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노비스 | ||
이런 결과에 대해 남의 일에 섣불리 끼어들지 않으려 하는 일본인 특유의 소심함을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또다른 시각도 있다. 이와 비슷한 사건이 미국에서도 일어난 적이 있기 때문이다.
1964년 뉴욕에 사는 20대 여성인 키티 제노비스가 일을 마치고 밤늦게 귀가하는 길에 어떤 남자에게 강간당한 뒤 살해당하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놀라운 사실은 경찰조사에서 무려 38명이나 되는 목격자가 30분여에 걸쳐 제노비스가 강간·살해당하는 장면을 보고도 단 한 사람도 경찰에 신고하거나 그녀를 구하지 않았다는 것.
심리학자 비브 레테인과 존 달리는 이 사건에 대해 “당시 아무도 키티 제노비스를 구하지 않은 이유는 다수의 목격자가 있었기 때문”이라는 이론을 발표했다. ‘제노비스 신드롬’ 혹은 ‘방관자 효과’로 불리는 이 이론에 따르면 많은 사람들이 보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오히려 각각의 사람들이 느끼는 책임감이 분산·경감되는 ‘사회적 방치’가 일어난다고 한다. 38명의 목격자 모두가 “내가 하지 않아도 누군가가 경찰에 통보하거나 도와주겠지”라고 생각하고 아무도 나서지 않은 것이다.
이 이론을 결부시키면 열차 안의 40여 명의 승객들이 타인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사이에 이런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고 볼 수도 있을 것이다.
박영경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