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고아원의 한 원생이 교도소에 있는 부모와 통화를 하고 있다. | ||
중국의 속담이 의미하듯 아직도 중국에서는 연좌제로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 그 대상이 어린이라면 더욱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부모가 지은 죄 때문에 사회에서 배척당하고 소외당한 채 고아로 살아야 한다면 그 고통은 이루 말할 수 없을 터. 바로 사형수 자녀들의 경우가 그렇다.
현재 중국에서는 약 1만 명 정도의 어린이들이 사형수의 자녀라는 이유 하나만으로 천대받고 멸시당한 채 고아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중국이 세계에서 사형 집행건수가 가장 많은 나라라는 점을 생각하면 이처럼 사형수 자녀들이 급증하고 있는 현상은 어쩌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베이징에서 자동차로 40분 가량 떨어진 곳에 위치한 한 어린이집. ‘선 빌리지’ 혹은 ‘태양마을’이라는 이름의 이곳은 중국 내에서 사형수의 자녀들을 모아 돌보고 있는 유일한 곳이다.
이곳을 설립한 장수치엔(59)은 이 곳의 아이들에게는 푸근한 할머니와 같은 존재다. 때문에 이곳의 아이들은 그녀를 가리켜 할머니라는 뜻의 ‘나이나이’ 혹은 ‘포포’라고 부른다. 전직 간호사 겸 교도관이었던 그녀가 이처럼 사형수 자녀들을 데려와 돌보기 시작한 것은 6년 전부터. 부모 모두 혹은 한 쪽 부모가 사형수인 경우 오갈 데 없이 버려지는 아이들을 보고 측은한 마음이 들어 이 마을을 열게 되었다.
그녀가 직접 수천 ㎞를 달려가서 아이들을 데리고 오거나 혹은 공안이 직접 마을로 아이들을 데리고 오기도 한다. 간혹 사형을 앞둔 부모가 직접 눈물의 편지를 써서 아이를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 고아원 식당(위)과 내부 | ||
아이들은 이곳에서 예의범절과 규율, 협동심 등을 배우며, 학교에 갈 나이가 되면 인근 학교를 다니기도 한다. 또한 장수치엔 원장이 임대한 1만 7000평의 과수원에서 대추나무 재배 일을 하면서 직접 생활비를 벌기도 한다. 이렇게 번 돈은 모두 ‘태양마을’에 필요한 생활비로 사용된다.
하지만 장수치엔 원장은 “생활이 늘 빠듯하다”고 말한다. 대부분 후원금에 의존하고 있지만 100명이 넘는 아이들을 돌보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어린이 한 명당 들어가는 비용은 1년에 약 400유로(약 50만 원). 가장 비용이 많이 드는 것은 식비와 교육비다. 종종 돈이 없어서 병원을 못 가거나 약을 구입하지 못하는 경우도 다반사. 이에 장수치엔 원장은 “돈을 구하기 위해서 가끔 구걸을 나가거나 후원자를 찾아 직접 뛰어 다니기도 한다”고 말한다.
한 달에 한 번 아이들에게 교도소에 있는 부모와 통화를 하게 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비싼 통화료를 감당하기에는 후원금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 그렇다고 아무 것도 모른 채 부모를 애타게 기다리는 아이들에게 목소리로나마 부모를 만날 수 있는 유일한 기회를 빼앗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는 것이 그녀의 설명이다.
▲ 사형수 자녀들의 대모 장 수 치엔. | ||
그나마 이곳에서 생활하는 아이들은 행복한 편이다. 사형수의 자식이라는 이유로 친척들로부터 버림받은 아이들은 보통 거리로 구걸을 나가거나 앵벌이를 하거나 혹은 도둑질을 일삼는 경우가 태반이다.
한편 중국에서는 매년 8000명 가량이 사형을 당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중국 형법에 규정되어 있는 사형 항목은 모두 68가지. 여기에는 살해, 인신매매, 마약 밀매, 강도, 국가기밀 누설죄 등이 포함되어 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 전 중국인민회의가 앞으로 사형제도를 전면 개편하는 법안을 마련하겠노라고 발표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더 중요한 것은 중국 사회에 뿌리 깊게 내려오고 있는 연좌제의 고리를 하루 빨리 끊어 버리는 일일 것이다.
김미영 해외정보작가 world@ilyo.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