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과거에도 호스트바는 존재했으며 몇몇 연예인이 데뷔 전 호스트바에서 일했다는 루머가 불법 정보지 등을 통해 언급되기도 했다. 그렇지만 룸살롱 등 여성이 접대부로 일하는 유흥업소들에 비해 남자 접대부가 필요한 호스트바의 수는 매우 제한적이다. 그런 까닭에 일부 연습생들이 호스트바에서 일을 할지라도 워낙 극소수에 불과한 이야기였다.
최근 몇 년 새 이런 흐름이 크게 달라지고 있다. 최근 유흥업계에선 여성 손님을 대상으로 한 전용 술집이 급증하고 있다. 여성전용 바, 여성전용 클럽, 여성전용 토킹바 등이 새로운 트렌드로 자리 잡고 있는데 기본적인 콘셉트는 ‘퇴폐적이지 않다’는 점이다. 아예 남자 바텐더들이 합석하지도 않고 스탠딩으로 대화만 나누는 형태인 곳도 많다. 여성 고객만 받는 술집으로 남성 바텐더가 서빙과 접대 등의 일을 하며 이런 저런 대화만 나누는 방식이다. 기본적으로 남자 연습생들 입장에서도 크게 부담이 되지 않는 아르바이트다. 일반 주점의 아르바이트와는 물론 분명 차이가 있지만 호스트바와 같은 유흥업소와는 더 큰 차이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시급 역시 일반 주점보다 조금 높은 수준일 뿐 호스트바와는 크게 차이가 난다.
사진=호스트바를 소재로 한 영화 ‘워터스’ 스틸컷.
아예 한 여성전용 토킹바는 홈페이지를 통해 소속 남자 바텐더들을 소개할 정도다. 얼굴은 모자이크 처리가 돼 있지만 하나같이 몸매 좋은 젊은 남성들이다. 현직 모델이 여성전용 바에서 바텐더로 일하고 있는 경우도 있는데 업소 홈페이지에 그가 패션쇼에서 워킹하고 있는 모습까지 올라가 있을 정도다.
그런데 이런 여성전용 주점에도 다양한 형태가 존재한다. 합석조차 않는 스탠딩 토크바도 있지만 룸이 있고 남성 접대부가 지명이 되는 형태로 사실상 호스트바와 유사한 곳들도 있다. 2차는 없고 룸 안에서도 과도한 신체 접촉이 없다는 점 등에선 분명 호스트바와 차이가 있지만 상당 부분 호스트바를 닮아 있다. 호스트바와 유사한 형태일수록 페이도 올라가며 남성 접대부의 호칭 역시 ‘바텐더’가 아닌 ‘선수’로 통한다.
요즘 이런 여성전용 주점이 급증하는 추세라 업계에선 ‘선수‘가 부족하다’는 얘기가 끊이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선수‘로 일할 남성을 구하는 게 어려운 데다 외모가 좋고 언변도 수려한 괜찮은 ’선수‘를 구하긴 더 어렵다는 것. 이런 공급 부족 탓에 업계 관계자들은 연예인 지망생들에게 눈을 돌린다. 연예인 지망생들 입장에서도 큰 부담이 없는 아르바이트면서 비교적 좋은 수입이 보장된 터라 결코 나쁘진 않은 권유로 받아들이곤 한다.
다만 연습생의 수가 남자 연예인이 여자 연예인보다 적다. 걸그룹의 경우 유명 연예기획사가 아닌 중소 연예기획사에서도 데뷔시키는 경우가 많아 연습생도 그만큼 많다. 반면 남성 아이돌 그룹은 걸그룹보다 더 적게 데뷔하는 편이고 중소 기획사에선 남성 아이돌 그룹은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향이 짙다. 걸그룹의 경우 데뷔해서 성공을 거두지 못할 경우 이런 저런 행사를 통해 최소한의 수익은 올릴 수 있지만 남성 아이돌은 그렇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아이돌 연습생뿐 아니라 배우 지망생, 모델 등이 모두 여성전용 업소의 타깃이 되고 있다.
사실 ’선수‘ 수급에 있어 가장 어려움을 겪고 있는 곳은 호스트바다. 어떤 ’선수‘가 일을 하느냐에 따라 가게의 매출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잘나가는 ’선수‘를 두고 조폭까지 연루된 쟁탈전이 벌어질 정도다. 요즘 호스트바 업계에선 ’선수‘를 구하기 위해 여성전용 주점을 주시하고 있다고 한다. 가벼운 아르바이트로 생각하고 여성전용 주점에서 일하기 시작한 아이돌 연습생이나 배우 지망생, 그리고 모델 등이 호스트바까지 진출하게 되는 것이다.
물론 호스트바에 대한 거부감은 있다. 연예인 데뷔를 목표로 하고 있는 터라 나중에 그 꿈을 이룬 뒤 괜한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다는 걱정 때문이다. 그렇지만 연예인 데뷔를 생각한다면 여성전용 바보다는 호스트바가 훨씬 더 안전하다는 게 그들의 논리다. 제한된 손님을 대상으로 비공개된 장소에서 일하기 때문에 비밀 유지가 더 잘 되고 더 적은 시간 일하며 훨씬 높은 수입을 올릴 수 있다는 것.
유흥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선 호스트바 다음 단계도 있다고 귀띔한다. 바로 스폰서다. 요즘에는 돈 많은 유부녀와 싱글 여성들이 남자 연습생의 스폰서가 되는 경우도 급증하는 추세다. 호스트바에서 일하며 단골손님 가운데 한 명을 스폰서로 삼아 소위 ‘공사’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아예 그런 유흥업소를 거치지 않고도 브로커들을 통해 스폰서를 만나는 남자 연예인 지망생들도 많다고 알려지고 있다. 이런 남자 연예인 스폰서의 세계는 다음 호에서 계속된다.
조재진 프리랜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