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일요신문] 김현술 기자 = 8개월간 지루하게 끌어오고 있는 경기도 양평군 소재 A장애인법인 사태 배후에 ‘복피아’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사회복지 적폐청산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적폐청산은 문재인 정부의 핵심 과제다.
전국 사회복지시설장에 퇴직공직자들이 재취업하면서 도마에 오르는 가운데 양평 A장애인재단에서도 경기도 퇴직공무원이 산하시설장에 임명되면서 관피아에 이어 일명 `복피아‘가 새로운 사회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A재단의 경우 산하시설장으로 임명된 퇴직공무원의 선, 후배들이 경기도 고위공무원으로 재직하면서 양평군의 지도점검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설립자 최씨 역시 이들과 수 십년간 친분을 다져왔다.
A재단은 사업비와 운영비, 인건비 등 대부분의 예산이 경기도나 양평군으로부터 지원받기 때문에 이들의 입김이나 영향력을 피해 나갈 수 없는 입장이다.
A재단에서는 지난 2014년 8월 설립자 최씨가 입소장애인들의 돈을 포함해 수억원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로 구속되어 징역 1년2개월의 실형을, 부인 박씨는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을 받았다. 구속되기 전 설립자는 20여년 전 재단 설립에 도움을 주었던 경기도 고위 공무원을 조기 퇴직하게 한 후 산하 장애인시설의 시설장으로 앉혔다.
◆ 장애인 돈 횡령 구속됐던 설립자 부부 ‘출소 2년 안되 또 구속’
설립자 부부는 설립자가 2015년 10월 출소한 이후에도 계속해서 장애인의 돈을 횡령하는 등 2010년부터 4억8,000여만원을 횡령하는 등의 혐의로 지난 7월 부인은 구속됐고 설립자는 불구속 기소됐다. 설립자 최씨는 장애인들에게 강제노동을 시키는 등 학대혐의도 받고 있다.
설립자 조카인 산하시설 C원장은 보조금으로 구입한 커피머신기 등을 설립자 부인이 운영하는 카페에 설치해 사용하게 한 혐의로 피소되기도 했다. 또 C원장은 경기도 퇴직공무원인 또 다른 C원장이 설립자 부인으로부터 매수한 카페건물을 시세보다 많은 보증금 1억2,000만원에 월 100만원을 주고 작업장으로 사용해 재단에 손해를 끼친 혐의로 둘 다 고소당했다.
K이사장은 경기도 퇴직공무원인 C원장이 재단을 가로채려 한다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실제 C원장은 최근 설립자측에 의해 A재단 이사로 선임됐다.
이 과정에서 관리감독 기관인 양평군과 경기도는 늦장 대처는 물론 이들의 죄를 감춰주기에 급급했다는 게 재단 직원들의 주장이다.
더 큰 문제는 설립자 구속 기간 중 A재단의 정상화를 위해 고군분투했던 K이사장과 일부 이사들을 설립자와 그를 따르는 경기도 퇴직공무원 출신 C원장, 설립자 조카인 또 다른 C원장 등이 양평군과 경기도의 묵인 하에 갖은 방법을 동원해 내쫒으려 하고 있다는 것.
K이사장에 따르면, 이들은 갖은 음해와 협박으로 K이사장을 비롯한 이사들의 사표를 유도했고, 결국 K이사장은 ‘차기이사회에서 1명씩 사임과 선임을 하는 조건’으로 지난 1월 16일 재단간사에게 사표를 맡겼다. 하지만 설립자 아들인 재단간사는 K이사장이 맡긴 사표를 남아있는 4명의 이사에게는 일체의 통지도 없이 1월 18일 일방적으로 양평군에 제출했고, 양평군은 곧바로 임시이사를 선임하고 정관변경 승인을 해주는 등 일사천리로 결탁행정을 했다고 주장했다.
K이사장측에서는 설립자 부부를 횡령 등 혐의로, 그들을 따르는 시설장 2명은 명예훼손과 사문서위조, 배임 등 혐의, 설립자 아들인 간사는 사문서위조 등 혐의, 양평군청 공무원 3명은 직권남용, 직무유기, 업무방해 등 혐의로 각각 수사기관에 고소하여 지난 7월 18일 설립자 부인은 구속기소 됐고, 설립자는 불구속기소, 나머지 시설장들과 간사인 아들, 공무원들은 기소의견으로 송치 또는 현재 수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K이사장측에서는 설립자측에서 선임한 L이사장과 나머지 이사들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소송을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했으나, K이사장이 자신이 이사장으로 있는 재단을 상대로 한 소송이 부적격하다는 등의 취지로 가처분이 기각되기도 했다. K이사장측은 본안소송에서 사실여부를 가리겠다는 입장과 함께 수원지법여주지원에 재단 이사장이 아닌 개인 자격으로 2명의 이사와 함께 이들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신청과 본안소송을 재차 제기한 상태다.
◆ 검찰 “설립자측 녹취서 원본 아니다”… “원본 아닌 녹취서 제출 의도 의심”
이런 와중에 법인간사인 설립자 아들이 K이사장을 상대로 제소한 자격모용혐의를 수사하던 천안경찰서와 대전지검천안지청은 설립자측에서 제출한 K이사장과의 대화녹취록이 원본이 아님을 밝혀냈다.
검찰은 K이사장에 대한 불기소결정서에서 “(설립자 아들인 간사가) 고소장에 첨부한 녹취서는 개인이 워드작업으로 만든 것으로 녹취서 원본이 아니다”면서, “워드작업을 거쳐 원본과 다른 녹취서를 제출한 그 의도에 의심이 가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또 “(1.16.)녹취서 전체적인 내용과 흐름을 보면 사직서를 제출한 다음 K이사장이 이사회를 소집하여 새로운 이사진을 선출하는 절차를 밟아야 된다는 대화로 보여진다”고 적시했다. 차기 이사회에서 후임이사 선출과 이사장 등의 사표를 처리하기로 한 조건으로 간사에게 사표를 보관한 것이라는 K이사장의 주장을 뒷받침하는 대목이다.
검찰은 특히 K이사장이 사문서위조 등으로 고소한 법인간사가 불기소처분된 사건과 설립자측 선임이사들을 상대로 수원지방법원에 제기한 직무집행정지가처분이 기각된 사건을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검찰은 “K이사장이 설립자 아들인 법인간사를 상대로 고소한 사건에서 법인간사가 어떠한 녹취서를 제출했는지 의문이고, K이사장 주장의 취지를 감안하면 아쉬움이 남는 사건”이라고 지적했다. 설립자 측이 제시한 위, 변조된 녹취록만 제대로 수사했더라면 앞서 두 건의 사건 처리결과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런 가운데 설립자 측의 L이사장과 최근 이사로 선임된 경기도 공무원 출신 C원장을 비롯한 이사들이 K이사장을 상대로 수원지법성남지원에 직무정지가처분신청을 했고,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면서 큰 충격을 주고 있다. K이사장은 모든 증거가 명확하다며 즉시 이의신청을 낸다는 방침이다.
K이사장은 “양평군과 경기도가 설립자와 C원장 등과 결탁하여 임시이사 선임과 이사 선임 승인, 정관변경 승인 등 행정행위를 일사천리로 해줌으로서 법원의 판단을 흐리게 한 것”이라면서, “이들의 결탁증거와 녹취록 위조 등의 행위가 낱낱이 드러나면서 결국 진실이 승리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 설립자측, 산하장애인시설 접수 시도 ‘물리력 충돌 우려’
한편, A재단 산하 J장애인시설 직원들은 설립자측 L이사장과 C원장 등이 K이사장측 Y원장을 해고시키고, 사무국장을 팀장급으로 인사이동 하는 등의 만행을 일삼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재 설립자측에서는 J장애인시설을 접수하기 위해 자신들이 임명한 원장과 사무국장을 시시때때로 J장애인시설에 출근시켜 112순찰차가 출동하는 등 직원간 물리력 충돌까지 우려되고 있다.
양평군 역시 마치 이들과 동조라도 하듯 J장애인시설의 장애인 생계급여와 직원급여 등 운영비 지급을 미루다 직원들이 반발하자, Y원장 월급을 제외한 나머지를 지급하기도 했다. 직원들은 “경기도와 양평군, 설립자, C원장 등이 한 몸으로 똘똘 뭉친 ’행정공동체‘”라고 비난했다.
지금 우리 사회 곳곳에서는 ‘적폐척결’의 목소리가 높다. 퇴직공무원들로 인한 ‘복피아’의 폐해가 계속 발생된다면 사회복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는 사회복지사들의 사기저하로 이어지고, 장애인들의 삶의 질 향상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