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크리스틴 조지(왼쪽)와 조 하디. | ||
84세의 할아버지와 22세의 미녀가 만나 사랑에 빠진다. 무려 62세의 나이 차이에도 이들은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면서 결혼식까지 올린다.
현실에서는 거의 불가능할 것 같은 이런 일이 최근 미국에서 일어났다. 물론 여기에는 빠져선 안 될 ‘필요조건’이 하나 있다. 할아버지가 억만장자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지는 것이다. 미국에서 세 번째로 큰 주택자재용품 회사인 ‘84 럼버’의 창업주이자 회장인 조 하디가 바로 그 주인공. 지난달 5일 라스베이거스에서 크리스틴 조지라는 이름의 여성과 결혼식을 올린 그는 지금 “인생은 80부터”라고 외치면서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하디의 이번 결혼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있는 이유는 두 가지다. 먼저 무려 3세대를 건너 뛴 어마어마한 나이 차이가 그렇다. 신부가 세상에 태어났을 때 그는 이미 환갑을 넘긴 62세의 할아버지였으며, 그녀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때 이미 그는 칠순을 바라보고 있었다.
또 한 가지는 그가 미국에서 손꼽히는 억만장자라는 점에 있다. 이번 결혼이 세 번째인 그는 이미 두 명의 전 부인 사이에서 일곱 명의 자식을 두고 있으며 ‘84 럼버’ 회사 외에도 리조트 사업 등 여러 사업체를 소유하고 있는 갑부다.
이런 까닭에 이들의 결혼을 지켜본 사람들의 생각은 두 부류로 나뉘고 있다. 한쪽에서는 “서로 사랑한다면 나이 차이는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축복하고 있는가 하면 또 다른 한쪽에서는 “돈 많은 노인과 젊은 미녀 사이의 그렇고 그런 스토리”라고 치부하고 있다.
이들이 처음 만난 것은 하디의 딸 메기가 운영하고 있는 리조트인 ‘네마콜린 우드랜드 리조트&스파’에서였다. 이곳에서 조지는 직원으로 일하고 있었으며, 하디의 눈에 띄어 데이트를 즐기기 시작했다. 그야말로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나 봄직한 핑크빛 로맨스였던 것이다.
하지만 더욱 놀라운 것은 만남에서 결혼까지 불과 몇 주밖에 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시민들의 말에 따르면 어느 날부터 갑자기 마을 곳곳에서 하디가 젊은 여성과 데이트를 즐기는가 싶더니 어느새 결혼식까지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졌다는 것이다. 이에 주민 3000여 명의 작은 도시인 메이슨타운은 온통 흥분에 휩싸였다. 펜실베이니아주 최고의 재벌 중 한 명이자 지역 정치인인 그가 한낱 시골 소녀와 결혼식을 올렸다니 놀랄 법도 했던 것.
그가 조지에게 포르셰 자동차를 선물했다는 둥, 사전에 이미 혼전 계약서를 작성했다는 둥 소문은 끊이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사람들의 입에 가장 많이 오르내리고 있는 것은 ‘행운의 신데렐라’ 혹은 ‘요부’라고 불리는 조지의 속마음이다. 젊은 여자가 여든 넘은 할아버지와 결혼을 한다면 분명 ‘다른 목적’이 있을 것이라고 믿는 사람이 태반이기 때문이다.
평범한 가정에서 태어난 조지는 전 남자친구와의 사이에서 낳은 세 살배기 아들을 두고 있는 미혼모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튀지 않는 평범한 학생이었으며, 특별히 인기가 있지도 않았다.
▲ 지난 1월 하디의 생일파티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등 스타들이 참석했다. | ||
그렇다면 이들의 사랑은 정말 순수한 사랑일까. 조지의 말만 듣자면 분명 순수한 듯하다. 그녀는 친구들에게 하디를 진심으로 사랑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하디 할아버지는 지금까지 만난 남자들 중 가장 근사하고 친절한 사람이다. 나이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의 결혼식이 어떻게 진행되었으며, 또 얼마나 화려하게 치러졌는지는 일체 비밀에 부쳐진 상태. 때문에 정확한 내용은 알 수 없지만 하디의 평소 씀씀이를 생각하면 결코 평범하진 않았을 것이라는 게 주위의 전언이다.
누구보다도 혈기왕성하고 정력적인 하디는 여든이라는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젊게 사는 인물로 화제가 되곤 했다. 지난 1월에는 자신의 84번째 생일 파티에 크리스티나 아길레라, 베트 미들러, 로빈 윌리엄스 등을 초청해서 성대한 축하 파티를 열기도 했다.
또한 그의 측근들은 아무리 팔팔한 젊은이라 할지라도 그의 하루 일과를 쫓아가진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아직도 그는 매일 아침 5시에 일어나서 새벽 2시에 잠자리에 들 때까지 단 한 순간도 허비하지 않으면서 왕성한 활동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경영권을 자식들에게 물려주긴 했지만 아직도 현역에서 뛰고 있는 것만 봐도 그렇다.
조지와의 결혼이 세 번째 결혼인 그는 고등학교 동창이자 첫 번째 부인 도로시와 51년간 결혼생활을 유지하면서 다섯 명의 자식을 두었으며, 지난 1997년 이혼한 후 곧바로 두 번째 부인 데브라와 결혼했다. 당시 하디의 나이는 74세, 데브라의 나이는 26세였다. ‘84 럼버’ 회사에서 일하던 데브라와의 결혼 역시 48세의 나이 차이로 한동안 화제가 된 바 있다. 슬하에 딸 둘을 두고 있는 이들은 3년 전 이혼했다.
그렇다면 과연 세 번째 결혼은 얼마나 지속될까. 이번 결혼이 나이를 극복한 ‘세기의 로맨스’가 될지 아니면 ‘천문학적인 유산과 미녀가 얽힌 뻔한 스토리’가 될지 조금 더 지켜봐야 할 듯싶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