사르코지에게는 아들 둘, 세실리아에게는 딸이 둘 있는 상태였다.
1997년 아들 루이를 낳은 이들 부부는 한동안 평탄한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듯했다. ‘할리우드 스타일’로 행복한 가족의 모습을 언론에 공개하길 좋아했던 까닭에 줄곧 ‘프랑스의 케네디 부부’ 또는 ‘프랑스의 클린턴 부부’로 불리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사진은 2002년 5월 주간지 <파리 마치>에 실린 가족 사진이었다. 당시 내무장관으로 재직 중이던 사르코지가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인과 아들과 함께 있는 모습은 마치 젊은 케네디가 백악관 집무실에서 재클린과 다정하게 있는 모습을 떠올리게 했다.
하지만 이들 부부의 ‘할리우드 흉내’는 2005년 초 갑자기 중단됐다. 부부 사이가 삐걱거리기 시작했던 것이다. 일례로 사르코지는 당시 예정되어 있던 TF1 방송국과의 생방송 인터뷰를 돌연 취소했는가 하면, 세실리아와 함께 모습을 드러내는 일도 가급적 피했다. 이에 언론들은 부부 사이에 문제가 있을 것이라고 추측을 하기 시작했다.
소문인즉슨 세실리아에게 다른 남자가 생겼고, 심지어 가족을 버리고 떠나 버렸다는 것이다. 이에 사르코지는 프랑스3 방송의 저녁 뉴스에 출연해서 “수많은 가정처럼 우리 가정도 어려운 시련을 겪고 있다. 하지만 잘 극복해 나가고 있다”며 소문을 수습하기 위해 진땀을 뺐다.
▲ 사르코지가 맞바람을 피운 상대자로 알려진 안네 풀다. | ||
언론의 보도에 충격을 금치 못했던 사르코지는 당시 <파리 마치>를 사생활 침해죄로 고소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녀의 외도는 엉뚱하게도 사르코지의 맞바람으로 이어졌다. 사르코지 역시 <르 피가로>의 여기자인 안네 풀다와 외도를 했으며, 이런 사실은 일간지 <프랑스 수아르>를 통해 폭로되었다. 이에 이들 부부가 이혼 직전까지 갔다는 소문이 일파만파 번졌던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위태위태했던 사르코지 부부의 결혼생활은 11개월의 별거를 끝으로 다시 자리를 잡았다. 지난해 1월 극적으로 다시 재결합한 부부는 아무런 일도 없었다는 듯 결혼생활을 유지해 나갔다.
그러나 이들의 재결합을 순수하게 바라보는 사람들은 드물다. 엘리제궁 입성을 위한 ‘정치적 재결합’ 아니었느냐는 것이다. 세실리아가 선거 운동 기간 내내 사르코지와 함께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다는 점, 남편 없이 홀로 연회에 참석하거나 플라멩코 공연을 관람하는 모습이 종종 목격되었다는 점 등도 이러한 의혹을 뒷받침하고 있다.
하지만 사르코지는 이런 불화설을 한사코 부인하면서 “단지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언론 노출을 자제하고 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한편 앞으로 세실리아는 남편과 함께 엘리제궁에 입성한 후 홍보 자문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개성 있는 영부인이 엘리제궁에 새로운 바람을 몰고 올 것인가. 아니면 조신한 영부인 역할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한 채 트러블 메이커가 될 것인가. 지금 프랑스인들의 관심은 사르코지 대통령 못지않게 세실리아에게도 쏠려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