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교황 베네딕토 16세 | ||
일반 대중들에게도 공개한 이번 의식에서 교황은 브라질을 포함한 라틴 아메리카의 모든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켜 수천 명의 사람들을 고친 프란체스코 수도회 소속의 수도승이었던 안토니오 갈바오의 신성함을 기억하라”고 말했다. 교황은 또 군중들에게 “교황은 당신들을 사랑하고 안토니오 갈바오도 당신들을 사랑합니다. 왜냐하면 예수 그리스도가 여러분을 사랑하기 때문입니다”라고 연설했다.
이번 의식은 베네딕토 16세의 전임자인 요한 바오로 2세가 1980년에 왔을 때와 비슷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브라질 전통음악과 춤으로 요한 바오로 2세를 사람들이 맞이한 이전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엄숙한 예배의식으로 열렸다.
안토니오 갈바오는 1822년 세상을 떠난 브라질의 수도승이다. 상파울루의 한 수도원의 성직자로 있던 그는 병을 고치는 비방을 만들어 사람들에게 나눠주었다. 지금까지도 이 비방은 쉽게 얻을 수가 있는데 비방이라고 해봐야 조그만 종이쪼가리에 성녀 마리아를 향한 기도문이 적혀 있는 것이 전부다. 이번 의식이 있기 며칠 전부터 비방을 찾는 사람들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났다. 그래서 안토니오가 세운 수도원에 있는 14명의 수녀들은 하루에 1만 개씩 만들어냈다고 한다.
▲ 안토니오 갈바오 | ||
그러나 정작 안토니오가 몸담고 있는 브라질 교계에서는 정반대의 움직임이 일어났다. 브라질의 주교들은 안토니오를 성자의 반열에 올리겠다는 바티칸의 결정에 반대해왔다. 1998년 당시 상파울루의 알로이소 로스체이더 대주교는 수녀들에게 안토니오의 만병통치 비방을 만들지 말라고 지시했다. 이 비방이 미신 논란을 불러온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성자 추대식이 있은 최근에도 알로이소 대주교는 “그 비방들은 기적을 믿는 사람들이 만든 가짜 약들과 같은 것”이라면서 “만병통치약이라는 것은 사람을 속이는 짓이다”며 여전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브라질에는 약 1억 5500만 명의 가톨릭 신자들이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가톨릭 교회는 개신교에 밀려 고전하고 있으며 수많은 사람들이 종교를 버리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기적의 성직자로 추앙하는 안토니오를 성자로 모신 것은 브라질에서 가톨릭의 재건과 부흥을 알리는 의미 있는 행사로 평가되고 있다.
문암 해외정보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