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6회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에서 대국을 진행중인 한·일 학생들. 박은숙 기자
지난 8월 26일 오후 강원도 영월스포츠타운 내 실내체육관에서 ‘제6회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가 열렸다. 이틀간 치러진 이번 대회는 국내 지역을 순회하며 열리는 ‘2017 한국초등바둑연맹 회장배 바둑대회’도 동시에 개최돼 성황을 이뤘다.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는 지난 2012년 일본 오사카에서 처음 개최됐다. 이후 서울, 홍콩, 상해, 다시 오사카를 거쳐 6회 대회는 강원도 영월에서 열렸다.
‘제6회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2017 한국초등바둑연맹 회장배 바둑대회’ 개막식. 박은숙 기자
이날 대회에는 대한바둑협회 부회장을 겸하고 있는 강준열 초등바둑연맹 회장, 박선규 영월군수, 신준용 영월군의회 부의장, 박연호 영월군 바둑협회장 등 바둑계, 영월 지역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대회 심판위원장은 박성수 사범이 맡았다.
대국 개시 선언에 앞서 개회사를 한 강준열 부회장은 “각자 실력을 갈고 닦아온 국내외 선수들 모두 좋은 경기 펼치길 바란다”며 격려의 말을 남겼다.
축사에 나선 박선규 영월군수는 한·중·일 3개 국어로 인사말을 전했다. 이어 “두 대회가 영월에서 개최돼 군민들과 함께 뜨겁게 환영한다”며 “아시아와 전국 각지에서 온 선수단 여러분이 좋은 결과 얻어서 멋진 추억 남기길 바란다”고 말했다.
‘제6회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 박은숙 기자
6회째를 맞은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는 최강부, 유단자부, 고급부, 중급부, 저급부 등 5개 부문에서 각각 16명 씩 총 80명의 학생이 참가했다. 74명이 참가했던 지난해 대회보다 규모가 확대됐다. 영월군에 거주하며 지역에서 열린 대회에 참가한 임장현 군은 “영월에서 이런 큰 대회가 열린다니 신기하다”면서도 “우승하고 싶지만 잘 될지는 모르겠다. 쉽지 않을 것 같다. 배운다는 생각으로 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본격적인 경기는 대회 둘째 날인 27일부터 시작됐다. 26일에는 초등연맹 회장배 대회가 주를 이뤘다.
각국 치열한 예선을 거쳐 선발된 고수들이 참가한 만큼 어느 대회보다도 진지한 분위기로 진행됐다. 시합을 먼저 끝낸 학생들도 집중하는 학생들을 방해하지 않기 위해 배려하는 모습이 돋보였다.
‘제6회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 박은숙 기자
국내에서 치러지는 대회였기에 참가자 80명 중 한국 학생이 다수를 차지했다. 각 부문 4위까지 주어지는 트로피도 대부분 한국 학생들이 가져갔다.
최강부는 남형도 군이 1위에 올랐다. 남군은 “큰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해서 기쁘다”며 “앞으로도 열심히 노력해서 더 발전하겠다”고 말했다. 3위에는 중국 진퀴얀 군이 비(非)한국 학생으로는 유일하게 트로피를 들었다.
‘제6회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 박은숙 기자
유단자부는 정준우 군이 우승을 거머쥐었다. 초등학교 3학년인 정 군은 자신보다 머리 하나가 큰 중학생 형들을 상대로도 승리를 거두며 실력을 과시했다. 그는 “이틀 전에 다른 대회를 하고 와서 체력적으로 힘들었다. 기대를 안했는데 우승해서 더 기쁘다”고 밝혔다.
고급부·중급부·저급부에서는 서울 광진구 소재 한 학원에 다니는 정필모, 진태민, 송현준 군이 각각 우승했다. 막내 송현준 군은 “같은 학원 형들과 함께 우승해 더 기분 좋다”면서 “대회에서 우승이 처음이라 기쁘다”고 말했다.
격려상을 수상한 대회 최연소 참가자 중국 천쇼위엔 양. 박은숙 기자
이날 시상식에는 각 부문 수상자 이외에도 격려상, 특별상도 수여됐다. 격려상 주인공은 올해 5세인 대회 최연소 참가자 중국 상해에서 온 천쇼위엔 양이었다. 그는 “한국에 와서 바둑도 두고 상도 받아서 기분 좋다”며 웃었다.
시상식 이후에는 각국 학생들이 모여 기념사진 촬영이 진행됐다. 사진 촬영으로 추억을 쌓은 학생들은 내년 대회를 기약했다.
김상래 기자 scourge@ilyo.co.kr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 유치한 박선규 영월군수 인터뷰 아시아 지역 평화 증진을 위해 바둑 꿈나무들을 한 자리에 모으는 아시아평화학생바둑대회는 그간 서울, 상해, 오사카, 홍콩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대도시에서 열려왔다. 6회째인 올해 대회는 이례적으로 지방 소도시인 강원도 영월에서 열렸다. 이번 대회의 영월 개최에는 박선규 영월군수의 남다른 바둑에 대한 관심이 있었다. 박선규 영월군수. 박은숙 기자 그는 “나는 바둑을 두지 못한다”며 “이전까지 크게 관심도 없었다. 처음에 유치원생을 상대로 바둑교실을 만든다고 했을 때 ‘과연 몇 명이나 올까’의구심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의 예상은 빗나갔다. 인구가 많지 않은 영월군에서 30~40명의 유치원생이 바둑교실에 몰리며 성황을 이뤘다. 바둑교실은 초등부, 중등부로 점차 확대돼갔다. 박 군수는 “많은 아이들이 참가해 반응도 뜨거웠고 곧 성적을 내는 학생도 있더라”며 “전국 대회에 나가서 우승을 하며 어린 학생이 영월군을 알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현재 영월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학생은 임장현 군이다. 박 군수는 임 군 이야기를 할 때마다 입가에 미소를 띠었다. 그는 “장현이를 보며 ‘우리 지역이라고 해서 유명한 바둑 기사를 배출하지 말란 법도 없다’는 생각이 들더라”라며 “그 아이가 개인적인 어려움이 좀 있는데도 열심히 재능을 키워나가는 모습을 보며 우리가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고 뼈저리게 느꼈다”고 말했다. 박 군수는 지역 홍보 효과도 노리고 있었다. 그는 “두 개 대회를 동시에 열며 500여 명의 학생들이 영월을 찾게 됐다”며 “감수성이 예민한 어린 시절에 영월을 보고 느끼면 더 큰 효과가 있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영원히 영월을 기억할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앞으로도 바둑에 대한 지원의 끈을 놓지 않을 계획도 밝혔다. 박선규 군수는 “그동안 유치부부터 시작해서 바둑 교실을 키워왔다”며 “꿈나무들이 꼭 바둑을 계속하지 않더라도 자신들만의 꿈을 이룰 수 있으면 좋겠다. 꿈을 키울 수 있는 열정을 일깨워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