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KB증권 페이스북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 KB증권지부(노조위원장 이동열)는 30일 조합원 총회를 개최한다. 이날 총회에서 KB증권 노조는 ‘구 KB투자증권 성과연봉제 폐지 및 구 현대증권 성과향상프로그램으로 통합’과 ‘구 현대증권 임금피크제 도입, 수석부장제도 폐지 및 구 KB투자증권 임금피크제 개선통합’ 등 안건에 대한 조합원 총투표를 진행할 예정이다.
KB증권은 구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이 합병해 지난 1월 새롭게 출범한 자기자본 4조 원 이상의 통합 증권사다. 두 회사가 물리적 결합을 해 운영된 지 반년이 훌쩍 넘었지만, 아직 화학적 결합까지는 이뤄지지 않았다. 현대증권과 KB투자증권 출신에 따라 직원들이 다른 임금과 성과급, 복지체계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KB증권은 출범 직후인 3월부터 직원 급여와 복지 수준에 대한 갭(gap) 분석을 진행해왔다. 분석 결과에 따르면 현대증권 출신 직원(차장급 기준)의 연봉이 KB투자증권 출신보다 평균 1000만 원 가량 많았다. 반면 진급은 KB투자증권 출신이 4년 정도 더 빠른 것으로 나타났다.
따라서 이번 총투표는 직원들의 임금·복지 체계를 일원화하기 위한 의결 과정이다. 노조는 이번에 나온 결과를 토대로 오는 9월 임금 및 단체협약 협상(임단협)을 사 측에 제안할 예정이다.
그런데 KB증권 직원들 사이에서 이번에 노조가 제시한 임금제을 두고 반대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직원들의 임금과 복지체계 등이 달린 중요한 문제인데, 노조 집행부가 직원들의 의견을 제대로 묻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제도에 문제점도 많다는 것이다.
현대증권에 다니고 있는 A 씨는 이번에 노조가 제시한 성과향상프로그램(성과연봉제)에 대해 “문재인 정부 들어 성과연봉제를 폐지하는 분위기다. 그런데 KB증권 노조는 도리어 성과연봉제를 더 강화해 도입하려고 하고 있다”며 “노조는 사 측이 아니라 직원들의 입장을 대변해야 한다. 회사가 성과연봉제를 도입한다고 해도 노조가 앞장서서 반대해야 하는 것 아니냐. 정부에서도 반대하는 성과연봉제 도입을 노조가 먼저 안건으로 올리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고 비판했다.
실제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당시 박근혜 정부가 내세운 성과연봉제의 폐지를 대선 공약으로 내걸었다. 이후 문재인 정부 들어서면서 금융권에서는 국책은행을 비롯한 금융공공기관들이 선두로 성과연봉제를 속속 폐지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업계에서는 시중 금융권들도 성과연봉제를 폐지하거나, 계획 중이던 도입이 이뤄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어 성과연봉제의 직원 평가 기준에 문제를 제기했다. A 씨는 “이번 노조의 안을 보면 성과연봉제 실적 평가 기준이 상향 조정돼 강화됐다. 직원들은 기준을 맞추기가 더 어려워진 것”이라며 “직원 평가 기준이 객관적이고 표준화돼 있다면 평가 기준이 올라가도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금융기관은 제조업 등 다른 직종과 다르게 객관적이지 않다. 자의적 평가가 들어갈 요소가 많다. 문제는 그 평가를 지점장이나 회사 상위 경영진에서 준다. 결국 직원들이 회사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 구조가 된다”고 토로했다.
또한 임금피크제에 대해서 A 씨는 “과거 현대증권은 수석부장제도가 있고, KB투자증권은 임금피크제가 있었다. 그 제도들도 문제점이 많았다. 이에 노조는 수석부장제도를 폐지하고, 임금피크제를 수정해 도입하겠다고 나섰다”며 “임금피크제의 핵심은 정년을 늘리고 대신 연봉을 낮추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노조가 제시한 제도는 법이 정한 정년을 보장해주지도 않고 있다. 결국 노조가 직원들의 급여를 깎겠다는 의미밖에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노조가 제시한 성과연봉제와 임금피크제 모두가 받아들여지면 직원들의 급여와 복지혜택을 삭감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에 KB증권 내 일부 직원은 사내 인트라넷을 통해 공개적으로 이번 노조의 의결안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고, 다수의 직원들에게 호응을 얻은 것으로 전해졌다.
KB증권에 근무하는 B 씨는 “우리는 노조의 이번 안건을 무조건 비판하는 것이 아니라, 총투표에 나서기에 앞서 성과연봉제에 대해 전직원을 대상으로 다시금 논의해보는 게 어떻겠냐는 취지다”라고 강조했다.
한편, 노조 집행부의 총회 개최 공고 및 투표 진행에 대해서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조의 규약에 나온 절차를 집행부가 제대로 따르지 않고 급히 서두르는 모습을 보인다는 것이다. 향후 진행 상황에서 불법요소가 드러나면 투표 결과의 법적효력에 문제가 불거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형국이다.
민웅기 기자 minwg08@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