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된 소녀 매들린. | ||
섬나라 영국이 온통 ‘매들린 찾기’로 들썩이고 있다. 지난 3일 포르투갈 휴양지의 호텔방에서 감쪽같이 사라진 네 살배기 소녀 매들린 맥켄을 찾기 위해서다. 실종된 지 보름이 지나도록 결정적인 단서는커녕 제대로 된 목격자 한 명도 나타나지 않고 있는 까닭에 더욱 애가 타고 있는 실정. 이번 실종 사건이 더욱 안타까운 것은 지척의 거리에 부모가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이가 감쪽같이 사라졌다는 데 있다.
현재 수사의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단순 납치 사건을 벗어나 아예 ‘국제 아동포르노 조직’ 혹은 ‘국제 인신매매 조직’이 연루되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는 상태다. 이에 <해리 포터> 작가 조앤 롤링, 축구 스타 데이비드 베컴, 고든 브라운 재무장관 등 영국의 유명인사들까지 합세해서 ‘매들린 찾기’에 힘을 보태고 있지만 소녀의 행방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게리(38)와 케이트(38) 맥켄 부부가 매들린과 쌍둥이 자녀 둘을 데리고 포르투갈 남부 알가르베 지방으로 여행을 온 것은 지난 2일. ‘프라이아 다 루스 리조트’에 머물고 있던 맥켄 가족은 여느 때처럼 즐거운 휴가를 보내고 있었다.
하지만 휴가 이틀째인 지난 3일 밤,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밤 9시쯤 아이들을 재운 후 1층 레스토랑으로 내려와서 간단한 저녁식사를 한 것이 화근이었다. 친구 부부와 함께 저녁을 먹고 있던 부부는 홀로 있는 아이들이 괜찮은지 줄곧 호텔방을 바라보곤 했다.
그렇게 식사를 마친 후 호텔방으로 돌아온 시간이 10시쯤. 방에 들어선 부부는 순간 자신들의 눈을 믿지 못했다. 침대에서 자고 있어야 할 매들린이 감쪽같이 사라진 것이다. 처음에는 일어나서 어딘가에 숨어 있겠거니 했지만 아무리 찾아도 아이는 보이지 않았다. 잠시 후 침실 창문이 부서져 있는 것을 본 부부는 그제야 아이가 납치되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은 맥켄 부부는 현재 영국으로 돌아가지 않은 채 여전히 포르투갈에 남아 아이를 찾는 데 온힘을 쏟고 있다.
지금까지 매들린을 찾는 데 투입된 경찰 인력은 800명. 약 500개의 주거지를 수색했고, 100여 명을 심문했지만 모두 헛수고였다.
▲ 맥켄 가족. | ||
며칠 후 그럴듯한 단서가 포착됐다. 실종된 날 밤 인근 주유소에서 찍힌 CCTV 화면에 매들린으로 보이는 소녀를 태운 자동차가 찍힌 것이다. 자동차 안에는 남성 두 명과 여성 한 명이 타고 있었으며, 금발의 자그마한 소녀도 타고 있었다. 자동차가 영국 번호판을 달고 있었다는 점, 그리고 주유소가 스페인 국경에서 불과 한 시간도 걸리지 않는다는 점으로 미루어 이미 범인은 포르투갈을 빠져나가 국외로 도망갔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이에 경찰은 범인이 포르투갈 현지인이 아닌 영국인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기 시작했다. 영어를 구사할 줄 알아야 사전에 맥켄 부부에게 접근해서 그들의 습관을 알아내는 것 역시 용이했을 것이기 때문이다.
또 다른 가능성도 제기됐다. 계획적인 납치였다면 혹시 ‘국제 아동포르노 조직’의 소행은 아니었을까 하는 것이 그것이다. 이런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은 경찰은 인근에 거주하는 소아성애 전과자들을 대상으로 심문을 벌이기도 했다. 하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입양을 목적으로 아이들을 해외에 내다 파는 ‘국제 아동 인신매매 조직’은 아닐까 하는 주장도 제기됐지만 이 역시 추측에 불과하긴 마찬가지였다.
수사가 길어지면서 엉터리 제보도 쏟아졌다. 휴가철이 시작되고 있는 까닭에 유럽 전역에서 놀러 온 금발머리 소녀들이 포르투갈 전역에서 수없이 목격되고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실종 13일째 마침내 유력한 용의자가 나타났다. 매들린이 실종된 호텔에서 불과 90m가량 떨어진 곳에 사는 로버트 뮤랫(30)이라는 이름의 남성이었다.
포르투갈 혼혈 영국인인 그는 16년 째 포르투갈에 거주하고 있었으며, 현재 어머니와 함께 인근 빌라에서 살고 있었다. 그가 처음부터 용의선상에 올랐던 것은 아니었다. 매들린 소식을 전해 들은 그는 직접 경찰로 찾아와서 자원봉사를 하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자신 역시 영국에 동갑내기 딸을 두고 있다고 말한 그는 “남의 일 같지 않다. 마음이 너무 아프다”면서 맥켄 부부의 통역사 역할을 자처하고 나섰다.
▲ 로버트 뮤랫. | ||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는 뮤랫은 “나는 이번 사건의 희생양이다. 이번 일로 내 명예가 훼손됐다”면서 분노하고 있다.
한편 이번 실종 사건은 영국 전역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키고 있다. 유명인사들의 모금운동이 줄을 잇는가 하면 직접 TV에 출연해 ‘매들린 찾기 캠페인’을 벌이는 스타도 있다.
가장 많은 기부금을 내놓은 사람은 베스트셀러 작가인 조앤 롤링이다. 그녀가 매들린을 찾는 데 쓰라며 쾌척한 돈은 자그마치 300만 달러(약 28억 원). 사실 그녀에게는 이번 일이 남의 일 같지 않은 점도 있다. 남편이 포르투갈 사람인 데다 딸 제시카 역시 포르투갈에서 출생했기 때문이다. 그것도 매들린이 실종된 곳에서 불과 몇 시간 떨어진 곳에서 딸을 출산했던 것.
이밖에도 버진그룹의 리처드 브랜슨 회장 역시 150만 파운드(약 27억 원)를 기부했으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축구선수 웨인 루니와 그의 여자친구인 콜린 맥러플린도 2만 5000파운드(약 4600만 원)를 선뜻 내놓았다. 또한 데이비드 베컴과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각각 방송에 출연해서 “소녀를 찾는 데 적극 협조해달라”는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영국의 일간지 <뉴스오브더월드>는 제보를 하는 사람에게 사상 최대의 현상금인 250만 파운드(약 46억 원)를 지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모두가 이렇게 염원하는 바대로 과연 빠른 시일 내에 소녀를 무사히 찾을 수 있게 될지 현재 온 영국인들의 관심은 매들린 소녀의 행방에 쏠리고 있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