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사의 CEO들이 원하는 인재상을 안다면 훗날의 출세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 ||
보좌 능력
상사를 보좌하는 것은 뒤집어보면 상사를 ‘이용’해 출세하는 것에 다름 아니다. 다마 대학의 하라다 다모쓰 교수는 “상사를 밟고 올라서는 것이 아니라 상사를 더 윗자리로 승진하게 만든 후 그 자리를 차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중요한 임원회의 전날에 프레젠테이션에서 해야 할 말이나 표현을 상사에게 ‘교육’시키는 등 자신이 나서지 않고 뒤에서 묵묵히 상사를 출세시키는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다.
이것은 그가 예전에 세이부백화점에서 일할 때 실행했던 방법이다. 점차 상사도 그를 신뢰하게 됐고 결국 콘셉트나 프레젠테이션과 같은 중요한 일과 실질적인 권한이 모두 하라다 교수의 차지가 됐다. 결국 상사와 하라다 교수 둘 다 출세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발톱(능력이나 야심)을 숨기는 것”이라고. 아무리 능력이 있어도 주위의 도움 없이 혼자서 크는 것은 어렵다. 물론 감출 발톱이 없다면 조용하게 능력을 키우며 때를 기다려야 한다.
배우는 능력
일본 IBM에서 1995년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이사가 된 우치나가 유카코. 그가 사회 초년생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익힌 습관이 있다. 그것은 ‘항상 전체에서 자신의 일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상사의 지시나 원하는 것을 명확하게 이해할 수 없다면, 상사의 상사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늘 더 큰 그림을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다.
그가 자신이 아는 지식과 정보를 ‘가르쳐주고 싶은’ 부하직원도 바로 ‘큰 그림’을 그릴 줄 아는 직원이다. 얼마나 똑똑한가 여부는 부차적인 문제다. 그는 항상 부하들에게 가장 먼저 “어떤 일이건 우선 ‘전체의 틀’을 만드는 것부터 시작하라”고 강조한다.
그는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 정보나 지식을 알려주는 것은 위험할 뿐이라고 단언한다. 머릿속에 정보를 담아 분류할 수 있는 틀이나 체계가 갖춰져 있지 않다면 기껏 가르쳐봐야 우선순위나 상관관계도 파악하지 못하고 혼란만 가져올 뿐이기 때문이다. 큰 그림을 파악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면 좀더 많은 것을 배울 수 있고 자연스럽게 경영자의 시점에서 생각하는 습관이 들게 된다는 것이 그녀의 지론이다.
접대 능력
고객 한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없다면 대중이나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더욱 무리다. 이 때문에 접대 능력은 회사의 중요한 자산이다.
‘덴쓰(電通)’는 일본 광고업계에서 치밀하고 완벽한 접대로 유명한 회사다. 이를 위해 철저한 직원교육이 이뤄진다. 덴쓰의 젊은 영업사원들은 선배나 상사가 피우는 담배의 종류를 숙지하고 있다가 담배가 떨어지면 재빨리 새 담배를 내놓는다. 또한 그들은 항상 펜을 두 자루 이상 지니고 있어 고객이 필기도구를 찾으려고 두리번거릴 때 미리 준비된 펜을 건넨다.
덴쓰의 고타니 마사카즈는 프로야구의 퍼시픽리그를 창설하고 도쿄 디즈니랜드 건설에도 참여한 일본 광고업계의 전설적인 인물. 그의 창조적인 능력은 접대에도 그대로 반영됐다.
간사이 지방의 큰손 고객이 TV광고를 맡기기 위해 도쿄로 올라온다는 말을 듣고 고타니는 신칸센을 이용한 접대를 했다. 도쿄에 도착할 때까지 정차하는 역마다 덴쓰 지사 직원들이 열차에 올라와 인사를 하고 선물과 명함을 건네는 식이었다.
이를 위해 고타니가 예약한 신칸센은 특급열차가 아닌 모든 역마다 정차를 하는 ‘고다마 호’였다. 고객은 의아해하면서 약간의 불쾌감을 감출 수 없었다. 그러나 이는 고타니가 전국적으로 가장 많은 지사를 지닌 덴쓰의 규모를 고객에게 보여주려고 한 계산된 접대였다.
권모술수 능력
새롭고 도전적인 아이디어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에 회사 내에서 반발에 부딪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옳다는 확신이 있다면 때로는 정공법뿐만 아니라 권모술수를 이용해서라도 관철시켜야 한다.
2004년 발매와 동시에 히트상품이 된 음료회사 산토리(SUNTORY)의 녹차 ‘이에몽’은 풍미를 지키기 위해 상온에서 녹차를 페트병에 담는 획기적인 포장 방식으로 성공을 거뒀다. 이 방식을 도입하기 위해서는 100억 엔(약 770억 원)이 넘는 설비투자가 필요했기 때문에 개발과정에서 경영진은 난색을 표했다. 이에 프로젝트의 리더는 최후의 수단으로 경영진을 ‘협박’했다. 일본의 생활문화에 깊이 뿌리내린 녹차를 음료회사가 편한 방식으로 만드는 것은 풍요로운 생활문화를 지향해온 산토리의 일원으로서 부끄러운 일이라고 추궁한 것이다. 결국 상대에게 이견의 여지를 주지 않은 교묘한 ‘협박’으로 입장이 역전될 수 있었고 히트상품이 탄생됐다.
야마하(YAMAHA)의 히트상품 ‘빛나는 기타’는 기타줄이 없는 대신 코드 진행을 빛으로 알려주기 때문에 초보자도 쉽게 연주할 수 있는 신개념의 기타다. 개발 단계에서 영업부의 거센 반발에 부딪힌 개발 담당자가 사용한 ‘권모술수’는 네티즌 체험 사이트에 제품 정보를 올린 것. 이것이 큰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그럼에도 회사 측이 쉽게 결단을 내리지 못하자 이번엔 200대 한정 시험 판매를 제안했고 소비자들의 폭발적인 반응으로 결국 대량생산에 들어갔다.
과감한 실행 능력
‘가키야스혼텐(枾安本店)’은 135년이 넘는 전통을 자랑하는 회사로 정육을 비롯하여 제과, 외식업 등에서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회사의 회장인 아카쓰카 다모쓰는 자신이 원하는 사원을 묻는 질문에 “머리로 생각하기 보다는 감성이 있는 사원”이라는 다소 막연한 대답을 내놓는다. 이것은 바로 그의 경영철학이기도 하다.
아카쓰카 회장은 “새로운 사업이나 신제품이 성공할지의 여부는 ‘감으로’ 꿰뚫어 봐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아카쓰카 회장의 과감성을 잘 알 수 있는 사례는 ‘채소뷔페’ 사업이다. 이 사업의 기본 방향을 결정해 요리를 개발하고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유통회사와 디자인 회사까지 끌어들여 최종 론칭을 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단 한 달이었다.
그는 70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백화점과 슈퍼마켓, 편의점 등을 돌며 시대의 흐름과 새로운 정보를 수집하는 열정적인 성격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